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만나 보세요.
21대 국회가 출범한지 일년이 되었다. 그 사이 63년만에 민법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어 자녀에 대한 체벌이 금지되었으며, 온라인 그루밍을 정의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어떠한 환경이나 이유로도 아동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점을 국가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은 교육과 안전, 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학교의 중단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았고, 닫힌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도 이어졌다. 아동권리옹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1대 국회의 아동 인권 관련 입법활동을 분석∙평가해 본다.
지난 1년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 법안[1]은 519건으로 전체 발의 법안의 5.3%이다. 20대 국회와 비교해 1.5배가 높다. 그러나 이 중 가결 법안은 24건으로 4.7%에 지나지 않으며, 대안반영폐기를 포함하더라도 처리율은 20.6%에 그쳤다. 가결된 아동 법안은 21대 국회 전체 가결된 법안의 0.06%에 그쳤다. 409건의 아동 법안이 잠자고 있다.
21대 국회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아동 법안은 폭력 및 학대, 가정환경 및 대안양육 관련 순으로 각각 248건, 65건이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은 특히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양천구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등 국민적 공분이 높았던 시기에 집중 발의되었으나 발의된 법안의 74.2%는 국회에 계류되었다.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 178건의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원안이 가결된 법안은 4건이었다. 여론이 주목하는 이슈에 관한 근본적인 진단과 성찰보다는 일시적 집중의 인상을 주기 쉬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아동 안전의 시작인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문제도 별 진전이 없었다. 2년 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출생통보제 등 누락 없는 출생 등록 도입을 통해 죽음 후에야 세상에 존재를 알린 아이들의 생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부모에게만 출생신고를 맡겨두는 현행 출생신고제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법적 개선 노력은 19대, 20대 국회에서 있었으나 임기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15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1건만이 국회의 문턱을 넘겼다. 특히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고자 하는 알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 유기를 쉽게 하는 환경을 제공할 위험이 큰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은 신중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분리 보호된 아동에 대한 국가 지원의 강화,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보장, 경쟁교육에 기반하는 교육제도 개선, 장애아동, 이주아동, 북한이탈아동 등이 교육, 보건의료, 복지에의 접근에 차별이 없도록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 등 21대 국회의 과제가 많이 있다고 본다. 아동학대예산 일원화 등 아동관련 자원 할당의 형태와 규모의 개선, 아동인권 관점에 기반한 정책과 제도가 촉진될 수 있는 ‘아동기본법’ 제정에도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비전인 ‘내일만큼 오늘이 빛나는’ 아동의 삶의 변화를 위하여 21대 국회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바란다. 어른이 되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여덟 살 서현이[2]의 미처 다 살지 못한 생에 우리 사회는 죽음으로부터 배울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올 2월 발의된 대통령 산하 아동학대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특별법은 100일이 넘어서야 첫 논의를 시작했다. 조속한 입법을 통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국가와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1년 6월 2일
세이브더칠드런
--------------------------------
[1]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명 또는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 ‘아동’, ‘청소년’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이다.
[2]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2014). 이서현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