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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아동의 등록될 권리는 아동 안전의 시작이다
- 정부의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며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2019년 처음 실시한 「만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를 통하여 학대사례가 4건 발견되었다. 이 중 원주 삼 남매 가정은 부모의 고의로 얼마든지 아동의 존재가 은폐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생 미신고 사례이다. 삼남매 중 첫째 자녀는 학대 피해 여부를 수사하고 있으며, 둘째와 셋째 자녀는 생후 1년도 안되어 사망하고 유기되었다. 생존자인 첫째 아동이 아니었다면, 출생신고 조차 안된 ‘유령 아동’이었던 셋째는 그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등 해외 여러 국가도 아동 출생 후 의료기관 및 부모 등의 신속한 통보 의무를 공동으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출생 등록에서 누락되는 아이가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출생통보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전이 없는 사이 우리는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아이들을 놓치고 있다. 그 중에는 원주 삼남매 셋째 아이처럼 죽음 후에야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죽음들을 언제까지 목도하기만 할 것인가.
작년 5월 우리 정부는 누락 없는 출생등록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통해 위기아동 발굴 및 보호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포용국가 아동정책』, 2019.5.23). 지난 10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에 대해 정부는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도입 검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부처의 협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은 아동학대와 유기, 방임 등 인권침해 상황에 여전히 방치되었다.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은 한 장애아동의 동생 또한 출생신고 후에야 예방접종을 받았다.
전수 조사의 연령 확대를 통하여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점검하고자 하는 국가의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2016년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실시되고 있는 미취학아동 전수조사에서 출생미신고, 허위신고, 아동의 소재불명 등의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은 출생신고에 관여하지 않고 출생신고의 의무를 부 또는 모에게만 맡겨두는 현행 출생신고제도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법개정을 통해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도 부모 대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어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를 지자체나 검사가 확인할 수 없는 한, 대신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동 전수조사는 대상아동의 선정 및 조사기간, 선별적 방문조사, 조사제외연령 등을 고려할 때 상시적인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봄 『포용국가 아동정책』, ‘내일만큼 오늘이 빛나는 우리’를 발표하며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선언하였다. 그리고 곧 또다른 봄을 맞는다. 작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출생등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실시와 모니터링 체계 수립 등 미등록 출생아동 파악을 위한 조치 계획 수립을 주문하였다. 아동의 등록될 권리 보장은 모든 존재의 존엄한 삶의 여정의 시작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을 위하여 아동은 공적시스템에 기반하여 국가와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 죽음을 몰랐던 한 아이의 생을 이제야 목격하며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아동들의 내일과 오늘을 만드는 그 첫걸음, 출생통보제의 도입과 나아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확립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0년 2월 19일
경상남도아동위원협의회,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무궁화복지월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서울YMCA,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육영재단,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탁틴내일, 푸른나무재단,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홀트아동복지회,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뿌리의 집,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세이브더칠드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재단법인 동천, 재단법인 플랜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