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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이야기' ③-"술 취해 폭력? 권력 관계를 보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11-27 조회수 1695


"술 취해 폭력? 권력 관계를 보세요"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이야기' ③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아동 대상 폭력을 심리, 여성, 역사, 문학, 종교 다섯 카테고리로 깊게 풀어내는 자리인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세 번째 시간,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아동과 여성 대상 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왜 계속되는지, 구조적인 문제들을 강연 참석자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30년 전 한국에서 최초로 가정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를 만든 곳인데요. 사회 속에서 ‘타자’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향한 폭력, 곧 인간에 대한 폭력에 맞서 최전선에서 일하고 고민 해온 사람들의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주옥 같다 보니 요약인데도 기네요. 줄이기가 아까웠습니다. 이번 대중강연은 국내 아동 보호 ‘한 아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했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저희를 찾아오는 피해자에게 건네는) 첫 말씀은 ‘어머 너무 잘 오셨습니다.“ 그래요. 진심으로. 어떤 말이 제일 도움이 됐나, 이건 정답이 있어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에게 ’네 잘못이다‘ 이런 거를 정면으로 맞서는 말이고 이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폭력의 핵심은 통제
유엔여성폭력철폐선언을 보면 ‘공사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또는 심리적 손상이나 괴로움을 주거나 줄 수 있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행위. 이를 하겠다는 위협, 협박. 그리고 자유 박탈을 다 포괄한다.’라고 정의해요. 굉장히 포괄적이죠.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집중을 하는 거예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성에 대한 차별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 이런 식으로 정의 합니다. 통제가 사실은 폭력의 핵심이에요. 계속 전화를 해서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거나, 사랑의 표현인 것 같지만 사실 느끼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이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굉장히 일상적으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폭력도 굉장히 많아요.


둘 중에 하나는 겪는 가정폭력
여성가족부에서 3년에 한 번씩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를 해요. ‘지난 1년간 부부사이에서 정서적, 언어적, 신체적, 경제적, 성적 폭력이 있었습니까?’ 물어봐요. 통제는 뺀 거예요. 그러면 45.5%, 아니면 50.4%가 지난 1년 동안에 그런 적이 있었다고 답해요. 그런데 여기에 통제라는 거, 하루 종일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보고 하게 했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면 60% 후반대가 되거든요. 굉장히 많아요. 사람들이 소위 폭력이라고 얘기하는 신체적인 거만 따지면 여섯 가구 중 한 집이거든요.
가정폭력은 신고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그 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 총 건수 중 신고는 1.3%뿐이에요. 가정폭력 신고하면 바로 해결해줄 거다, 그런 기대가 있잖아요. 그거는 지금 2017년 11월의 한국에서는 망상이에요. 시스템이 있는 것 같지만 작동하지 않는 거거든요. 신고율이 1.3%가 되는 연유는 신고해도 오지 않거나 와서 화해를 시키거나 못마땅한 거를 하고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고했던 사람이 다시 신고 안 하거든요. 그리고 신고를 하면 잡아가지 않고요. 신고 된 1% 중에서도 재판을 받는 비율, 기소가 되는 비울은 8.5%예요. 기소된 건수 중에서 구속 비율은 1% 이렇게 되거든요.



권력관계를 보라
본질적으로는 권력과 통제의 문제예요. 폭력은 저 사람이 갑자기 화가 나서, 이런 식으로 보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불평등한 관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 그러니까 친밀한 내 일상의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폭력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죠. 가족 안에서의 평등,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사회, 이런 얘기하지만 저는 가족 내 민주주의가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가. 그것도 안 되면서 무슨 세상의 다른 민주주의를 얘기하지? 생각할 때가 많은데요.


“술 취해서? 분노조절장애?”
술을 마셨기 때문에 폭력을 하는 거다라고들 해요. 그런데 실제로 70% 이상의 가정폭력은 술을 마시지 않고 일어납니다. 또 그 가해자가 학력을 낮아서? 안 그런 거 아시죠? 너무나 다양한 모든 사람들이 가정폭력을 하죠. 50%잖아요. 그 다음에 과거의 슬픔. 폭력 가해자들은 과거에 되게 슬픈 일이 많습니다. 버림받고 너무 짠해요. 과거에 슬픔 없는 사람 있어요?
아니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분노조절장애 특징이 있죠. 센 놈 앞에서 조절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으면 아무 데서나 막 난리를 쳐야 되는데 가만히 있다 집에 와서 분노가 조절이 잘 안 돼요. 그거 분노를 너무 잘 조절하는 거거든요. 내가 어디에서 누구한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걸 아는 거죠. 또 그거 있어요. 대물림. 피해아동에게 ‘너의 인생에는 전혀 다른 선택지가 없어.’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50%가 가정폭력 경험이 지난 1년간 있다고 그랬는데 그럼 그 집에서 자라난 애들은 다 가정폭력하나요? 그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폭력은 자신의 선택일 수 있죠.


“때릴 수 있으니까 때린다”
정희진 선생님이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에 쓴 것 중에 일부인데요. ‘때릴 수 있으니까 때리는 것뿐이다.’ 끝. 때릴 수 없으면 못 때려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이 된다는 거죠. 그걸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요.



