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 2018년 재난 현장의 기록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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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통받는 아이들 곁에…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 활동


태풍과 지진, 쓰나미… 자연재해는 아이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재난에 고통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이 일상이 된 예멘과 로힝야 아이들입니다. 재난은 막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재난 속에서도 아이들의 삶은 온전히 지켜져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재난 현장의 아이들에게 가장 빨리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박영의, 장덕현




일상을 앗아가는 자연재해

9월 28일 오후 6시 2분. 저녁 기도를 준비하던 9살 푸리(Puri, 가명)는 발 밑에서 강한 진동을 느꼈습니다. 집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푸리의 머리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졌습니다. 푸리가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어둠이 깔린 뒤였습니다. 돌무더기에 파묻힌 몸.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한쪽 팔을 들어 필사적으로 소리를 냈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 주변으로 푸리를 찾아 헤매던 오빠 디마스(Dimas, 가명, 33세)와 마을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맨손으로 달려들어 돌무더기를 걷어 내길 한참 만에 푸리는 잔해 속을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5시간 만이었습니다.


“여동생을 발견한 곳은 원래 집이 있던 곳에서 50미터나 떨어진 곳이에요. 지진에 쑥대밭이 된 마을을 보며 살아남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푸리가 살아 돌아온 건 기적이에요” 머리를 다친 푸리 곁을 지키고 있는 오빠 디마스가 이야기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자연재해. 인간이 쌓아 올린 많은 것을 무너뜨리는 재난 앞에서 푸리와 같은 기적이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에 규모 7.5의 강진이 닥친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진의 뒤를 이어 덮친 6미터 높이의 쓰나미, 지면이 늪처럼 물러지며 마을을 통째로 삼키는 액상화와 산사태로 주민 208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큰 부상을 입은 주민은 4438명에 이르고 6만8451채에 달하는 집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살며 많은 자연재해를 목격했지만 이번 지진쓰나미는 지난 10년간 목격한 재난 중 최악이에요. 해안가에 있던 집은 납작하게 찌그러졌고, 자동차는 뒤틀린 채 벽에 처박혔어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건물 잔해 사이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어요”


이브더칠드런의 현지 파트너 구호기관인 YSTC(Yayasan Sayangi Tunas Cilik)의 셀리나 숨붕Selina Sumbung 회장이 전한 상황입니다. 지진 발생 한 달,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22만명이 넘는 주민이 아직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면서 구호활동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질병 확산에 대한 공포도 커졌습니다. 설사와 호흡기 감염병이 증가하는가 하면, 말라리아와 뎅기열, 수두 의심 증상도 보고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곳은 술라웨시 뿐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발리.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섬 롬복Lombok도 올해 7월 29일 발생한 6.4 규모의 지진을 시작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규모 6 이상의 강한 지진을 수 차례나 겪었습니다. 지진에 의한 사망자 수는 555명. 많은 가옥이 완전히 무너졌고 39만여명의 주민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 발생한 태풍 중 최대 규모인 슈퍼 태풍 망쿳은 지난 9월 15일 새벽 필리핀 북부를 강타해 66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도적지원이 필요한 주민은 55만명, 그 중 17만명이 아이들입니다. 태풍의 길목에 놓여 피해가 컸던 지역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는 가난한 가정이 많은 곳입니다.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 수확 시점과 맞물려 태풍이 발생한 바람에 많은 주민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에 처해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재앙 속에 사는 아이들
인간이 만든 재앙도 있습니다. 잔혹한 분쟁을 3년째 겪고 있는 예멘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폭격과 굶주림, 질병의 위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겪는 ‘대재앙’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감행된 공습은 총 1만8326회. 하루 16번 꼴입니다. 공습은 2398명의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부상을 입은 아이도 3652명에 달합니다.


ⓒMohammed Awadh/Save the Children
7살 이스마일(가명)이 타고 있던 통학버스는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을 받고 폭파되었습니다. 40명의 어린이가 숨진 이 사고에서 이스마일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에서 이스마일을 비롯한 생존 어린이들의 부상회복과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9일 아침은 7살 이스마일(Ismail, 가명)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습니다. 이스마일이 타고 있던 통학버스에 폭탄이 날아들어 함께 학교에 가고 있던 친구 40명을 포함, 약 50명이 숨졌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아이들 대다수는 10살 미만이었습니다. 이스마일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날아드는 파편에 크게 다쳤습니다.


굶주림도 고통스럽습니다. 오랜 분쟁으로 경제가 무너지면서 예멘인구의 3분의 2(64.5%)는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극심한 급성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5세 미만 영유아는 40만명입니다. 부모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나머지 아이들을 굶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설사, 호흡기 질환과 같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10분에 1명씩 아이들이 숨지고 있지만 병을 고칠 의사도 약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의료시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늘면서 병원도 마음 놓고 갈 수 없습니다.


