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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30 세상] 아이들 의견 듣지 않는 학교 정책
보도자료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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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부산 전북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이 각기 모여 잘 놀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참여 활동을 진행했다. 이때 나온 이야기 중 몇 가지다. “책걸상을 접이 식으로 만들고 교실도 크게 만들어서 친구들과 다치지 않고 놀게 해주세요.” “학교에는 음악실, 미술실, 체육관, 강당, 빈 교실이 많은데 항상 잠겨 있어요.” 어른들이 볼 때는 전혀 문제로 느껴지지 않던 것도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니 바꿔볼 만한 것들이 꽤 있었다. 아이들은 말은 서툴렀지만 자신의 눈높이에서 경험한 바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해줄 말이 있었다. 자신의 문제에 관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잘 보지 못하는 구석구석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아이들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아이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삶과 직결된 일에서조차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할 때가 많다.  

3년 전 농어촌 통학 환경 개선 일을 하며 만난 한 아이는 방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기 학교가 큰 학교와 합쳐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기는 전학을 가야 하고 통학버스를 꽤 멀리까지 타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아이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어른들끼리 없애기로 하고 이렇게 갑자기 알려주는 것에 무엇보다 화가 난다고 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총 5396개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처럼 당혹스러움을 안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했을지 헤아리기 어렵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학생 수가 줄어가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해묵은 과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2009년 발간한 ‘아동의 의견이 존중받을 권리’에선 아동 참여를 ‘아이들과 관련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고, 어른과 아이가 서로 간에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적정 규모 학교를 육성하자고 내놓은 문서를 살펴보았다. 학교 통폐합의 당사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학부모’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담긴 지역 교육청의 문서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인 ‘학부모’의 동의를 몇 퍼센트 받는지가 중요하지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절차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담당 공무원과 통화해 보았다. 그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설명회와 공청회, 설문조사 등 여러 차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다만 그 대상은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들, 더 나아가 동문회까지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학부모의 의견으로 갈음하는 거죠.”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통폐합 과정에서 아이들이 참여했거나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안내문을 만들어 배포했다는 어떠한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교육 당국은 지금이라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 정말 중한 것은 학교를 만들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자신과 관련된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들려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통폐합 과정이 곧 산교육의 장이 되는 것. 그것이 참말로 중한 것이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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