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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재난의 한복판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10-17 조회수 6178



에볼라 재난의 한복판에서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한 지 16년이 되었지만 지난 주 라이베리아에 가서 경험했던 것보다 더 선명한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공포는 사람들이 영위하는 평범한 일상에 속속들이 흐르면서 수시로 덮쳐 옵니다.


시장에서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 물건을 사는 사람들, 일 하러 가는 사람들, 그리고 길거리 음식이 익고 있는 좌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눈에 띄는 것들이 또 있는데요. 에볼라의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알리는 표지판과 안내문이 도처에 있으며, 가게이든 어디이든 사람들이 멈춰가는 모든 곳에는 손 씻는 장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한 두 시간만 지나도 에볼라의 공포가 온 몸에 스며듭니다. 사이렌이 울리면, 에볼라 감염 환자가 또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그 환자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어딜 가든지 소독물 양동이에서 손을 씻어야 할 때, 차량이나 건물에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신발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릴 때, 아무하고도 악수를 하거나 몸이 닿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잊지 않고 되뇌어야 할 때, 라디오만 틀면 ‘에볼라로 숨졌다’는 뉴스가 들릴 때, 공포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에볼라가 주는 공포의 진짜 모습은 내가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에볼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본인은 감염이 되지 않았는데도 에볼라 사망자의 가족이어서 마을에서 고립되고 살아갈 방도가 막막해진 아이들 말입니다. 에볼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은 가겟방 한 켠이나 다른 집 처마 밑 같은 곳에서 부모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입니다. 눈을 보면 이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가 여실히 보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에서만 3,700여 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라이베리아에서만 약 2,000명의 아이들이 고아가 되었고 매일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만난 일곱 살의 엘리자베스는 엄마가 한 달 전 목숨을 잃은 곳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데 있는 어느 집 처마 아래에서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갖고 있던 소지품을 모두 불태우고 온 방을 소독했지만 아이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1일의 잠복기가 지나서 남매가 감염되지 않은 것은 확인됐지만, 이제 남매는 굶주림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이 아이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와 같은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 아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본 물품(식품, 가정 용품, 비누와 위생 용품, 옷가지 등)을 제공하는 것은 에볼라 지역 긴급구호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구호팀은 이 아이들의 친척들을 찾아주기 위해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수소문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 있으려면 에볼라 확산세를 꺾어서 추가적인 전염을 막아야 합니다. 라디오 안내 방송이나 소독물, 예방법 안내문 등도 확산을 통제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초기 증상이 발견되는 즉시 치료소나 보건소에 가는 것 입니다. 그래야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을 수 있고 자신도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료 시설과 서비스는 턱 없이 모자랍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말기비 카운티에 마을 치료소 10개를 짓고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이 일단 마을 가까운 곳에서 테스트와(양성일 경우)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큰 진료소에 자리가 나거나 이동 의료진이 들어올 때까지 속수무책 기다리고만 있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소규모의 마을 치료소 외에도 봉 카운티에 좀 더 대규모의 에볼라 진료소를 지었으며 말기비 카운티에도 한 곳을 지을 예정입니다.




라이베리아에서 느낀 공포는 아주 생생했지만 그곳에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라이베리아를 떠나기 몇 시간 전, 몬테세라도의 고아 일시보호시설에서 아직 친지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 10명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슬픔이 있었지만,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을 때나 장래 희망을 물어봤을 때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였습니다. 에드워드라는 한 어린 소년은 자랑스럽게 웃으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에볼라가 불러오는 죽음과 공포를 멈출 수만 있다면 이 아이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삶은 에볼라의 공포가 똬리를 틀어서는 안 되는 장소입니다. 이 비극을 멈추고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 이 글은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캐롤린 마일스 사무총장이 10월 1일부터 4일까지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후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을 번역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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