ⓒMohammed Awadh / Save the Children

8살 라잔(가명)은 예멘 호데이아에 퍼부어진 공습때 눈을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에 갈 수가 없어 5일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라잔의 수술을 위해 전문병원에 의뢰했으며 심리적 치료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종 학살의 교과서(textbook example of ethnic cleansing)’ 지난해 8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로힝야 폭력사태를 유엔은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잔악한 폭력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친 로힝야 난민은 70만명에 이릅니다. 그 중 절반 이상(55%)이 18세 미만 아이들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말 로힝야 난민을 심층 인터뷰한 보고서에는 아이들이 절대 겪어서는 안 될, 그러나 이미 많은 아이들이 겪고 목격해 버린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군인들이 저랑 다른 소녀들을 끌고 가더니 총으로 제 얼굴을 때리고 가슴을 발로 차고 팔과 다리를 짓밟았어요. 그리고 군인 세 명이 저를 강간했어요. 저는 중간에 기절했어요. 갈비뼈가 부러져 숨쉬기가 어려웠어요”


방글라데시로 피난 온 16살 소녀 사디 바비란(가명)의 증언입니다. 12살 호산(가명)은 피난길에 물과 음식을 찾다 저수지를 발견했습니다. “저수지에 주검이 최소 50구가 떠 있었어요. 집이 타는 냄새와 부패해 부풀어 오른 주검을 잊을 수가 없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예요”


방글라데시 땅에서도 위험은 상존합니다. 민둥산 절벽에 위태롭게 자리한 콕스바자르Cox’s Bazar 난민촌. 92만명이 넘는 난민, 얼기설기 지은 가건물로 초만원인 이곳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이클론에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식량은 부족하고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으며 아이들은 학대와 착취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
이 모든 재난은 아이들에게 특히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아이들은 가족이 목숨을 잃고 집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가족과 헤어지거나 일상을 빼앗겼습니다. 당장 닥친 굶주림과 질병, 학대, 착취의 위협도 크지만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과 교육의 부재도 걱정입니다.


공습이 빈번한 예멘에서는 많은 아동이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야뇨증이 생기거나 큰 소리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교육의 부재도 심각해 예멘에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동은 200만명에 달합니다. 이 아이들은 군대 징집, 조혼 등 어린시절을 몽땅 빼앗길 위험에도 처해 있습니다. 학교가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1500개가 넘는 학교가 피해를 입었고 21개 학교는 무장 단체에 점령당했습니다.


“아이들은 위기 상황에 특히 취약해요. 예멘 아이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수인 기초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장기적인 정신건강과 심리사회적 안녕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합니다” 켈리 맥브라이드Kelly McBride 세이브더칠드런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 지원 지역고문의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도 지진쓰나미로 2700개가 넘는 학교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최소 18만명의 아이들의 교육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YSTC 셀리나 숨붕 회장은 “아이들에게 학교는 배움의 장소일뿐 아니라, 안전함을 느끼고 보살핌을 받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기 원하지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지진해일에 쓸려 나가고 무너져 내린 학교를 지켜보는 것뿐입니다”라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아이들이 미래를 잃지 않도록
아이들이 위기에 처한 이 모든 현장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있습니다. 공항 등 교통시설이 망가져 접근이 어려웠던 술라웨시 섬에는 재난발생 후 사흘만에 현장에 도착한 최초의 구호단체 중 한 곳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 기반 파트너단체인 YSTC를 통해 집을 지을 수 있는 키트와 모기장, 식수, 위생 키트를 배포하고 아동친화공간과 임시배움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심리사회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헤어진 가족들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Ardiles Rante / Save the Children
7살 리키(가명)는 쓰나미가 일어난 난리통 속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리키는 다 무너진 폐허 속에서 홀로 발견되었습니다. 가족과 헤어진지 2주 뒤, 리키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파트너 기관에 의해 가족을 다시 만나 기쁨의 순간을 나누었습니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과 예멘에서도 식료품을 나눠주고 아이들을 위한 영양실조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등 영양실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폭력과 가족을 잃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아동친화공간을 운영합니다. 또 임시배움터를 만드는 등 어른들의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은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모든 재난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더 빨리 돕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미리 모아두는 '긴급구호 아동기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한 후에 모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 지역에 늦지 않게 도착해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기금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금 덕분에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인도네시아 지진과 필리핀 태풍 망쿳 피해지역, 로힝야 난민캠프와 예멘 내전 피해지역 등에 구호자금을 긴급 투입해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재난으로 아이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누군가의 도움이 닿지 않는다면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인 아이들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더 빨리 더 절실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해 주세요.



 
인도적지원이란?
지진, 가뭄, 분쟁 등 재난 발생시 인명을 구조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긴급구호뿐만 아니라 조기 복구와 재건, 장기적인 예방과 대비, 모니터링 등 전 과정을 인도적지원이라고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재난상황에서 아동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동
친화공간을 운영하고 아동보호를 위해 식량, 식수, 위생, 보건의료 등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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