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아래 글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소개책자에 실렸던 홍윤주님의 생생한 사연입니다. 지면이 부족해 다 담지 못했던 소중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엄마! 혹시 뜨개질할 때 안 되셨어요?
올해는 언제부터래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알고 챙겨 묻습니다.
저 또한 몸과 마음을 슬슬 '뜨개질 모드'로 바꿔가며
이제나저제나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기쁜 마음으로 행사를 기다리지요.
올해로 시즌5를 맞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지난 2008년 가을 시즌2부터 참여해 왔으니
제 뜨개질의 역사도 어느덧 만 3년을 지나 4년 차를 향해 가는군요.
그동안 일대일로 아이들과 결연을 맺는 정기후원, 결식아동 도시락 후원 등
세이브더칠드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조금씩 참여해 왔지만
이 모자뜨기 캠페인만큼은 제게 조금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물질적인 후원 말고 나의 손과 발을 놀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인지라 따로 시간을 내기에는 항상 여의치 않았던 상황.
모자뜨기 캠페인은 스스로 짬짬이 시간을 내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처럼 직장에 매여 있는 사람의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해 준 맞춤형 캠페인이었거든요.
10월 중순쯤부터 2월 말까지 저의 시간표는 평소보다 좀 더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퇴근해 집에 오면 TV 보는 시간, 잠자는 시간, 컴퓨터 하는 시간 등등에서
조금씩 떼내어 조각조각 모은 자투리 시간은 오로지 모자를 뜨는 데 할애되지요.
또 시즌이 되면 저희 거실 소파의 가장 왼쪽 자리는 자연스레 제 뜨개질 고정석이 됩니다.
뜨개질을 위한 적당한 조도의 스탠드 불빛, 알록달록 실 뭉치와 가위, 마무리 바늘이 든 가방^^
'모자 한 개에 하나의 생명'이라는 쉽고도 구체적인 숫자 때문인지,
한 코 한 코가 모여 모자 모양을 만들어 가는 뜨개질 자체의 즐거움 때문인지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놓을 수가 없게 되더군요.
시즌2였던 첫 해 모자 14개를, 이듬해에는 60여 개를, 지난해에는 80여 개를 뜨면서, 이 캠페인과 저는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기분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생명을 살린다'는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힘들고 지치는 날 제 마음이 위로받는 감사한 경험들로 채워집니다.
아마도 이 캠페인이 지속되는 한 저는 계속 모자를 뜰 것 같아요.
겨울 밤은 길고 모자 뜰 시간은 많으니까요.
올해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올 모자뜨기 캠페인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모자 뜨는 제 모습이 익숙해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 남매를 둔 엄마이자 아내, 직장인 홍윤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