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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GO가 보는 세계] 의료 지원 절실한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
보도자료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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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기구에서 일하며 ‘전후 이라크’, ‘쓰나미 피해 복구 현장’, ‘북한’, ‘서부 아프리카’, ‘태평양 바누아투 싸이클론 대응 현장’ 등 평범한 사람들이 잘 가보지 못하는 세계 많은 곳을 경험했다.


그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필자가 세이브더칠드런 지부장으로 근무했던 우즈베키스탄이다. 뚜렷한 사계절, 고대 실크로드가 만들어낸 찬란한 문명의 발자취, 멜론, 수박, 살구, 체리 등 비교 불가한 달콤함을 자랑하는 풍부한 과일, 외국인에게 친절한 사람들의 추억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이어주던 실크로드의 한 가운데 있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사막 위를 황금빛으로 수놓았던 티무르 대제국의 영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티무르 대제국을 이룩한 ‘아무르 티무르’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인도 일부까지 정복하며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동서양 교류를 통하여 실크로드 문화의 꽃을 피우게 한 전쟁 영웅이었다.


이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라의 이면에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다. 중앙아시아 만리타향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이 25만명이나 거주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의 역사는 1937년 스탈린의 소수 민족 분산정책에서 비롯됐다. 연해주 등 극동지역 거주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1937년 9월 화물열차로 연해주 등 극동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으며, 이주 과정에서 노약자 다수가 사망하였다. 홍역이 돌아서 영유아 사망률이 60%에 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즈벡키스탄에 도착한 초기 고려인들은 7만6,000여명에 달했다.


고려인은 우즈베키스탄 이주 후 현지 주민들의 도움으로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강제 이주 당시 가져온 볍씨 등 농작물 씨앗으로 벼농사에 성공하여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쌀 농사를 보급하였다. 2차대전 시에는 거주ㆍ병역 제한, 적성민족이라는 오명 하에 탄광, 군수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을 했다. 이후에도 험한 세월을 보내며 점차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상실해 갔다.


한민족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성공을 일궈낸 고려인도 있었다. ‘김병화 협동농장’을 운영한 김병화는 구 소련으로부터 노력영웅 칭호를 받을 정도로 성공을 이뤄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고려인들은 우즈벡, 러시아인들이 구축한 주류사회를 이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벡인도, 러시아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 혼란 속에서 소외계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현지 파트너들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우르타치르칙에 위치한 고려인 집성촌 ‘김병화 마을’에 보건소를 건축하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개선을 위해 모자보건 사업을 진행하였다.


우즈베키스탄은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지수조사대상 188개국 중 105위를 기록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00달러로 빈국에 속한다. 여기에 점차 빈부격차도 발생하고 있가다. 보건의료상황 또한 빈부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상위 20% 소득가구의 5세 미만 사망률은 1,000명당 52명인데 비해 하위 20% 빈곤층의 5세 미만 사망률은 1,000명 당 72명이다. 인구의 67%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빈부격차는 물론 도농격차가 심해 농촌지역 주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병원과 의료 시설들은 타슈켄트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간오지에는 간이 보건시설 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설혹 그런 시설이 있더라도, 구 소련 시절의 의료 기자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김병화 마을’은 소수민족 마을이라 정부의 관심에서도 멀어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김병화 마을’ 보건소 건축과 최신 의료 기자재 지원을 통해 가임 여성 2,300여명과 5세 미만 아동 200여명을 포함한 고려인 1만여명들이 개선된 보건환경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고려인들이 소수민족으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구 소련의 지배와 붕괴 등 격변의 세월을 겪은 25만 고려인들이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며 저 멀리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광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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