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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와 공감의 기술
보도자료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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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며칠 전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갔을 때다. 연극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가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문화가 있을까?하고 묻자 서로 질세라 50개 100개하고 떠들던 와중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발견되지 않은 나라까지 합해서 몇 백개요!

뒤에서 구경하던 내 맘이 괜히 두근거렸다. 발견되지 않은 몇 백개의 낯선 문화를 경계심 대신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하기. 낯선 사람의 삶을 자신이 사는 것 마냥 떠올려보기.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공감의 감수성은 그런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수업이 시작될 때 이걸 왜 해요?하고 묻던 아이들은 배우의 도움을 받으며 상상력의 고삐를 풀고 가상현실로 뛰어들어 다양한 문화를 탐험했다. 수업이 끝날 즈음 다시 강사가 세상에 하나의 문화만 있으면 편하고 좋지 않을까?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도리질을 치며 우중충해요 기분이 우울해져요 매일 똑같은 옷 입는 것 같아서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1시간 반의 짧은 수업이었지만, 공감의 감수성도 훈련받아야 할 삶의 기술임을 느꼈다.

이 연극 만들기 수업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달부터 교육극단 사다리와 함께 서울 경기 지역의 5개 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차별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다.

석 달간 연극을 만들고 역할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차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직접 겪어보고 다양성의 존중을 말이 아닌 경험으로 깨닫도록 하자는 취지다.

한국사회에서 이미 차별적 개념이 되어버린 '다문화'라는 용어를 쓰진 않지만, 이른바 '다문화 교육'의 일환인 셈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다문화 사회를 이루려면 소수자의 적응 교육보다 다수자가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차이 인정하되 차별 않도록

포털사이트에서 '다문화'를 검색해보면 주르륵 뜨는 제목들은 대개 이렇다. 다문화가족 초청 행사, 다문화어린이 체험 행사, 다문화가족 아동 캠프…. 이렇게 다문화 아동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면 '통합'이 가능할까? 되레 딱지를 붙여 차별을 강화하고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건 아닐까?

정부의 다문화 관련 정책 대다수는 다문화 아동을 소외된 채로 방치해두면 나중에 자라서 심각한 일탈을 야기할 수 있으니 서둘러 통합해야 한다는 '문제'적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윤혜미 교수가 올해 초까지 서울 영등포지역에서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사 대상 아이들의 75%가 스스로 한국어를 '잘한다'고 대답했고, 한국학생보다 유리한 점으로 '이중언어 사용 기회', '부모나라 방문 기회'를 꼽았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정체성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 부적응이 심각하지도 않았으며 되레 이중언어능력에 자부심을 갖는 아이들이 많았다. 학업 부진이나 다양한 문화체험의 결여 등의 문제가 물론 있지만 이는 딱히 다문화가정이 아니라 다른 빈곤계층 아이들에게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다문화 아동들의 한국어 구사력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아이들의 한국어 구사력이 전부 우수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10만명 안팎의 다문화 아동이 아니라, 다르다고 놀리고 따돌림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27일 어린이재단 주최로 열린 아동복지포럼에서 발표에 나선 중학생은 다문화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필요

불쌍하다고 쳐다보거나 왜 그러냐고 묻기보다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이미 성큼 들어선 한국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다문화 아동만 따로 모아 벌이는 허다한 이벤트가 아니다.

대신 한국 아이들 모두가 상대와 나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옆에 친구로 있어줄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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