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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희망TV 말리 촬영 후기 -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이름의 그림
사람들
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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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디어이벤트팀 최정윤

2011년 9월 17일부터 23일까지 말리의 열악한 교육현실과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들어가는 긍정적 변화에 참여하는 방법을 알리고자 말리(Mali) 시카소(Sikasso)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지구촌 한가족되기(▷바로가기)'를 통해 많은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 여러분과 마을 결연을 맺고 있는 말리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서쪽에 있는 나라로, 2010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 1,207달러(USD)로 최빈국에 해당하며,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조사대상 169개국 중 16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출장에는 특별히 SBS 희망TV 촬영팀과 서지혜 씨가 함께하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어린이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마을에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허름하고 작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곳에는 이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가 있었습니다. 건물 옆 큰 나무에 걸려있는 폐타이어와 고철로 만든 학교 종으로 이곳이 학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교실 안에 낡은 책걸상과 칠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좁은 교실에 꽉 차게 앉은 어린이들의 열정은 뜨거운 날씨 못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까 큰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어린이들은 꽤 진지해 보였습니다. 좁은 교실도 낡은 칠판도 이들의 공부를 가로막지 못했습니다.


사진/ 좁은 교실에 빼곡히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                                                                         

그런데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보였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런 어린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집안일을 하거나 농사일을 도우며 보냅니다. 가끔 시간이 나면 교실 문 밖에 서서 창문 너머로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 중 한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 교실 문 밖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이들                                                            

올해 아홉 살이 된 드라만은 학교와 놀이터가 아닌 옥수수 밭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꾀를 부리지도 않고,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가끔 친구 집에 가서 친구가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뜻도 모르는 단어들을 따라 읽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드라만은 알파벳을 읽지도 못하고 간단한 덧셈도 하지 못합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해맑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드라만의 미소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사진/ 미소천사 드라만                                                                                                           

드라만과 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다른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올해 12살인 살리는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집안일과 밭일로 고된 하루를 보냅니다. 살리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살리의 수줍은 미소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울퉁불퉁 튀어나온 팔 근육에 많이 놀랐습니다. 하지만 살리와 한나절을 보내고 나니 알 것 같았습니다.

살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식인 옥수수를 빻습니다. 옥수수를 다 빻으려면 길고 무거운 절굿공이로 한 시간을 넘게 절구질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동네 우물로 물을 길으러 가는데, 물이 꽉 찬 두레박을 끌어올리는 일은 보기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지쳤을 법도 한데 살리는 쉬지 않고 바로 점심에 먹을 간단한 음식을 챙겨서 밭으로 향합니다. 점심을 먹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 살리는 오후 내내 밭에서 고구마를 캡니다.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고구마 그릇을 12살 살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 이고 집으로 나릅니다. 이렇게 팔 근육이 울퉁불퉁해지도록 날마다 혼자서 일했을 살리와 앞으로도 살리의 하루가 매일매일 이렇게 고될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잠시나마 살리를 쉬게 해주고 싶어 일을 안 해도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살리는 작은 목소리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랑 놀고 싶다든지 혹은 어디에 가보고 싶다든지 이런 대답을 예상했던 제게는 충격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겉으로 불평하거나 내색하지 않았을 뿐, 살리는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살리는 친구들처럼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언제 학교에 가게 될지 모르는 막막한 현실에도, 살리는 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살리의 평범하고 소박한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사진/ 고구마 밭에서 살리와 함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들과 학교가 아닌 밭에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말리의 어린이들이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우리 일행은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유일한 학교에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벽화를 그리는 것이었지요.


사진/ 벽화를 그리는 서지혜 씨                                                                                                

제각기 달랐던 우리 일행은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도 하나로 어우러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완성된 벽화를 보고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마음을 갖고 하나의 멋진 벽화를 만들어내듯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많은 사람들이 각기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낼 작품이 기대되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고 기뻐할 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진/ 벽화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외아동교육지원

말리 아동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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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가을 희망TV SBS에서 말리 아동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 안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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