여성폭력, 아동폭력은 왜 비밀이 되는가
여성폭력과 아동폭력, 진짜로 공통점이 많거든요. 사회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자들이 범죄피해자가 되었을 때 당하는 거예요. 여성폭력과 아동폭력의 특징은 잘 알려지지가 않아서 그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예요, 얘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 다음에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해요. ‘정말 그랬니? 믿을 수가 없어.’ 아이들 같은 경우에 그렇게 얘기하죠. 성인 여성도 마찬가지예요. ‘꽃뱀이지?’
그 다음 피해자 말이나 행동을 탓해요. ‘여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거지. 너도 잘못이 있는 거 아니야?’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죠. ‘너 그렇게 하면 어떡해. 그러면 맞을 수도있지.’ 언행을 탓하는 기준을 잘 보면 우리사회의 어떤 주류 질서예요. 그리고 가해자 입장에서 이 사건을 봐요. 이게 끊임없이 반복되는데요. 그러니까 가정폭력 신고율이 1%가 되는 거죠.

피해자 비난할 때 쓰는 말, 가정폭력인데 ‘이혼 왜 안 해?’ 그러잖아요. 그런데 언제나 폭력이 있는 게 아니고요. 잘해 주다 뭔가 긴장이 있다가 그 사람이 그럴 수 있을 때 폭력을 행사하죠. 처음에 이 사이클 알아차리기 되게 어려워요. 그런데 주기가 짧아질 수가 있죠. 중간에 어떤 사람도 개입하지 않아요. 본인도 그게 폭력인지 인지하기가 어려워요. ‘내가 폭력을 당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굉장히 인정하기 어렵죠. 굉장히 슬픈 일이잖아요. 그러다가 이 폭력이 심각해지면 저 평정단계라고 불리는 허니문 단계고 없어지는 거죠.


허울뿐인 시스템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일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단체가 이런 해시태크를 만든 거죠.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그랬더니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빠가 때렸는데 경찰이 와서 ‘너가 자꾸 숨으니까 아빠가 이러실 수밖에 없는 거야.’ ‘니 아빠도 많이 미안해 하시더라.’ 이게 다 가해자 입장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너가 무슨 잘못을 한 게 아니냐.’ 그러니까 사회적인 어떤 질서, ‘아이로서 너가 무슨 역할을 잘 했니?’ 이런 거 확인하는 거죠. ‘그거 잘 안 했으면 맞을 수도 있지.’  그 다음에 성추행 사건 같은 경우에는 ‘너 그때 뭐 입고 있었니? 걔가 혹시 너 좋아했던 거 아니니?’ 이런 거 정말 너무 많아요. 엄마는 아빠가 폭력을 해가지고 신고했는데 경찰이 와가지고 ‘아, 이건 부부사이의 작은 다툼이다.’ 이런 설명을 하고 간 거죠. 이거는 굉장히 일부의 예만 쓴 거죠. 그런데 어느 범죄에서 그렇게 피해자를 의심하고 훈계하고 그럽니까?
왜 이렇게 되냐는 거예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얘기하는데 왜 이렇게 무시를 당하느냐. 누구의 인권은 보장하고 누구의 인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거죠.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피해자의 언어가 있는가.’ 이 부분인데요. 저희가 했던 캠페인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면 피해자들은 자기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특정해서 얘기하기 굉장히 어려워요.
그 언어가 누구 것이냐. 언어는 그 사물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다른 것과 구분 짓고 이러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성 폭력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구분을 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여성 스스로 주체가 안 돼요. 그래서 느낌만 있는 거예요. 그 느낌을 언어화하는 건 권력의 문제거든요. 지금 제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이런 거 얘기 했잖아요. 그 단어가 처음부터 다 있었던 단어일까요? 없던 단어예요. 그냥 뭔가 잘못된 것 중에 하나였던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름을 붙이는 거죠.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같이 이야기 해요”
그래도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피해자가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얘기를 해야 해요. 직면의 힘 같은 건데요.
폭력의 경험을 되돌려봤을 때 그게 왜 분노스럽거나 공포스러운가를 보면 제가 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든요, 그 순간에. 내가 뭘 하지 못한 거예요. 그리고 내 의사에 반해서 나를 누군가가 통제했던 순간이었던 거고 그랬을 때 이 피해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기가 자기 몸에 대한, 아니면 마음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울어서 문제야.’ 이런 게 아니라 내가 허락해 주는 거예요. ‘너 울어도 돼.’ 이렇게 자기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사실은 그게 해결해가는 가장, 어쩌면 종착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죠. 그렇게 하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다 모여서 욕을 하는 거예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어머,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이러면서 ‘이번에는 너의 가해자를 괴롭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해보자.’ 이런 걸 얘기하면서 푸는 거예요. 풀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이 치료가 되기도 하죠.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런 거죠.

그 다음에 이 폭력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개입해야 된다는 거죠. 사회적 개입이라는 거는 경찰이 개입하는 것도 있지만 이웃사람의 개입도 있어요. 그 다음에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죠. 이런 게 그냥 정상적으로 잘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같이 해야 되겠죠.


“나 답게 삽시다”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 폭력하지 않는 개인들이 많아야 되겠죠. 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는 개인이 많아지는 거겠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나답게 사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좋은 여자, 이걸 계속 따라 살잖아요? 그러면 망하죠. 망해요. 너무나 망해요. 그런데 그렇게 따라 갈 수밖에 없기도 해요, 비난이 너무 세기 때문에. 그렇지만 독고다이로 해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하고 싶지 않은 거를 일부러 하면서 그 역할을 맞춰서 살기 시작하면서 정말 그럴 때 폭력 가해자가 되기 쉽고 그럴 때 폭력 피해자 되기 쉬워요.
그래서 나답게 살자, 이런 얘기로 그냥 마무리를 하고 ‘사소하지 않습니다.’ 라는 부적을 마음속에 새기시면서 그 느낌, 경험, 이런 거 사소하지 않으니까 중요하게 잘 돌보시면서 우리 경험이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잡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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