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세이브더칠드런의 새로운 공지와 언론에 보도된
소식을 만나 보세요.
[동아일보] 착하고 머리 좋고 겸손한 사람, 어디 없나요
보도자료
2012.11.20
공유하기

기업을 다니다 비영리 조직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했을 때 여러 번 들은 말이 있다. “착한 일 하겠다고, 봉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월급은 나오나요?”


많은 사람이 비영리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떠올리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봉사가 아니고 하나의 일이다. 그 일에 대한 대가도 받고 있다. 


비영리 기관이 운영되는 데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혹은 자원활동가들의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기는 불가능하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직원을 뽑기 위한 첫째 가치는 책무(Accountability)다. 책무란 ‘우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토록 하며, 후원자들과 협력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아동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노력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우리 같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의 대부분 사업은 후원자의 기부와 지원으로 운영된다. 그러기에 더욱 엄격한 책무성이 요구된다. 


내가 속한 부서는 캠페인과 모금, 그리고 후원자들과의 소통을 책무로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성과지표를 관리하는 직원과 더불어 캠페인을 짜고 실행하는 기획자도 필요하다. 비용 대비 디지털 매체의 효과와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변화도 읽어내야 한다. 리플릿이나 포스터를 만들어야 하고, 방송사와의 촬영도 진행해야 하며,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실행하기도 한다. 회계담당 전문가나 정보기술(IT) 담당 인력도 절실하다. 




IT담당 등 전문인력 뽑기 힘들어


이런 전문인력을 비영리 조직이 영입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 기업의 사장님에게 ‘마케팅 기획력이 있고, 영어도 잘하고, 비영리 조직에서 세상을 바꿔볼 꿈도 있으며, 아동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경력 5, 6년차 직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분은 한동안 나를 쳐다보시더니,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자신에게 먼저 데려다 달라며 “예전에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면 착한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도 좋아야 하고 국제화 시대에도 맞아야 하고 태도도 겸손해야 한다고 하니, 기업보다 한술 더 뜨는 인재상을 요구하는군요”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른 마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인내심까지 갖춘 인재를 바란다니, 너무 이상적인 기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NGO활동가들’이란 제목으로 후배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특별한 사명감이나 너무 굳센 결심을 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있는 하나의 조직이란 점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공부할 부분도 많고 배우는 점도 많고 전 세계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과 만나면서 시야도 넓어질 수 있다는 국제 비영리기관의 장점도 내세워 보았다. 


반짝거리는 눈빛은 많았는데, 모르겠다. 그 뒤 내게 지원 의사를 밝힌 사람은 아직 없었다. 강의 막바지에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비영리 조직이나 비정부기구의 월급이 너무 적다던데 어떤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는 직업이 있으면 좋겠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 것보단 훨씬 좋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얼마 전 송도에서 녹색기후기금이라는 세계적인 국제기구를 유치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세계적인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기관이 애써 키우고 있는 직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들고, 한편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비영리 비정부 분야의 인재난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고민도 든다. 


국가에 제안을 해 군복무를 비정부기관 근무로 대체하는 걸 제안해볼까 하다가 반발이 우려돼 접었다. 재능 기부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업들에 최소 1사(社) 1명의 전문인력을 1년간 프로젝트에 무료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월급은 적지만 할수있는 일 많아


인재난을 덜어주는 협업 방식 중 하나는 프로보노(probono·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재능, 기술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 활동이다. 주로 무료 인권변호사들에게 사용되는 말이지만 전문기업이나 인력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일로 기부할 때도 쓰인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도 이런 프로보노 활동으로 많은 프로젝트와 과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받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조직구조에서 중장기 전략까지를 함께 해주는 파트너이며, 삼일회계법인은 회계 프로젝트를 정리해주고 있다. 예술가와 사진가들도 적극적으로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하지만 최선은 인재를 발굴해 교육과 성장을 통해 내부적으로 튼튼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리라. 세상을 바꿀 꿈을 가지고 비영리 조직이나 비정부기구에서 3년만 일해 보면 어떨까? 성공은 아니더라도 분명 성장하는 인생이란 느낌은 확실히 들 텐데….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원문링크

http://news.donga.com/3/all/20121120/50965568/1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