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너는 '착한' 아이, 나는 어떤 어른?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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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착한’ 아이, 나는 어떤 어른?

―일상 속 아동폭력을 찾고, 알고, 말하는 아동권리영화제


지난 11월 25일과 26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제3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비와 눈이 번갈아 내리는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영화제에 패널로 참석한 의학박사 서천석 씨는 GV(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한 아이를 학대로부터 보호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 학대를 비롯한 일상 속 아동폭력을 찾고, 알고 말해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여섯 편의 영화, 하나의 메시지



‘일상에서의 아동폭력 ― 찾고, 알고,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영화제는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올바른 어른의 자세’, ‘방임으로부터의 보호’,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아동의 목소리’라는 다섯 가지 부문 아래 총 여섯 편의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 <4등>은 <은교>로 유명한 정지우 감독이 국가인권위원회 프로젝트로 제작, 감독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늘 ‘4등’을 하는 주인공 준호가 ‘1등’을 하기 위해 새로운 코치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수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널 위한다.’는 이유로 체벌 당한 준호는 그 사실을 숨기다 힘겹게 “맞기 싫다.”는 말을 꺼냅니다. 집에 한바탕 소란이 나고, 준호 엄마는 “난 솔직히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 ‘한 아이’ 캠페인 서포터이자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 씨는 “아이가 폭력에 저항해 ‘싫어요’라는 말을 꺼내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인 배우 조성하 씨는 영화와 같이 자녀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부모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말에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고, 인생은 사지선다가 아니니 답안지가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훈육’ 과정에서 일어나는 체벌을 비롯해 일상에서 아이들이 겪는 여러 상황을 보여준 상영작 <너는 착한 아이>가 끝나고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인 치과의사 김형규 씨와 의학박사 서천석 씨는
“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이야기를 관객과 함께 나눴습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시스터>는 대표적인 ‘방임 학대’와 ‘정서 학대’ 상황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와 마포 아동보호전문기관 서지원 대리가 함께한 GV에서 “‘나쁜 아이’라고 아이를 외면하고, 영화 내용처럼 부모조차 나쁜 행동을 하는데 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서지원 대리는 "나쁜 아이는 없다.”며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고, 그 이유의 대부분은 어른들의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준 <클래스>는 학교에서도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GV에는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 모델 한현민 씨와 다문화인식개선 사업과 아동권리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이수경 팀장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편,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체적인 아동의 모습을 그린 작품인 영화 <출제오류>, <행복한 우리집>이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습니다. 청소년 시절 이 영화를 만들었던 이성빈, 박민지 감독이 성인이 되어 영화제에 참가했습니다. 두 감독은 박경림 홍보대사와 함께 진행된 GV에서 영화제작 과정과 함께 “여전히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분위기가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환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숨은 아동권리 찾고, 쓰고, 외치다
이번 아동권리영화제에서는 아동권리에 대해 알아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같이 벌였습니다. ‘숨은 아동권리 찾기’는 그림에서 숨겨진 아동권리 침해요소들을 찾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준비된 그림에는 체벌을 받는 아이나 ‘NO KIDS’ 간판을 세워둔 카페 같은 장면이 구석구석 숨어있습니다. ‘숨은 아동권리 찾기’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최근 이야기가 많이 되는 학교체벌 문제나 노키즈존 같은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평소에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점들에 대해 짚어줘서 유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외 어릴 때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듣고 상처받은 말들을 스티커에 적어 붙여 놓으면, 마리몬드에서 ‘공감편지’를 써주는 마리라이터가 켈리그라피로 답을 달아주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제를 통해 느낀 점을 바탕으로 어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직접 써서 벽에 붙이는 ‘아동권리 외치기’ 같은 프로그램에도 많은 참가자가 진지하게 참여했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마리몬드는 행복한 아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배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일상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아동권리와 숨겨진 아동폭력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제3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한 참가자는 “가정에서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 과정인데 아동학대에 관해서다시 한번 알고 가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한 참가자는 “신랑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특히 우리 아이를 대하는 저희 모습도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다.”며 내년 영화제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는 영화상영과 부대행사를 통해 아동에게 행해지는 다양한 폭력을 살펴보고, ‘아이는 맞으면서 자라야 한다’는 인식을 개선하고자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올레tv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는 마리몬드와 서울극장이 후원했으며, 영화제에 직접 참가하지 못한 이들이 쉽게 아동권리영화를 볼 수 있도록 11월 17~30일까지 올레tv와 올레tv 모바일 앱에서도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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