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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이의 말리이야기 ② - 요로쏘 사업장 방문기
사람들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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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다운 (세이브더칠드런 해외파견단원)

안녕하세요. 말리의 현장 속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문다운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며 제가 지내고 있는 이곳 시카소(Sikasso)의 시장풍경을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보다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드디어 '첫 사업장 방문'을 하고 돌아와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시카소에 도착했을 때 이 곳 음식이나 주거환경 등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이 곳의 삶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데'라고 실망(?) 섞인 안도- 왜냐하면 저는 아프리카라고 해서 뭔가 좀 더 원시적이고 역동적인 생활을 기대했기 때문에- 를 했는데, 이는 뭣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배부른 푸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저는 이 곳 사람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과 우리의 도움이 얼마나 이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고 왔습니다.

지역보건센터가 세워지고 있는 요로쏘(Yorosso)의 마을 방문
제가 이번 출장으로 방문한 곳은 세이브더칠드런이 5세 미만 영유아를 위한 보건사업을 펼치고 있는 시카소(Sikasso) 지방 내 요로쏘(Yorosso)라는 지역입니다. 말리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아파도 병원이나 보건소가 지리적으로 멀거나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열악하여, 치료를 받으러 가기 어렵습니다. 어렵사리 가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실제로 말리 인구의 37%는 의료서비스로부터 최소 1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사헬지대사무소의 조사결과 66%의 보건의료종사자는 단순 말라리아에 잘못된 처방전을 작성해 주었고, 말라리아 증상을 보이는 아동의 14%만이 말라리아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말리의 보건환경은 말리의 높은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1,000명 당 191명 수준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수치)의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2008년부터 요로쏘 지역에서 '영∙유아사망률 및 질병 발생률의 영구적인 감소'라는 목표 하에 영∙유아를 위한 보건서비스의 접근성 및 질적 향상을 위한 5개년 보건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보건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씨에스콤(CSCom, Communty Health Center)이라고 불리는 지역보건센터와 그 안에 속해 있는 모성병원(Maternity), 우물을 비롯한 위생시설 등의 건설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이번 출장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시설물들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공사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건설자재가 사용되고 있는지, 시설물의 구조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요로쏘 지역 내 총 5개 마을의 공사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모든 사업장에서 큰 문제없이 원활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물과 연결되는 수도꼭지의 마감처리 등과 관련된 몇몇 미흡한 점들이 발견되었으나 현장방문 이후 건설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이에 대한 시정요구를 했고, 이러한 요구사항들은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사진/ 우리켈라(Ourikela)라는 마을의 모성병원 공사현장에서 건설자재를 확인하는 닥터말레(Dr.Malé)와 자나(Zana)


진/ 상와(Sanwa)에서 공사가 완료된 우물을 사용하는 주민들을 모습                                          

주민들의 뜨거운 참여, 세계 말라리아의 날
이번 사업장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4월 25일 세계 말라리아의 날 행사와 말라리아 예방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요로쏘 중앙 지역보건센터(CSCom)에서 진행된 말라리아의 날 기념 행사에는 지역 관료 및 지역보건의료진과 많은 마을 주민이 참석하였고, 흥겨운 전통음악의 연주와 이에 맞춘 마을 주민들의 춤사위가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에 필수적인 모기장을 배포하였습니다. 자는 동안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장만 사용해도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모기장 사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장려하는 활동은 영∙유아 사망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말라리아의 날 행사에서 모기장을 전달받는 마을 주민                                        

