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는 지역아동센터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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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운동을 억지로 하거나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으면 탈이 납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활동은 재미도 없고 금세 하기 싫어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농어촌지역 아이들이 지루하거나 힘든 과정이 아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아이들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는 참여활동을 지원했습니다.

2018년에는 고창 꿈끼지역아동센터(이하 고창 꿈끼)가, 2019년에는 태안 상상놀이지역아동센터(이하 태안 상상놀이)가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이 참여워크숍을 열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면 좋을지 묻고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상상놀이와 꿈끼라는 이름도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투표로 정해졌습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이 방과후에, 또는 방학중에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단순히 지역아동센터를 짓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농어촌지역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역아동센터에 영양제와 영양간식을 제공하고 문화활동과 체육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할 때도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가장 작은 부분을 예로 들자면, 영양제를 먹을 때에도 아이들이 영양소에 관해 공부하고 먹고 싶은 영양제를 직접 고르도록 했습니다. 비타민을 한참 공부한 아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외부활동을 자주 못하니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견과류, 과일 등 간식도 직접 아이들이 골랐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캠핑과 서핑

체육활동과 문화활동을 할 때도 아이들의 의견과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에 아동참여 가이드라인을 보내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참여를 잘 이끌어내도록 교육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자체적으로 아이들과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예산도 지원했습니다.

태안 상상놀이와 고창 꿈끼 아이들은 모여서 마인드맵도 그리고 토론하고 투표하면서 지역아동센터에서 함께하고 싶은 활동을 골랐습니다. 태안 상상놀이에서는 서핑과 벽화그리기를, 고창 꿈끼에서는 캠핑 테마로 요리대회와 미니운동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은 안전문제와 코로나19상황 때문에 서핑을 하는 것도, 센터에서 캠핑 체험을 하는 것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낸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다치거나 잘못될까 그것만 너무 신경 썼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삶에 대해서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원해서 참여한 활동은 말 그대로 참여도가 높죠. 자기들이 관심있던 부분이고, 막상 가서 재미없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선택했고, 주변에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도와주면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자연 가까이에 사는 것과 자연을 누리는 것은 달랐습니다. 태안에 사는 아이들에게 바다는 가까웠지만 서핑은 멀게 느껴지는 스포츠였고, 고창에 사는 아이들에게 산과 들은 가까웠지만 캠핑은 유튜브 속에만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 놀기만 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원하는 건 미디어에서 본 즐거운 체험활동이었습니다.

고창 꿈끼 아이들에게 왜 캠핑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불멍*과 마시멜로우 구워먹는 걸 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모든 도시 아이들이 서핑을 즐기거나 캠핑을 자주 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도시보다 농어촌지역에서는 아이들의 놀 공간이 부족하고, 운동경기나 공연, 전시를 볼 기회도 적습니다. 그래서 유독 농어촌지역 아이들에게 캠핑이나 서핑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멍: 캠핑을 하면서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본다는 의미의 신조어

경험의 씨앗이 새싹으로

서핑을 선택한 태안 상상놀이 아이들이 또 다른 활동으로 벽화그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집 사이에 숨어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더 잘 보이면 더 안전한 공간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도 아이들이 의견을 냈습니다. 색칠도 함께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지역아동센터 가는 길에 그려지니 골목이 더 환해지고 안전해진 느낌입니다.

적은 인력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선생님들은 전에는 아이들의 참여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만, 한번 참여활동을 해보고 나니 다음 활동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합니다.

“어떤 작은 활동을 하더라도 질문하는 법이 생겼어요. ‘이거 하면 어때?’ 이렇게 물어봐주는 거 있잖아요. 앞으로도 아이들하고 뭔가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 벌써부터 설레는 것 같아요.”

“아동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고 계획하고 이루어내는 게 아동의 이야기이고 아동의 행복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궁극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서 좌절하거나 실패하는 것까지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요.”

캠핑과 서핑을 아이들이 한번 놀러갔다 오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바로 그 ‘한번 놀러갔다 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마음에 심긴 선택의 기회와 다양한 경험의 씨앗은 언제 어떤 새싹으로 피어날지 모르지만 분명히 무럭무럭 자랄 것입니다. 지역 격차를 넘어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계속해서 농어촌지역 아이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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