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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공지사항 2020.02.21



[성명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일가족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한 남성이 자신의 두 자녀(5세, 1세)와 아내를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해에는 10월에만 2주 사이에 4건의 일가족 살해·자살 사건이 발생해 8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 생명권을 박탈당하고 만다. 부모에 의한 아동 살해는 아동학대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 


한국정부는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정이 본연의 책임을 다하도록 감독하고 지원할 책무를 당사국에 부여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협약 제6조는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자녀는 부모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며, 아동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독립적 인격체이다.  따라서, 부모가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두고 부모가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를 떠올리며 온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살을 계획한 부모가 남겨질 자녀를 책임질 수 없어 살해한다는 생각은 국가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달리 말하면, 이는 아동의 안녕과 성장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체감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부모의 잘못된 판단과 사회 안전망의 미비 사이에서 아이의 삶과 미래를 빼앗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한 해 최소 25명의 아이들이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망자 수는 2018년 아동학대 사망자 수인 28명에 버금간다. 규모가 비슷하지만 각각에 대해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대응은 다르다.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해서는 예방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생명권을 박탈당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며,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1.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고 공표하라. 


‘자녀 살해 후 자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나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아동학대주요통계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지표화 하고 공표하라.  


2. 현행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위기 가정을 촘촘하게 찾아내고 지원하라.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부 불화, 생활고 및 채무 등 경제적 문제, 부모의 정신과적 문제 등이 지목된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연계를 통한 데이터로 위기 가정을 촘촘하게 찾아내어 ‘자녀 살해 후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효성 있는 아동 안전망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3. 자녀 살해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하라. 


자녀의 생명권을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의 기저에는 주요한 돌봄의 역할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위기가정 지원과 아동보호에 소극적이었던 국가의 책임 방기가 있다. 자녀 살해는 가중처벌을 받는 존속살해(형법 제250조 제2항)와 대조적으로 일반 살인으로 분류되며, 영아 살해는 최고 형량이 일반 살인보다도 낮다. 정부는 자녀 살해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비롯하여 자녀 살해라는 극단적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 이행하라. 


4. 지역사회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서비스를 마련하라.  


위기에 처한 가정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 문제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기 가정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 등 사회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위기가정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안전망 자체가 미비하므로 이를 위한 공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예산을 확대하라. 또한, 가정의 위기가 감지되었을 때 아동 살해 의도가 있는지를 추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담 등 실질적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위험이 발견되었을 때 국가의 공적 체계는 아동 안전 확보 등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작동하여야 할 것이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언론의 ‘동반자살’ 표현을 분석하여,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은 없습니다.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만 있을 뿐입니다”라는 의견서를 25개 언론사에 보낸 바 있다. ‘동반자살’ 이라는 표현의 일상적 사용은 아동을 부모가 마음먹기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인식하게 하여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았다. 6년이 지난 지금, 문제가 되었던 표현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사회구조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속도가 더디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


2020년 2월 21일

세이브더칠드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