기념 행사에 이어 한낮의 찌는 더위가 가신 뒤 저녁 즈음에 이루어진 말라리아 예방 토론회에는 지역보건의료센터(CSCom) 직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마을 주민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전문가들이 말라리아와 그 예방방법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이에 대해 주민들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관련 지식을 확인하며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였고 예상보다 많은 질문들이 이어져, 이곳 주민들이 열의를 갖고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말라리아 예방이 모든 주민들에게 큰 관심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진/ 말라리아 예방에 관한 대중토론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나눠준 세계 말라리아의 날 기념 티셔츠를
맞춰 입은 주민들이 보건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그들의 열정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
이번 사업장 방문이 저에게 더 의미 있었던 이유는 열흘 남짓이라는 어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나마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3~4시간 정해진 시간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서 난생 처음 손으로 밥도 먹고,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에나 가면 볼 수 있었던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열흘을 지내면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 곳 도시에서만 자라 문명과 발전이 주는 혜택을 당연히 여기며 지내왔던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보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편안하게 지내며 이곳 아동처럼 가계의 생계를 위해 과일이나 채소를 팔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매일 매일 먼 학교를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다니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말라리아로 동생을 잃어본 일도, 먹을 것이 부족해 하루에 한끼를 먹어본 일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사진/ 첫날 저녁 메뉴는 닭 요리를 곁들이 꾸스꾸스였습니다.이방인인 저를 배려해 숟가락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지만 '아까인(괜찮아요)'이라고 말하고 함께 손으로 먹었습니다.                    
한 그릇에서 다같이 손으로 밥을 먹으면 서로 정감도 오가고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번 방문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곳 말리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 심심치 않게 원조 피로(Aid Fatigue)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선진국들이 저개발국들에게 적지 않은 원조를 해주었음에도 그들의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을 비관하여, '선진국들의 원조가 저개발국들의 처우를 개선시키기 어렵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주는 것에 익숙해졌고 우리는 구호와 원조에 지쳤다'라는 등의 생각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사업장 방문 동안, 마을 깊숙한 곳까지 포장도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을 하루 종일 누비며 마을 사람들에게 위생과 보건에 대한 상식을 전하는 의료인력들, 임산부 진료상담(CPN: Consultation Pré-Natale) 동안 임산부에게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조산사들, 말라리아 예방에 관한 토론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국제기구나 NGO에서 나온 외국 인력이 아니라 적합한 교육을 받은 현지인 또는 그들과 함께 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사진/ 세계말라리아의 날을 기념해 'CPN무료주간'을 실시하였습니다.                                            
         바네쏘(Banbesso)에서 조산사가 산모들에게 임신 중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 쿰비아(Koumbia)의 CPN진행 모습. 신생아 대상 예방접종이 실시되었습니다.                        

밤 늦은 시간까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는 보건인력들을 보며 과거 6,70년대 농촌마을 개발을 위해 밤낮으로 열띤 토의를 하던 과거 한국 청년들의 모습 – 비록 책이나 매체, 이야기로만 전해 들은 것이지만 – 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들어오던 원조피로의 이야기가 적어도 말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도움이 그들에게 얼마나 값지고 유용한 지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진/ 마을을 방문하는 동안 시장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한 유명상표의 마크가 그려있는  
 고무신을 보았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말리는 과거의 우리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프로젝트 배경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 중인 시카소 지방 그 중에서도 요로쏘 지역의 보건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은 마을보건센터, 모성병원을 건립하고, 의료장비 및 기자재를 공급하여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96개 모든 마을에 전문보건훈련을 이수한 마을보건담당을 배치함으로써 마을 단위에서 응급 처치, 질병의 초기 진단 및 환자 후송이 가능토록 합니다.

그 밖의 정보
말리는 2010년 유엔개발계획 인간개발지수(HDI) 기준 전체 169개국 중 160위에 머무르는 세계 10대 최빈국이며, 신생아 다섯 명 중 한 명이 5세 이전에 사망하는 곳입니다. 또한 1인당 GNP는 500달러(USD) 이하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진/ 쿰비아의 보건센터에서 만난 엄마와 그녀의 두 아이.                                         
         큰 아이는 낯선 외국인이 무서운 듯 신기한 듯 엄마 뒤에 숨어 있습니다.                


해외아동보건/영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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