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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가 빛나는 순간, 이들이 있었다 — 박지연 심리치료사 인터뷰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6-06-22 조회수 14000

[현장 이야기 02]


심리치료가 빛나는 순간, 이들이 있었다


— 박지연 심리치료사 인터뷰 



“다섯 살짜리 꼬마가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쓴 편지, 자기는 인생의 목표도 없다고 했던

 고등학교 여학생이 나중에 ‘선생님, 저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편지 남겼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떤 이유로도 아동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빈곤과 영양실조와의 싸움만큼이나, 아이들의 상처받은 정신과 마음을 지켜주기 위한 일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2010년부터 학대피해를 당하고 심리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국내아동에 대해 심리치료 지원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심리상담과 치료로 움츠러든 아동의 마음을 보살피는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이 일은 가족상담을 통해 재학대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9,000여 건에 이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심리치료사와 상담원들의 업무도 점차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큰 흐름을 견인해온 아동보호전문기관, 바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박지연 심리치료사를 만나 아동학대와 싸우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리치료사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2006년부터 시작해, 10년째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2010년부터였고, 세이브더칠드런 산하시설인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한 지는 거의 2년이 되어갑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떤 일을 주로 하는 곳인가요?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경찰과 동행해 아동의 학대피해 상황을 현장조사한 후, 아동의 보호와 가족보존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에요. 학대행위자의 80%가 보호자예요. 그래서 이런 전문기관의 개입을 통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 시설로 보내기도 하고, 원가정에 복귀시키기도 하고, 이후 학대피해 아동에게 후유증 심리치료로 심리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동심리치료가 최근엔 일반화되고 있는데요, 지금 만나고 있는 아동들은 어떤 상황의 아이들인가요? 


세상엔 참 다양한 가정이 존재하고, 힘든 환경의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아동학대는 크게 신체학대, 성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으로 분류되고, 아이들에게 학대후유증이 나타나는데, 증상도 공격성, 위축성향, 불안과 우울, 부적응, 비행 등 무척 다양해요. 주로 저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학대후유증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학대받은 아동의 경우, 이 연령대 비율이 또 높아요. 우리 기관에서는 만 3세~18세의 다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히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3곳이 관할구라 이 지역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아동학대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나요? 인력지원은 충분한지도 궁금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상담원들이 상주하고, 당직도 있어요. 상담원이 신고접수를 받으면, 상담원 2인 1조, 경찰 1명이 동행해 현장조사를 나가요. 되도록 경찰과 동행합니다. 신고경로는 다양한데, 애들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112로요. 일단 현장에 출동해서 상황을 파악하죠. 아이와 행위자를 분리하여 양측 입장을 다 듣고, 아동의 학대피해 상황에 따라 보호조치를 결정해요. 

우리 기관에는 매달 평균 36건의 신고가 접수돼요. 심리치료사 1명이 상주하고, 외부 심리치료사 6명이 주 1~2회 심리치료를 위해 오고 있어요. 주당 평균 45건 정도의 상담을 진행해요. 상주심리치료사 1명이 치료사업관리와 행정업무까지 해야 하니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상담원도 부족하구요. 현재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심리치료사 1명, 현장조사팀 상담원 6명, 사례관리팀 상담원 3명이 일하는데, 야근도 불사하고 있어요. 지금보다는 심리치료사도, 상담원도 더 많아져야 해요!(웃음) 






최근에는 어떤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아빠한테 신체학대를 당해 불안감이 높은 중학교 남자아이, 아빠한테 학대당해 시설에 분리보호중인 우울감이 높은 중학생 여자아이요. 주 1회 심리치료를 하는데 보통 6개월~1년 진행하고, 경우에 따라 더 연장해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경우, 청소년상담센터 등 다른 기관과도 연계하여 심리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요.



특히 마음이 쓰이는 아이도 있나요?


최근에 심리치료를 진행중인 아이인데, 전반적으로 발달지연을 보이고 위축되어 있는 7살 남자애예요. 원래는 미혼모 가정이고 상황이 좋지 않아 위탁가정에서 보호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 다시 오게 되면서 우리 기관에 신고가 되었고, 엄마랑 아이 모두 여기서 심리치료를 받았어요. 이렇게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또다시 상황이 나빠져서 엄마랑 분리되어 지금은 그룹홈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 꼬마는 다시 우리 기관에서 주1회 심리치료를 받아요. 그렇지만 전에 일이 잘 진행되다가 또 엄마와 헤어지는 일이 생기니,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다시 상담받으면서 초기엔 치료사 선생님과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 직원들도 안타깝고 속상해서 많이 울었지요. 



