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열기
HOME > 기관안내 > 세이브더칠드런이야기 > 나눔이야기

기관안내

후원하기

나눔이야기

글조회
곰 세마리와 남행열차 '쿵짝'...어느 놀이터의 `100일 잔치'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11-24 조회수 4184

곰 세마리와 남행열차 '쿵짝'...어느 놀이터의 `100일 잔치'

- 주민이 함께 만든 '색동어린이공원 100일 잔치'


 이런 잔치 흔하지 않습니다. 곰 세 마리와 남행열차가 연달아 쿵짝 거리는 동네 잔치 말입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 1동 연립주택들 사이 아담하게 들어선 색동어린이공원에 노래방 기기가 섰는데 아이들부터 할머니까지 한가락씩 구성지게 부릅니다. 이렇게 열광적인 박수 받을 기회, 별로 없습니다. 색동어린이공원 새 단장한 뒤지난 11월 11일  세이브더칠드런과 동네 주민이 함께 ‘100일 잔치’를 열었습니다.  ㈜코오롱이 후원했습니다.

 




“태권.” 동네 체육관에 다니는 초1, 중1 아이들이 동네 사람들 앞에서 한바탕 발차기를 선보였습니다. 두 달 정도 학교 끝나고 연습했다고 하네요. 공연을 마친 중1 아이들은 놀이터 한 쪽에 둘러 앉아 딱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이름을 물으니 신참 중학생의 ‘스웩’을 보여주며 밝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소감은 들려주네요. “골목길 사람들만 조금 알긴 했는데 모르는 동네 사람들이 더 많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 하려니 좀 떨리긴 하네요.”



“땅을 짚어라~ 만세를 불러라~” 놀이터 다른 쪽 구석에 줄이 돌아갑니다. 20번이나 뛰는 데 성공한 한 여자아이는 얼굴이 복숭아빛이 돼 “재밌다”고 합니다. 안경희 씨의 4 살 아들도 도전했는데 박자를 놓치다 엄마와 함께 뛰기로 결정합니다. 안경희 씨는 월계동에서 동네 친구 세명과 원정 나왔습니다. “이 놀이터 사진만 보고도 너무 좋더라고요. 저희 동네 놀이터는 많이 낡았어요. 나무로 만든 그네 바닥이 쪼개진 적도 있어요.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도 있고요.


‘함께 하는 수유1동운영위’에서 활동하며 유현초 ‘놀이터 이모’로 일주일에 두번씩 아이들과 ‘옛날 놀이’로 놀아주는 정세현 씨도 원정왔습니다. “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몸을 쓸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 모래 놀이 옆에 수돗꼭지가 있는 것도 맘에 들고요. 또 놀이터는 열린 공간이니까 동네 모르던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잘 활용하면 좋은 소통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사랑방은 스스로 열고 들어가야 하니까 부담스러운 게 있잖아요.” 정세현 씨의 9살 딸 박재인 양에게 이 놀이터 어떻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합니다. “저거 낮은 철봉 좋아요. 낮은 산(둔덕)도 좋아요.”

 


그런데 이제 새 단장한 색동어린이공원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은 사라진 걸까요? 그 전에는 놀이터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인데 말이죠. 증인이 있습니다. 놀이터 바로 앞 빌라 2통 5반 반장을 42년이나 했다는 유금옥(80)할머니, 왜 통장은 월급이 나오는데 반장은 월급이 없는지 무척 궁금한, 유금옥 할머니입니다. 항상 놀이터를 지켜보고 계시죠. “담배 피우는 사람 없다고는 못하지 그런데 확실히 줄었어.” 이렇게 말을 텄는데 대화는 어느새 짐작도 못할 방향으로 이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혼자 책 사서 한글을 익혔어. 우리 엄마가 날 안 가르쳐서…시집 와서 공부하고 싶었는데….식구가 너무 많아…..그래도 5 남매를 가르쳤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기 꽤 어려웠습니다. “오늘 행사? 좋지, 떡도 먹고 애들 노는 것도 보고, 나도 노래 하나 해도 될까? 에이,, 안 할래. 놀이터? 깨끗해졌잖아. 그러니까 담배 피우는 사람도 줄었지. 그런데 팝콘 하나 가져다 줄래?”


놀이터를 새 단장했다고 계속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날 한쪽에서 가래떡에 꿀을 발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세 여성, 수유1동 성당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놀이터가 더러워질 새라 오며 가며 쓰레기를 줍고 있답니다. “우리는 자연보호하는 모임이에요. 작정하고 놀이터를 치우는 건 아니고, 오며 가며 쓰레기 하나씩 줍는 거지 뭐.”(최혜순)



이 깨끗해진 놀이터에서 윤기훈 씨의 5살, 8살 두 딸은 매일 2~3시간씩 논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가기를 꺼려했는데 이제는 먼저 나서요.” 아이들의 사랑만 받는 걸로는 부족합니다.아직 세이브더칠드런의 색동어린이공원 새단장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놀이터가 소통의 공간으로 뿌리내려야만 합니다. 이날 잔치도 그 씨앗에 물을 주는 행사입니다. 동네 주민들의 손을 많이 탈수록 놀이터에 추억이 쌓여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세이브더칠드런의 ‘도시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는 비로소 끝이 나겠지요. 행사를 주민들과 함께 기획한 안정호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부 과장은 “지속 가능한 주민 모임을 꾸리기가 아직까지 쉽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관련글

 이 동네 놀이터가 흥할 것 같은 까닭


게시글 윗글 아랫글
윗글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이야기' ③-"술 취해 폭력? 권력 관계를 보세요"
아랫글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이야기' ② - 유치원 학생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주세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