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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6-15 조회수 8656

                             

"'생리대 인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생리대가 너무 비싸 휴지와 신발 깔창을 쓴다는 소녀.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느니 차라리 집에 있겠다는 소녀.


우리와는 먼 이야기인줄 알았던 가까운 사연이 저소득층 소년소녀 지원에 관한 우리의 인식 부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줬는데요.  


한 달에 한 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맞이할 때마다 전전긍긍해야 하는 소녀들.

이런 소녀들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녀의 시각에서 소녀 보건 문제의 해결책을 찾자'며 머리를 맞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필리핀,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 직원들입니다.


두 팀은 세이브더칠드런이 후원한 ‘2016 세계 소녀보건 학생경연대회’에 소녀보건을 주제로 논문을 제출해 결선에 올랐습니다.




키르기스스탄식 ‘계모임’을 활성화한 ‘엄마 학교’를 만들자는 참신한 해결책을 제시한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과

생리대는 물론이고, 졸업생에게 기증받은 교복도 학교에 비치하도록 제도화하자는 해결책을 내놓은 세이브더칠드런 필리핀 담당자를 만나 각국의 소녀보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리적 위치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세 나라의 소녀보건 상황만큼은 놀랄 만큼 닮아있었습니다.



Q. ‘2016 세계 소녀보건 학생경연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필리핀 안젤리아: 고1 학교 수업 중에 초경을 처음 경험했어요. 꿈에도 몰랐던 일이 일어난 거예요. 손수건 밖에 쓸 게 없었어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온종일 전전긍긍했죠. 학교 안에 누구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거나, 비치된 위생용품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여성보건, 소녀보건 이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죠.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고, 필리핀 소녀보건의 문제를 이웃 국가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키르기스스탄 아셀: 키르기스스탄의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진행한 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소녀보건에 대한 문제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이슈죠.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중 처음으로 이 주제를 바깥세상으로 끌고 나왔어요. 이번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이 이슈가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도 만연한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면 해결책 또한 함께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요.





Q.한국에서도 최근 생리대 가격이 크게 논란이 됐어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의 경우는 어떤가요? 여성, 특히 소녀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키르기스스탄 아셀: 키르기스스탄 인구의 6~7%는 시골에 살아요. 그리고 한 가정은 보통 세 명 이상의 자녀를 갖죠. 사춘기 딸 두 명에 가임기 어머니까지 한 집안에 세 명의 여성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론적으로 생리대는 4~5시간에 한 번씩 교체해 줘야 해요. 평균적으로 생리하는 기간이 5일이라고 봤을 때 여성 한 사람당 일주일에 2.5팩, 금액으론 한 5~6달러 정도 드는 거죠. 한 집에 여성이 세 명이라면, 생리대 사는데만 한 달에 약 15~18달러가 필요한건데 농촌가정에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에요.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생리대를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이 헝겊이나 낡은 천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칼린: 필리핀의 경우도 비슷해요. 학생들을 인터뷰해 보니 대부분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대부분 생리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10장이 들어있는 한 팩이 평균 45~50페소 (0.97달러~1달러) 수준이에요. 생수 한 병이 6페소, 일반택시 기본요금이 40페소 정도 하니까 저렴하다고 볼 순 없죠. 지방 소도시 소녀들은 생리대가 비싸서 헝겊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Q. 각 국가의 소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키르키스스탄 아셀: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은 시골과 산간지역 학교 7곳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조사 대상 학교 중에 화장실에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냥 텅 빈 공터에 구멍 하나만 뚫린 곳이 화장실인 거죠. 안쪽 칸막이는 물론이고 바깥 문도 없는 곳이 허다 해요. 일반 사람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인데 생리 중인 소녀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죠. 게다가 키르기스스탄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겨울이 11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6개월이나 계속돼요. 어린 소녀들은 학교 화장실에 가느니 그냥 참고 말죠.


엄마와 딸,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소녀 보건 이슈가 터부시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죠. 같은 경험이 있는 어머니들조차 이 이슈는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요. 많은 아동이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접해요. 정확한 정보와 배경지식이 없으니 사춘기를 막연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부끄러움으로 인식하죠. 초경을 시작한 소녀들이 생리대 대신 낡은 헝겊이나 담요 조각을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필리핀 안젤리아: 필리핀의 경우도 비슷해요. 제대로 된 위생시설이나 위생용품을 갖춘 학교가 많지 않고 남녀 구분도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죠.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느니 집에 있는 편이 나아요.


정보와 소통 부족도 문제죠. 필리핀에서는 생리 중에 신 음식(Sour Food)을 먹으면 안 된다는 오래된 미신이 있어요. 사실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리 중인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분인데, 신 음식을 먹지 못하니 비타민C 섭취가 부족해 빈혈이나 기타 영양부족을 겪는 여성이 많아요.  





