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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 아빠의 말리 이야기 7 - 내친구 아부 쿨루발리
사람들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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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면부지의 말리 시카쏘 땅에 떨어져, 말한마디 통하지 않던 이곳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것은 다름아닌 시카쏘 사무소 아동결연과 교육부서 책임자 아부였습니다. 아부는 불어가 공용어인 이곳에서 영어구사가 자유로운 몇 명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불어라곤 ‘봉쥬르(안녕하세요)’ 한마디 알고 간 저에게 아부는 살림살이 구입부터 장보는 요령 등 자세한 생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지역 관계자들이나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준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아부는 영문학, 교육학 석사에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코트디브아르 주재 유럽 석유개발업체의 스카우트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말리의 어린이들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능력있는 인재이기도 합니다. 항상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먼저 베풀어주는것을 즐기는 참 유쾌하고 마음이 넉넉한 친구입니다.
더우기 인심 좋은 아부의 아내 파팀은 자주 우리가족을 식사에 초대해 주어 ‘티가데가(땅콩소스 덮밥)’, ‘난지(토마토 소스 덮밥)’, ‘샤가샤가(고구마잎 소스 덮밥)’, ‘자메(볶음밥)’ 등 말리 전통요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주었습니다. 

사진 1. 환한 미소의 아부


아프리카 음식은 한국음식처럼 다체롭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포론토’라 불리는 음식에 곁들여 먹는 고추는 청양고추 저리가라할 정도로 맵고 중독성이 강합니다. 절대로 말리사람들 앞에서 매운 음식 잘 먹는다고 말하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이 곳 말리인들은 밥을 손으로 먹습니다. 커다란 세숫대야같은 큰 그릇에 밥을 넣고 소스를 끼얹어 6~7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동시에 밥을 먹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 마을에 들어가서 그릇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이 손으로 밥을 먹는 방식에 적응하기 쉽진 않았습니다. 언젠가 아부에게 왜 손으로 밥을 먹냐는 질문을 한 적이있습니다. 말리인들은 음식이 손에 닿지 않고 도구를 통해서 입에 들어오면 그 음식은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부는 답을 해줬습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인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부의 갓 태어난 막내딸 아이사타의 ‘바템’에 다녀왔습니다. 바템은 태어난지 7일을 기념하는 모슬렘들의 의식입니다. 바템은 항상 아침 6시 30분에 시작되고 모슬렘의 지도자인 이맘의 기도와 축복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를 위해 양을 잡고 다같이 즐기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 모든 의식은 모두 야외에서 진행되고 엄마와 아기는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찾아온 사람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마침 시카쏘에 출장온 컨트리 디렉터 톰과 새로온 프로그램 디렉터 마이크도 행사에 동참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외국인들의 출연에 동네 주민들이 다소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동갑네기 친구 아부가 벌써 다섯 자녀를 둔 아빠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진 2. 아기를 위해 기도하는 이맘과 참석자들


사진 3. 바템에 온 톰(오른쪽)과 마이크(왼쪽)


 
사진 4. 오늘의 주인공 아부 부인과 딸 아이사타


말리에 온지도 어느덧 일년 반,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 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음속을 스쳐갔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낙후된 숲속 마을에 지역보건센터 2곳과 모성아동센터 2곳을 근사하게 지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더우기 예산을 절감하여 계획보다 지역보건센터 한 곳을 더 지어 1만 20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에게 추가로 의료시설의 혜택을 줄 수 있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지금도 지역보건센터 개소식 때 촌장님을 비롯한 온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서 춤추며 즐거워하던 모습은 눈앞에 선합니다. 

사진 5. 요로쏘에 간 효민

사진  6. 사업장을 방문한 우리 가족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병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아직도 요로쏘 지역내에 병원을 가기 위해 30km 이상을 걸어가야하는 마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예방접종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많은 영유아들이 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사진7. 2010 예방접종 캠페인 


길도없는 숲속을 80 km씩 들어가는 오지 마을에 찾아가도 식사 때 콜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정작 생명을 살리기 위한 백신이 제공되는 마을은 얼마되지 않는것이 이 곳의 현실입니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아프리카식 콜라의 뒷맛이 언제나 씁쓸하기만 한 것은 아마도 인간의 지혜가 이윤창출에는 밝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데는 우둔한 현실 때문인것 같습니다. 

 

사진 8. 효민과 시카쏘 친구들


어서 빨리 콜라처럼 백신이 배달되어 효민이 또래 친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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