보호자도 같이 심리치료를 진행하나요? 어떤 방식으로 심리치료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학대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학대행위자나 보호자 대상으로도 치료가 필요하면 심리치료를 해요. 가족치료가 되는 셈이죠. 우리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특히 외부에서 가족치료 전문가가 오셔서 어른과 아이와 함께 상담을 진행해요. 예를 들어 의사소통이 거의 안 이뤄지는 가정이 많은데, 가족이 서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지고요. 아이와 보호자가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고, 그다음 단계로 같이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식이에요. 아동학대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학대행위자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심리치료로 그림이나 만들기 활동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효과적인 다른 치료방법은 어떤 게 있나요? 


그림이나 만들기는 심리치료사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활동이에요. 아이가 만들고 그린 걸 보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또 아이도 성취감을 꽤 느끼거든요. ‘내가 이걸 만들었어’ ‘나도 할 줄 알아’ 이런 느낌은 참 중요한 것이고요. 또 아이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기에도 이 방법들이 용이해요. 어느 곳에 뭘 그렸는지, 어떤 크기인지, 색은 어떻게 썼는지, 가족들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면서 진단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의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 해소에도 상당히 좋아요. 이 외에도 책읽기, 모래상자 꾸미기, 게임 등 놀이치료는 다양해요. 특히 애들이 선호하는 건 보드게임, 그리고 만들기 활동이지요. 만들기를 유독 좋아하는 꼬마들이 있어요.





심리치료가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닐 텐데, 아이들의 변화는 보통 언제부터, 혹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마다 다르고, 사례마다 참으로 다양합니다. 일단 심리치료사와 관계(라포)가 잘 형성되면, 여긴 믿을 수 있구나, 이게 도움이 되는구나, 아이가 느끼는 시점이 어느 순간 와요. 그 시점을 심리치료사도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엔 방어하고 속마음 이야기를 하지 않던 아이들과 이렇게 서서히 관계가 형성되면, ‘비로소 치료가 시작됐다.’라고 심리치료사들은 말합니다. 



신뢰를 주기 위해선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겠어요. 


맞아요. 또 처음부터 명확하게 원칙과 태도를 제대로 취하는 게 필요해요. 이를테면 ‘이건 무조건 비밀보장 할게, 나한테만 말해봐’ 식이 아니라, ‘비밀보장이 원칙이긴 해. 하지만 네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우라면, 네 이야기 중 일부는 이 기관이나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할 수도 있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죠. 최소 6개월, 1년, 그 이상 아이와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더욱 이런 상호신뢰가 필요해요. 






심리치료사로서 일하면서 좌절을 느끼거나, 특히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아이러니한 게, 아동이 심리치료에 참여하려면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들 중에 학대행위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른들이 비협조적이거나, 아동의 심리치료를 거부하거나, 혹은 본인의 심리치료를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 그럴 때 가장 좌절감을 느껴요. 

상담위탁의 경우는 법적 강제성이 있어 쉬운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려운 거지요. 특히 아까 상담치료가 잘되고 있다가 중단된 꼬마 이야기도 했는데, 이렇게 잘되고 있다가 상황이 변화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까워요. 노력해도 부모가 변하지 않는 경우, 이런 가정에 개입하기 어려운 경우, 특히 꼭 필요한 아동의 심리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힘듭니다. 워낙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죠. 



참 만만치 않습니다. 심리치료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기쁠 때는요?


역시 힘들고 아쉬워도 아이들이 힘을 많이 주지요. 그리고 좋을 때도 많아요. 상담이 종결됐을 때, 손으로 쓴 쪽지 받았을 때 특히요. 다섯 살짜리 남자애가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쓴 편지, 자신은 인생의 목표도 없다던 고등학교 여학생이 나중에 ‘선생님, 저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편지 남겼을 때. 너무 기쁘고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웃음) 





심리치료사 일에 관심 있는 후원자들도 계실 것 같아요. 심리치료사에게, 특히나 아동심리치료사에게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아동심리치료사는 무엇보다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요.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구하면서 다들 자격증 준비도 하겠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숨겨진 아동학대가 드러나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할 지점이 많은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견 나눠주세요.


아동심리치료사로서 10년간 일하며 느낀 건, 특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내 소유물이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많이들 생각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또 양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님들도 의외로 많아요. 아이 생애주기별로 양육법을 교육받을 수 있다면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간혹 산후우울증으로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선 보건소에서 산전검사를 받을 때 부모교육이나 양육교육도 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이런 게 보건소의 필수프로그램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심리치료사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옆에 있어주고 같이 마음을 나누는 그런 조력자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학대받은 아동을 위한 심리치료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심리치료사는 한 아이라는, 자신 앞에 닫힌 세계의 문을 열고 더듬거리며 같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모두를 대신해 눈물을 닦아주고 귀를 기울이는 이였습니다.



 이선희(후원관리부)        사진제공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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