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부모가정에서 자라서 우리 애들은 그렇게 안 키우려고 했는데…”
당뇨와 우울증을 앓았던 아빠에게 오롯이 맡겨진 다섯 살 현정이와 아홉 살 기범이를 기억하시나요?
 

※본 사진에서 오빠(기범)는 대역이며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2019년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
현정이와 기범이 가정은 엄마가 집을 떠나며 남긴 공과금과 연체료 때문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도 차려주지 못하고 현정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생활해야 할 집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녔습니다. 아빠는 구멍 난 무릎에 양말을 덧댄 바지를 입고 누군가 버린 낡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린 남매를 볼 때면 한숨만 나왔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도배/장판을 교체한 모습 교체 전(왼쪽) 교체 후(오른쪽).

2020년 남매는 어떻게 변했나?
아빠: (기범이는)학교에도 잘 다니고. 엄마도 안 찾고 잘 지내고 있어요. (현정이가) 좀 걱정인데, 요즘 가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어린이집에 한 번도 안 빠지고 잘 다녀요. 아침 열 시 반에 나가서 오후 다섯 시에 집에 오는데 와서 지(현정이)가 좋아하는 인형도 갖고 놀고. 3, 4월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 가끔 사람들 없는 시간에 잠깐 애들 데리고 나가 산책하며 지냈어요.
기범: 저는 아침 여덟 시 정도에 학교에 가요. 원래 오후 5, 6교시까지 수업을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침 일찍 1교시 시작해서 5교시까지 오전에 끝나고 6교시를 오후에 해요. 쉬는 시간이 아예 없어지고 쉬는 시간이 딱 한 번만 있어요. 온라인 수업 때 수학이 제일 어려웠어요.

▲ 아빠가 사준 색칠 공부책에 그림을 그리는 현정이.

기범이가 말을 멈추고 벌떡 일어나더니 현관 쪽 서랍에 놓인 스케치북을 들고 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현정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답합니다. 스케치북을 받아 든 현정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줍니다. 문득 기범이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물었습니다.

기범: 저는 커서 운동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요. 야구, 축구 이런 운동 좋아하거든요. 제가 체육을 좋아하거든요. 국어랑 사회도 좋아해요. 국어는 이해하기 쉬워서 좋고 사회는 역사 같은 거 나와서 재미있어요.

 

▲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한 식료품과 생활용품들. 

깨끗한 방에서 아침을
아빠: 여기 장롱하고 문갑은 내가 직접 골랐고. 싱크대, 찬장 새로 싹 바꾸고, 저기 기범이 컴퓨터 책상도 새로 사 주셨고 도배, 장판 새로 싹 깔았어요. 다른 집에 벌레가 있어서 아직도 가끔 벌레가 나오긴 하는데 예전에 비하면 벌레도 거의 없다고 봐야지. 전에는 벌레도 많았고 벽 전체에 곰팡이 천지였는데 지금은 깨끗하니 좋아요. 처음에 바꿨을 땐 지금보다 더 깨끗했고, 덕분에 아주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예전 가구가 산 게 아니고, 얻어온 거라 모서리는 다 부러져 있었고 나사 박은 곳은 다 튀어나와서 많이 낡아 있었거든요. 지금은 보기에도 깔끔하고 겉도 깨끗하고 좋아요.
기범: 솔직히 저는 옷 다시 꺼냈다 넣었다 하느라 그때는(도배, 장판, 가구 바꿀 때) 힘들었는데 바꾸니까, 깨끗해 보여서 좋았어요. (하하 웃음)

▲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교체한 싱크대. 교체 전(왼쪽) 교체 후(오른쪽).

 

▲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새로 산 옷장. 교체 전(왼쪽) 교체 후(오른쪽).

▲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새로 산 컴퓨터 책상과 아이들 옷장. 교체 전(왼쪽) 교체 후(오른쪽).

