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운이의 말리이야기 ⑦ - 희미한 불빛 속에서 공부하며 키우는 꿈
사람들
2011.11.21
공유하기


글: 문다운(세이브더칠드런 해외파견단원)

안녕하세요. 말리(Mali)의 현장 속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문다운입니다. 어느덧 제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반 년이 넘었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하는 '시간 참 빠르다'라는 말을 여기에서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낸 시간을 돌이켜보았을 때 지난 9월은 여러모로 저에게 특별한 달이었습니다. 우선 아프리카에서 처음 맞는 제 생일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이곳 시카쏘(Sikasso)를 방문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서 그게 왜 그렇게 특별한 일인지 의아해하시겠지만, 한국사람이라곤 혼자뿐인 시카쏘에서 반 년을 지내온 저로선 매우 반갑고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오는 11월에 방영될 SBS희망TV를 촬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SBS희망TV는 매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진행되는 실시간 모금방송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한 국내 10개 NGO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은 희망TV를 통해 식량위기를 맞은 니제르에 염소보내기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많은 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죠. 그때 여러분께서 보내 주신 염소들이 지금은 새끼를 낳기 시작해 니제르 주민들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글] 원녕이의 니제르이야기 ⑥ - 염소들이 새끼를 낳기 시작했어요! ▷바로가기) 이처럼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개발국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되고 이것이 후원으로 이어져 그곳 아동들이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접해 온 저개발국, 특히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단편적인, 때로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흔히 모금방송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몸은 뼈만 남아 앙상한 아이, 온 얼굴에 파리가 들끓지만 파리를 쫓을 기운조차 없어 보이는 아이, 그런 자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눈물과 한숨뿐인 부모.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은 우리로 하여금 아프리카는 불행한 곳이라는 편견을 갖게 했고 나아가 아프리카 사람은 항상 외부의 원조에 의지하는 무기력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제가 직접 와서 보고 느낀 아프리카는 슬픔과 불행, 무기력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삶을 긍정하며 근면합니다. 그들을 가난과 질병의 늪에 빠져들게 한 것은 개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제약 때문이지 그들의 무능과 나태가 아닙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아프리카 소식은 가난, 기아, 내전, 질병에 관한 것들뿐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 이상의 소중한 것들 - 예를 들면 다채로운 문화유산, 사람 간에 정이 넘치는 공동체주의적 사회상 등 - 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따라서 이번 말리 촬영이 결정되었을 때, '말리 역시 가난과 불행의 땅으로만 비춰지지 않을까' 내심 우려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희망TV 촬영 일행과 인사하며 밝게 웃고 있는 시카쏘 지역 아동들                                         

다행히 아동권리실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은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기존 관행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저개발국이 부국의 원조에 의지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세이브더칠드런은 '개발 · 발달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지향합니다. 즉 동정심과 충격을 주기 위한 이미지가 아닌 저개발국의 개발가능성 혹은 해당 아동의 발달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이번 방송촬영 관계자와 세이브더칠드런 사이에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긴 논의 끝에 이번 촬영에서는 말리의 현실을 보여주되 말리 아동의 희망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들을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촬영 일행이 처음 방문했을 때 말리 사업장 총괄 책임자인 톰(Tom)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말리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마을에 들어가 그들을 만나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어려운 처지뿐 아니라 그러한 모습도 담기기를 바랍니다. 방송을 통해 많은 후원자가 생겨 더 많은 아동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방송이 이름조차 생소한 말리라는 나라가 한국의 국민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1년 희망TV 가을 편에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저개발국의 마을에 희망의 불빛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말리 편에서는 아동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해가 저문 뒤 불빛이 없어 공부를 하기 어려운 아동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촬영이 저에게 특히 의미가 깊었던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말리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그 속에서도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동들의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말리 아동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느라 낮에는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해가 저문 뒤에나 공부할 시간이 생깁니다. 그러나 말리의 대부분 마을에는 전기가 없기 때문에 저녁에 공부를 하려면 작은 손전등이나 석유램프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만난 야야(Yaya)라는 아동 역시 그랬습니다. 야야는 저녁이면 작고 희미한 손전등 불에 의지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고장이 나 원래 손전등 안에 들어 있어야 할 전선줄이 밖으로 길게 빠져나와 있었습니다. 야야는 전선을 창문에 걸어놓고 그 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고장 난 작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공부하는 야야                                                              

우리가 만난 인자(Inza)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자는 올해로 19살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앓고 있는 류머티즘 때문에 그 동안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어 아직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류머티즘 때문에 친구들과 축구도 할 수 없는 인자이지만 저녁이면 어두운 방에서 작은 손전등 불빛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자는 덕분에 학업 성적도 항상 1등이라며 노트에 적힌 성적표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석차 1등(Rang 1er)'라고 적혀 있는 인자의 성적노트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아동들이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아동들이 저마다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자는 커서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 야야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가정형편이나 여러 이유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동들도 만났는데 그 아동들도 학교에 다니기를 원하고 저마다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는 이번 촬영을 통해 말리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다른 한 명을 만났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세이브더칠드런의 일대일 결연후원을 받은 두구티기(Dougoutigi)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현재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결연후원 현장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을 받던 아동이 지금은 어른이 되어 과거 자신과 같은 아동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을 곳곳을 누비며 일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가 살던 마을에 찾아가 어머니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는 미국인이었던 당시 일대일 결연 후원자가 보내준 사진들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낡은 그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후원자로부터 그런 사진이나 편지를 받으면 두구티기 씨는 펄쩍펄쩍 뛰며 춤을 출 정도로 좋아했다고 말했습니다. 후원자가 보내 온 편지에는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격려가 담겨 있었고, 그 말은 두구티기 씨가 지금과 같이 성장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고 어머니는 회상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아동 이외에도 많은 아동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각기 멋진 꿈을 꾸고 있는 그 아동들에게서, 또 실제로 꿈을 실현한 한 과거의 아동에게서 말리의 희망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진/ 웃는 얼굴이 참 예뻤던 사례 아동 드라만(Dramane)                                                            


사진/ 마지막 날 촬영을 함께한 모든 스탭들과 함께                                                                     

프로젝트 배경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 중인 시카쏘 지역 그 중에서도 요로쏘 지역의 보건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은 마을보건의료센터, 모성보건센터를 건립하고, 의료장비 및 기자재를 공급하여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96개 모든 마을에 전문보건훈련을 이수한 마을보건담당을 배치함으로써 마을 단위에서 응급 처치, 질병의 초기 진단 및 환자 후송이 가능토록 합니다.

그 밖의 정보
말리는 2010년 유엔개발계획 인간개발지수(HDI) 기준 전체 169개국 중 160위에 머무르는 세계 10대 최빈국이며, 신생아 다섯 명 중 한 명이 5세 이전에 사망하는 곳입니다. 또한 일인당 국민총생산(GNP)는 500달러(USD) 이하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절대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글] SBS 희망TV 말리 촬영 후기 -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이름의 그림 ▷바로가기


해외아동교육지원

말리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세요!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