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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세상에 없지만...버킷리스트 이뤄줄 거예요"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10-24 조회수 4338

동생은 세상에 없지만...버킷리스트 이뤄줄 거예요"

-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 자원봉사한 하경수 병장


 “파이팅!” 지난 10월 15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국제어린이마라톤, 거대 손바닥을 끼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 청년, 하경수(22) 병장입니다. 금쪽같은 휴가 기간에 자원봉사입니다. 하이파이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열린 이 행사에 2800명이 참여했으니까요.

 


 하 병장이 휴가를 쪼개 마라톤 자원봉사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7월 숨진 동생 고 하우정(20) 씨의 ‘버킷리스트’ 때문입니다. “저는 철이 없었는데 동생은 중학생 때부터 20살, 40살까지 하고 싶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있는 아이였어요. 회계사무소에 취직해 정말 착실하게 살아가는 아이였죠. 동생이 떠난 뒤 블로그에서 동생의 버킷리스트를 발견했는데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가 있었어요. 검색하다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어린이마라톤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동생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고 싶었어요. ‘한달에 한번씩 어머니 모시고 영화나 공연 보기’ ‘오빠랑 인도여행’도 있어요. 인도에는 저 혼자라도 한번 다녀올 거예요.”

 
 오누이 사이는 특별했습니다.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가 허리 통증 장애가 있어 형편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어머니 장애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보금자리는 방 한 칸, 세 식구는 이 곳에서 잠들기 전 오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답니다. “어머니가 정말 큰 사랑을 주셨어요. 그 사랑을 느끼니 엇나갈 수가 없었어요. 중학생 때 저희도 복지단체 도움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동생은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 마음은 동생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애버랜드, 게스트하우스, 스키장… 하 병장은 고교 졸업 뒤 아르바이트를 20여개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사랑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랑도 할 수 있구나, 특히 사랑 받아야 할 나이,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양로원, 요양원에서 봉사 활동하며 사람에게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배웠습니다. “노인들이 밥은 안 드시면서도 저희한테 말을 거셨어요. 우리가 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셨죠.” 


 군 입대 뒤 지난 해 11월부터 7월까지 8개월 남수단에 파병 가 일하면서 이런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직업학교 세우는 일을 했어요. 지게차 운전을 할 줄 알거든요. 그곳에서 길을 가는데 7~8살 어린이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손을 흔들면서 “Give me money, Give me water(돈을 주세요. 물을 주세요)”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사진으로만 봤던 것과는 달리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세상에 우리 힘이 필요한 사람이 많구나, 그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요.


 지난 7월 25일, 그가 파병에서 돌아와 20일이 지난 날입니다. 동생이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날입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동생은 긍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우정이가 꼭 필요한 곳에서 데려갔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좋은 사람이니까. 우정이는 사람을 아끼는 사람이었어요. 지인들에게 손편지로 꼭 정성을 전달하고요. 장례식에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어요.” 
 

상실의 고통으로 무너지는 대신 하 병장은 동생의 바람을 이뤄주려고 합니다. 내년 1월 3일이면 전역입니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이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가 두 배가 됐으니까요. “고 2때 어머니와 대판 싸우고 무작정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자전거를 타고 제부도에 간 적이 있어요. 좋은 풍경을 보니 생각이 정리 되더라구요. 눈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거지꼴로 집에 와 엄마에게 ‘치킨 사달라’고 했어요. 그 치킨을 먹으면서 화해했어요. 그때부터 여행을 다니게 됐어요. 군 입대 할 때 아산부터 논산까지 걸어가기도 했어요. 세계일주, 한국일주, 마라톤완주, 전 세계에 친구 만들기, 여행작가, 크루즈 승무원…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서 살고 싶어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독학으로 마술하고 풍선아트도 배웠어요. 저는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도전하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저랑 동생의 목표는 행복하게 후회하지 않게 사는 거예요.”


 

이날 세 시간 넘게 서서 아이 하나하나 손바닥을 쳐줬던 그에게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들 반응이 다 다르고 다들 정말 즐거워해요. 오늘 정말 최고였어요!”


글, 사진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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