기분을 살려준 옷
기범: 저는 옷 사주신 게 제일 좋았어요. 파란색 점퍼가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세이브더칠드런 상담사: 기범이 너는 아이언맨 티셔츠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기범: 아니에요. 바뀌었어요. 파란색 점퍼가 제일 좋아요.
세이브더칠드런 상담사: 제가 애들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었거든요. 3시간을 쇼핑했는데 애들이 진짜 좋아했어요. 특히 현정이는 옷 사러 갔는데 이 옷 저 옷 보면서 좋아서 뛰어다니고. 아이들 옷이 다 작아서 티셔츠랑 바지 같은 활동복 하고 겨울 외투까지 골고루 샀어요.
아빠: 전에는 제가 구제 가게 같은 데서 사 오거나, 얻어오면 ‘이건 이래서 마음에 안 든다, 저건 저래서 마음에 안 든다’ 그러고. 난 그냥 입어줬으면 싶은데 애들이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옷 사주는 게 진짜 힘들었는데 여기 선생님들(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이 애들하고 같이 직접 가니 좋더라고요.
 

▲ 기범이가 가장 좋아한다는 파란색 점퍼(왼쪽), 현정이가 마음에 든다며 직접 고른 옷(오른쪽).

아이들 삶에 놀러 온 자전거
기범: 아빠랑 현정이랑 여행 갔을 때 진짜 재미있었어요. 거기서 자전거 타고.
현정: (조그만 목소리로) 나는 아빠랑 탔어.
내내 조용히 있던 현정이가 가족 여행 이야기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기범: 아빠는 헤헤, 아빠는 2인 자전거라 두 명이 돌려야 하는데 (현정이랑 타서) 혼자 자전거 (페달) 돌리느라 힘들 해서 제가 (자전거 다 타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고, 전 1인 자전거 혼자 타서 자전거 도로 끝까지 돌고 왔어요. 여행에서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또 기억에 남는 건 아빠가 낚시해서 고기(생선) 잡아준 거요. 그때 회도 먹고 학꽁치도 구워 먹고.
아빠: 제가 회를 뜰 줄 알거든요. 현정이는 회 못 먹어서 회는 기범이 하고 저만 먹었어요. 작년에는 통영으로 갔는데 애들이 하도 좋아해서 올해도 혹시 보내줄 수 있는지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멀리는 못 가고 여기 근처 기장으로 보내줘서 잘 다녀왔어요.

 

▲ 가족여행에서 자전거를 탄 아이들(왼쪽), 바닷가에서 아빠와 함께 낚시를 즐긴 아이들(오른쪽).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밝게 클 수 있도록 필요한 물건도 주시고 다른 것(생계비, 교육비 등)도 지원해 주신 분들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애들 잘못된 길로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잘 키우겠습니다”
– 기범, 현정이 아빠 드림 -

우리는 가끔 어떤 물건을 볼 때 특별한 추억 합니다. 어쩌면 현정이와 기범이가 어른이 된 후 자전거를 바라볼 때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했던 가족여행을 추억할지 모릅니다. 후원자님의 관심으로 현정이와 기범이는 더욱 나은 미래를 그리며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현정이와 기범이네 가정이 지속해서 변화하도록 2020년 12월까지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현정이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그릴 수 있는 미래를 선물해준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지원내용]

총 지원금액: 8,600,000원

지원항목	지출품목	지원금
		2019년	2020년
교육비	어린이 집  특별활동비(월)	100,000원 (50,000 × 2개월/)	350,000원 (50,000 × 7회(1월~7월)
주거환경개선비	도배, 장판, 싱크대	2,950,000원 (1회)	-
	방역	50,000원 (1회)	-
생계비	가구 구입비	1,400,000원 (1회)	-
	생활비	200,000원 (100,000 × 2개월)	400,000원 (100,000 × 4개월)
	공과금	300,000원 (150,000 × 2개월)	150,000원 (임대료) 97,150 × 1회 (관리비) 52,850 × 1회
	아동의류구입비	400,000원 (200,000 × 1회 × 2명)	200,000원 (200,000 × 1회)
	가족여행경비	700,000원 (700,000 × 1회)	200,000원 (200,000 × 1회)
	식료품	200,000원 (100,000 × 2개월)	1,000,000원 (100,000 × 10회)
합계		6,300,000원	2,300,000원

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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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가정아동지원사업]

세이브더칠드런은 질병, 자연재해, 가족구성원 사망, 소득 중단 등 여러 위기상황에 처한 아동과 가정에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주거환경개선비, 주거비 등을 전달합니다. 위기가정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세이브더칠드런 전국 4개지부와 사업장을 통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가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