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가뭄과 악어에 맞서는 임시배움터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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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동아프리카는 벌써 8년째 심각한 가뭄 위기입니다. 최근 동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온 인도적지원팀 정다혜 사원을 만나 동아프리카 가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아프리카는 원래 좀 척박하고 건조한 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아프리카의 가뭄은 고질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동아프리카에서도 몇몇 지역은 워낙 건조하기도 하고 덥기도 하죠. 하지만 주기적으로 비가 내리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7월에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이후 2016년에도 심각한 가뭄이었고, 올해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지리적 특성으로 발생한 가뭄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 때문에 엘니뇨로 가뭄이 극심해진다고 보고 있어요.


그럼 2011년 이후로 동아프리카 전체가 계속 가뭄 위기에 놓여있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동아프리카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 아 이렇게 세 지역이 비슷한 형태와 규모의 가뭄을 겪고 있는데요. 이 국가들을 연결하면 뿔 모양이어서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부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아프리카의 뿔 국가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그중에서 가뭄 피해가 심각한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을 지원합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어떤 피해를 입고있나요?
가장 큰 피해는 식량 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는 3월부터 6월 초까지 중요한 우기인데요. 그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돼요. 그런데 올해 3월에는 아예 비가 오지 않았고, 4월에 살짝 내렸다가 다시 6월에 아예 내리지 않았어요.




우기에 비가 오면 좀 해갈이 되지 않나요?
가뭄에는 땅이 건조하고 모래가 척박하거든요. 그런 곳에 비가 오면 땅이 다 파여버려요. 그리고 홍수가 발생합니다. 재난속에 재난인 거죠. 우기에 비가 살짝만 와도 마을에 홍수가 나요.


가뭄을 해결하려고 비가 와도 문제네요.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에서는 학교에 빗물 수집 시스템을 설치합니다. 가장 취약한 학교와 마을을 선정해서 지붕에 빗물수집 시스템을 설치하면, 비가 올 때 그 물을 모아두고 가뭄 시 식수 정수제를 사용해 생활용수로 쓰도록 하는 거죠.


그 외에도 어떤 피해가 있나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이 부족해요. 우물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고, 수질 확인이 되지 않은 물을 마시면 수인성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한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면 다른 마을로 이동하면 되겠지만, 대규모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부족 사태가 일어납니다. 출장 갔을 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우물에 물이 말라서 강에 물을 뜨러 간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악어에 잡아먹혀서요.


악어한테 잡아먹힌다고요?(놀람)
네. 소말리 지역의 강에는 악어가 살아요. 차를 타고 가다가도 종종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물을 뜨러 갔다가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게 한두 명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잡아먹힌 경우도 있었고요. 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발전기가 소말리 지역에는 한 군데밖에 없어요. 시설비와 관리비가 만만치 않아서 선뜻 어떤 국제기구에서도 지원할 여력이 되지 않죠.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는 발전기가 있는 지역까지 오기 어려우니까 강가에 가서 물을 뜨게 되는 거예요. 게다가 아이들이 물을 뜨러 가다 보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고, 출석률도 떨어지고, 점점 교육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농사도 못 짓고, 물도 없으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겠네요.
맞습니다. 특히 소말리 지역에는 유목민이 많은데요. 가뭄으로 생계수단인 가축을 키우지 못하고 아예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이라고 해요. 최근에 저희가 지원을 하게 된 어느 마을은 작년 11월에 홍수가 나서 마을 전체가 잠기게 되었습니다. 지역정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땅에 가서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국내실향민이 되어버리는 거죠. 화장실도 없고, 학교도 없고, 정말 맨땅에요. 그곳에 사람들이 방수포 같은걸 주워서 천막을 치고 삽니다. 당장 먹고살 게 없으니까 사흘, 일주일, 열흘 동안 굶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 가뭄에 대응할 여력이 되지 않는 건가요?
국가가 자체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없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에티오피아는 2011년과 2017년에 가뭄으로 국내실향민이 된 830만명에 대한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습니다.


그럼 세이브더칠드런은 국내실향민 캠프를 지원하는 건가요?
네. 국내실향민이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에요.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장 소외된 마을에 임시배움터를 설치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성별이 구별된 화장실을 만들고 식수 탱크를 설치해요.


그런데 당장 먹을 게 없고 마실 물이 없는데 사람들이 임시배움터의 필요성을 느끼나요?
처음부터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아요. 당장 먹고 사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임시배움터에서 하루에 한 끼지만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 급식을 제공합니다. 아동 한 명당 최소 3리터(ℓ)의 물도 지원하고요.


생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임시배움터에서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과정을 교육하거든요. 그러면 근처 마을 정식 학교에 5학년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이 말은 다른 지역 아이들과 동등한 정규 교육을 받는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미래에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도록 악순환을 끊는 하나의 물줄기가 되는 거죠.


아이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와 지지도 반드시 필요할 텐데요.
맞아요. 처음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물을 뜨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고,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 임시 배움터에 보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계속해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하고요. 저희가 3년정도 사업한 마을에서 어떤 아버지를 인터뷰했는데요. ‘나는 평생 떠돌아다니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걸 들으면서, 그리고 학부모 회의에 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도 되겠구나, 그래도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가뭄 때문에 살아가던 터전을 잃어버렸는데도 ‘지금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놓여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임시배움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급식으로 1일 필수 영양분을 채우고, 식수를 지원받아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아이들의 변화가 부모님들의 생각을 바꾸는 거군요.
그렇죠. 이제 막 지원을 시작한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아이들한테 임시배움터 안 갈 때 뭐 하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해요. 아니면 그냥 그늘에 앉아 있다고 대답하거나요. 그런데 오랫동안 사업한 마을에 가서 물어보면 ‘저희는 아동보호위원회 소속이라서요, 회의도 가고요. 미끄럼틀이랑 그네도 타고, 배구도 하고 놀아요.’이렇게 대답해요. 밝게 얘기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요.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아이들이 그 먼 길을 걸어 강가에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수많은 위험이 있고, 악어에게 잡아먹힐 수 있고, 학교와 멀어지는 그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재난 속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 노력을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실향민캠프에서는 주민들이 40도가 육박하는 더위에 눈 뜨기 힘들 정도로 부는 모래바람 속에서도 나무를 구하고 천막을 주워 임시배움터 옆에 급식소를 만들어줬어요. 아이들이 급식을 먹을 때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이죠. 우리가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그냥 고마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립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역할은 바로 이렇게 생명과 직결된 필수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재난 속 사람들이 자립하고 일어날 힘을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생존과 안전을 지키는 인도적지원 사업에 많은 후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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