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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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세이브더칠드런② 캄보디아 크라체, 김윤정단원
사람들
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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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에서 버스로 7시간 거리에 크라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직선 거리로는 250km 정도 밖에 안되지만 포장된 길을 따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400km 가까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접근성이 좋지 않은 이유로, 크라체는 발전이 더디고, 구호 단체의 지원도 적은 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부터 크라체에 있는 17개 마을에 사는 아동들 중, HIV/AIDS로 부모를 잃거나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아동 600명을 선정하여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리타는 다른 아이들처럼 매일 학교에 나가서 공부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하지만 학교가 너무 멀어 요즘 같은 우기에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은 정말 무리입니다.
물론 학교를 가더라도 공책, 펜과 같은 간단한 학용품 조차 없는데다가, 영양결핍으로 늘 피곤하고 자주 아프니, 집에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하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리타가 학교를 갈 수 있게 돕는 것은 극빈한 가정형편, 이로 인한 영양 부족, 학용품의 부족,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학교, 교육에 대한 낮은 기대감 등을 동시에 완화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리타의 마을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동이 15명 더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부모나 보호자들을 설득하여 자기 돕기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자기 돕기 그룹의 회원들은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가능한 한도 내에서 돈을 갹출하였고, 여기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한 돈을 합쳐 마을 은행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은행의 주주 같은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고, 더 이상 50%가 넘는 고리대금을 이용할 필요 없이, 2%의 적은 이자로 그 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리타의 어머니는 이곳에서 75달러를 빌어 마을 어귀에 작은 구멍가게를 냈습니다. 식용유가 비싸 한 통을 살 수 없는 마을 사람들의 형편에 맞춰 큰 식용유를 사서 작은 봉지에 담아 팔고, 마을 사람들이 키운 야채를 사서, 가게 앞을 지나가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시장에서 생선을 사다 말린 후 작게 잘라 팔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되지 않은 가게의 상품들이 몇 달 사이 다양해졌습니다. 정기적으로 큰 시장에서 고기를 사다 와서 팔기도 하고, 집에서 직접 만든 부식거리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매월 빌린 돈의 이자와 함께 조금씩 원금을 갚아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시적인 구호품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진 리타의 부모님은 돈을 빌릴 때의 약속대로 리타를 계속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리타의 어머니를 만나 아동의 권리와 교육, 영양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드리고, 동시에 어머니의 장사 경험을 토대로 16개의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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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제 구호, 개발 사업들이 종종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당장의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에 치중된 경향이 있는 가운데,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은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대안을 찾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지원을 해 줌으로써, 지원이 종결된 이 후에도, 장기적이고 내부적인 개선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업결과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업 초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아동들에게 자전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3km~5km나 떨어진 곳에 사는 아동들은 특히나 부족한 체력 때문에 걸어서 등하교를 하기가 힘들고, 여아들의 경우에는 등하교 길에서 신변에 위협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들이 오래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생각에, 문제가 생겼을 시 언제든 수리를 받을 수 있는 보증서가 딸린 새 자전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었지만, 사무실에서의 저희의 기대와 현지 사업장에서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34대의 자전거를 일차적으로 아동들에게 제공하고 몇 달이 지난 후,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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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자전거 어때? 이제 학교 가기가 훨씬 수월해졌지?”
해맑은 웃음으로 자전거가 있어서 이제 학교에 매일 갈 수 있다고 답하는 아이들 가운데,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몇 주일 째 집 앞에 세워만 놓고 있어요” 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현지에서 조달했던 캄보디아 국내산 자전거가 비포장 시골 도로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무상 수리의 보증 역시 자전거를 구입한 시내에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외딴 마을에 사는 아동들은 자전거 수리를 위해 시내에 나갈 형편이 되지 않아 고장 난 새 자전거를 집에 방치해둔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더 많은 아동들에게 자전거를 제공할 계획이었던 우리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의외로 쉽게 아이들로부터 해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꼭 새 자전거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중고 자전거라도 튼튼한 게 더 좋아요. 고장이 나면 마을에는 고쳐줄 사람도 없고, 자전거가 튼튼하면 우리 가족이 돌아가며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거에요.”

실제로 시장에는 상태가 매우 양호한 한국산, 일본산 중고 자전거가 있었는데, 이들은 언뜻 보기에도 뼈대나 바퀴 등이 훨씬 튼튼해 보였습니다. 프놈펜 사무실과 서울 사무실에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하고, 내년부터는 튼튼한 중고 자전거를 현지에서 꼼꼼하게 골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보다는, 우리의 기준과 입장에서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결정하는 우를 범합니다. 국제 구호와 개발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적,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우리가 제공한 도움이 현지에서는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 경우, 구호단체의 지원이 근시안적이어서 장기적으로 그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의존적이게 만드는 경우 등, 우리의 선한 목적이 그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혜자와 수여자라는 일방적인 관계를 벗어나, 좀 더 동등한 대화와 조정의 채널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제가 캄보디아에서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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