Q. 그렇다면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필리핀 카트리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소년, 소녀, 남성, 여성, 부모, 선생님 할 것 없이 모두가 소녀보건 이슈가 문제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죠. 문제가 뭔지 모르니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도 큰 장애가 있어요. 수 많은 소녀가 여러 불편을 호소하지만, 문화적인 배경에 기인한 부정확한 정보, 문제를 터부시하는 관습, 관계 부처의 인식 부족 때문에 해결책이 거의 없거나 부족한 상황이죠. 인식 부족은 위생 시설 부족, 관련 정책의 부재, 지역 사회의 지원 부족 등과 맞물려서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키르기스스탄 아셀: 필리핀 동료들이 지적한 대로, 키르기스스탄 역시 이해당사자 별로 모두 개별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요. 우선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요. 교육부와 보건부가 긴밀히 협력해 학교 보건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오롯이 교육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죠. 국가 전체가 보건 이슈, 특히 모성 보건과 소녀보건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니 투자도 부족해요. 비누나 화장지 같은 비품을 갖출 여력조차 없는 지방 학교들이 화장실 설비를 갖추기는 역부족이죠. 학생들만 고통을 겪고 있어요.


사춘기나 생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이나 부모와 논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터부시하는 문화도 문제죠. 학교에서조차 이 이야기는 어머니들의 몫으로 미뤄요. 그런데 엄마들도 이 주제에 관해선 이야기하기를 꺼리죠. 엄마들 역시 정확한 정보가 없거든요. ‘난 아이를 여섯 명 낳았어도, 잘은 몰라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단어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거죠. 그래서 어머니들의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Q.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은 ‘엄마 학교’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을 하신 거로군요?


키르기스스탄 아셀: 맞아요. 대부분의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은 지인이나 마을 단위로 모여 소규모 대출 모임을 꾸려요. 모임 참가자끼리 매월 일정 금액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 그 돈을 돌아가면서 빌려 쓰고 갚는 거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어요. ‘계모임’이라고 하죠!)


오,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카사(Kassa)’라고 불러요. 모임에 참석하는 어머니들에게 위생, 보건, 인권, 소녀건강, 여성권리, 아동권리, 부모교육 등에 대해 정기적 교육을 제공하고, 모임 때마다 엄마들이 1달러 정도를 기부하는 거죠. 이렇게 모인 금액은 지역사회 소녀들을 위한 위생용품 제공이나 교육, 기타 보건 관련 용도로 사용하는 거고요.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해요. 사춘기나 성에 대해 교육할 때 쓰는 정확한 언어(language) 마저 마련돼있지 않죠. 어른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듣지 못하니 아이들은 인터넷 검색에 의지해요. 하지만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들은 대개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죠.


키르기스스탄의 경우에는 언어 장벽도 있어요. 온라인에는 러시아어 자료는 많지만, 키르기스어로 된 사춘기 자료는 거의 전혀 없어죠. 아동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 책자나 영상, 온라인 자료를 만드는 게 급선무예요. 전국에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접근이 될 거고요.


세이브더칠드런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 차원의 '청소년을 위한 정보 제공 플랫폼 운영'도 제안했어요.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계속해서 책자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더 많은 대상자를 교육할 수 있죠.



Q. 필리핀의 소녀 보건 현실에 맞는 해결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필리핀 안젤리아: 생리 중인 소녀들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학교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리대나 냉온팩을 학교에 비치하는 건 아주 간단하고 효율적인 해결책이죠. 졸업생에게 기증받은 여분의 교복을 학교에 늘 비치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어요. 학교 매점에서 생리대를 판매하는 것도 필요해요. 남녀가 구분된 깨끗한 화장실을 설치하고 관리 하는 건 기본이고요.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해 보니,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과 별개로 아동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나 '보건 토크'에 대한 수요가 높았어요. 학교 선후배 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고, 지역사회 보건직원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듣는 시간도 필요하죠. 학교 정규 교육 프로그램에 잘못된 관습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성교육 시간이 포함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두 팀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적한 문제점이나 해결책이 다른 듯 비슷한 것 같아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 역사적으로도 매우 다른 나라인데, 소녀 보건 이슈에서만큼은 이런 공통점을 보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키르기스스탄 아셀: 두 국가 공통으로 정부가 이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러니 투자도 미비하죠. 투자가 부족하니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결국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어요. 문제의 출발점이 같은 거죠. 저희가 한목소리로, 지역사회나 가정, 개인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관계 부처 간 협업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Q. 소녀 보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필리핀 안젤리아: 이 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국처럼 한 소녀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사회적인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는 건 사회가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되는대로 의견을 내고, 개인적인 모임에서라도 공론화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나미(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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