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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이우철의 Be-Cause마케팅] 아동 놀 권리와 세탁세제와의 관계
보도자료
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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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이우철의 Be-Cause마케팅] 아동 놀 권리와 세탁세제와의 관계



방금 전까지 조용하던 아파트 단지가 밤 10시가 가까워지면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아파트 근처 상가 건물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온 학생들과 이들을 데리고 가려는 부모들로 조용했던 단지가 시끌벅적해진다. 하지만 10시 30분이 넘어가면서 단지는 또다시 적막해진다. 하루 종일 노는 시간 없이 공부만 강요당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만들어낸 잠시 동안의 슬픈 북적거림이다.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책임만 있고 ‘신나게 놀 권리’는 없는 것 같다. 미래를 위해 공부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무슨 놀 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89년 유엔총회에서는 국제적인 인권조약으로서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 등 아동이 관련된 모든 권리를 규정해 놓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하였고, 그 안에 아동의 놀 권리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협약은 1959년 공표된 유엔 아동권리선언문과 1923년 세이브더칠드런에 의하여 발표된 아동권리선언문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아동의 놀 권리’라는 것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 되었다. 대한민국 아동들에게 있어서 논다고 하는 것은, 공부한다는 것과 배치되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하여,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놀 권리 회복 프로젝트인 ‘놀이터를 지키자’를 기획하였다. 학원을 전전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공간을 되돌려 주어, 아이들의 바쁜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함이다. 이를 위하여 세이브더칠드런은 뜻을 같이 하는 기업, 지역 공동체 그리고 공공기관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 전체의 인식전환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프로그램이 기업, 정부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의 협조 속에서 실행되어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전환 캠페인에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도대체 무엇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세제 회사인 H사에서 진행했던 재미있는 마케팅 케이스 하나를 발견했다. 이 캠페인은 세제의 세척력을 소구하는 대신 아이들의 놀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은 놀아야 성장하기에,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밖에서 노느라고 더러워진 아이들의 옷은 H사의 세제가 깨끗하게 세탁해 줄 것이다”라고(Dirt is Good). 이 얼마나 천재적인 매칭인가. 이들은 세탁세제를 세제로 파는 것이 아니라, 당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당신을 좋은 엄마로 만들어주는 도구로서 그들의 제품을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Dirt is Good’ 캠페인이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아동 삶에 변화를 가지고 왔다고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캠페인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적인 영역에서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고 - 비즈니스 기회까지는 아니더라도 - 그 과정에서 기업과 사회 그리고 소비자까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캠페인으로서, 세탁세제가 할 수 있는 매우 새로운 메시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유가치를 활용한 ‘커즈(Cause) 마케팅’ 전략은 비슷비슷한 제품의 속성이나 타깃 세분화를 통한 ‘메시지’ 전략과는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새롭게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커즈(Cause) 마케팅 전략은 메시지의 새로움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으며,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창의적이라고 느끼게 될 수 있는 것이다(Ang & Low, 2000). 또한 창의적인 것은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많은 연구 결과가 이미 주장하고 있다(Till & Baack, 2005). 그런 맥락에서 공유가치를 활용하는 커즈(Cause) 마케팅은 제품을 판매하는 매우 새로운, 그래서 창의적이고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우철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본부 후원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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