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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살이 돋는 아픔, 그 넘어 찾아 온 작은 행복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11-15 조회수 6532
“이것 한 번 보세요.”
보건의료팀 직원이 건넨 글 뭉치에는 한 어머니의 편지와 병상 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의료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은 김지환(15) 군의 어머니였습니다.

병상 일기에는 아픈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함께 갑작스레 변해버린 일상에서 오는 혼란스러움과 “이건 불공평하다, 자기 몸 상태도 모르는 아이한테 너무 가혹한 일이다”라는 원망이 함께 배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로부터 한 달 뒤 날짜가 적힌 편지에는 “작은 행복이 찾아왔다”며 “가족 여행과 재능기부를 통해 조금 더 큰 행복을 준비해보려 한다”는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원망과 혼란이 지나간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단풍이 곱게 들기 시작했던 지난 시월 어느 날, 자택 인근에서 지환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에서는 지환이 어머니가 짊어졌던, 그리고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지환이의 치료, 재발, 다시 수술
지환이가 8살이 되던 해, 지환이의 온 몸이 갑작스레 붓기 시작했습니다. 신장 질환인 신증후군이었습니다. 1년 동안 치료를 받고 나았지만 중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증후군이 재발했습니다. 이번에는 치료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스티븐존슨 증후군까지 함께 왔습니다. 스티븐존슨 증후군은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온 몸의 피부가 벗겨지고 수포가 돋는 희귀난치병입니다.

지환이는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릅니다. 발달장애가 있어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표현을 읽는 것도 서툽니다. 하지만 엄마가 아파 누워있으면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무언가를 먹을 때면 엄마에게 먼저 한 입을 건넬 줄 아는 아이입니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겨도 떼를 쓰기보다 엄마에게 한 발 거리로 다가와 동그랗고 커다랗게 뜬 눈으로 엄마를 무력화시키곤 하는 아이입니다.

스티븐존슨 증후군으로 입원했을 때 지환이는 통증으로 몸을 떨면서도 투정을 부리거나 소리지르지 않고 혼자 참아냈습니다. 그런 모습에 지환이 어머니는 마음이 더욱 아팠다고 합니다. 입원 일주일 째 어머니는 그날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투정을 안 부리는 것은 네가 발달장애라서, 표현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너는 처음부터 강한 아이였던 거야. 그래서 잘 견디고 있는 것이란다. 그러나 아가야, 잘 버티는 것도 좋지만 울어라. 아프면 울고 화나면 소리 지르고 엄마가 필요하면 ‘엄마’라고 외치거라. 그래야 네가 살 수 있지 않겠니?”

엄마 마음이 온전히 아이 곁에 있도록
지환이 어머니는 낮에는 논술 교사로 일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환이 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지환이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스티븐존슨 증후군은 보험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에는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병원에서도 ‘치료를 할까요?’라고 먼저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일주일에 수십 만 원에서 몇 백만 원씩 비용이 들었습니다. 하다 못해 온 몸에 물집이 잡힌 지환이를 위해 침대 시트를 한 번 바꾸려 해도 치료용 소독 시트는 수십 만원씩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마음도 약해져 있었지요. 동사무소를 통해 긴급의료비를 신청했는데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고. ‘이렇게 순식간에 우리 집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한 시름 놓을 수 있었지요.”

비로소 찾아온 일상의 행복들
힘겨웠던 치료가 끝나는 데는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환이 어머니가 병원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일상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도시락을 먹다가도, 얼굴을 마주보다가도 행복을 느껴요. 집에서 지환이가 다니는 수영장까지 5분 거리인데 가는 내내 손 붙잡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어요. 제가 손을 잡으면 아이는 더 꽉 잡아주면서 안기지요. 정말 좋아요, 같이 손 잡고 눈 마주치면서 이야기한다는 게. 일반 아이들이 한 달이면 배우는 자유영을 지환이는 몇 달째 배우고 있지만 발차기 하나, 손짓 하나를 배울 때마다 참 기특해요.

      
   사진/ 퇴원 후 건강을 되찾은 지환이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선생님과 함께 양평까지 자전거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주말에도 지환이는 서울 숲까지 자전거를 타기를 좋아합니다.

건강해진 지환이는 요즘 좋아하는 바깥활동에 열심입니다. 학교 스카우트 활동이 있는 날이면 먼저 나서 짐을 챙기고 주말이면 중랑천에서 서울 숲까지 자전거를 탑니다. 특수 체육활동 선생님과 친구들을 따라 양평까지 자전거 캠프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한창 크는 지환이를 따라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지환이 어머니에게는 벅찬 일이지만 매번 선뜻 함께 길을 나섭니다.
“아이가 건강한 것에 감사하거든요. 아이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이라고 달라질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지환이의 꾸준한 발걸음


       사진/ 한 달여의 수술과 치료 과정을 마치고 지환이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습
니다. 미술 활동을 좋아하는 지환이는
병실에서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수영과 자전거 타기 등 운동 말고도 지환이가 좋아하는 일이 또 있습니다. 바로 미술입니다. 지환이의 장난감은 모두 미술도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쁘게 꾸미지는 못해도 지환이는 오리고 붙이는 일을 좋아합니다. 매일 저녁이면 아빠와 수학 문제를 풀고 책 한 권을 읽은 뒤 빼놓지 않고 그림을 그려 오리고 붙입니다.

벗겨진 피부를 뚫고 새 살이 돋아나는 아픔을 이겨낸 지환이. 아빠와 매일 공부하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지환이 어머니는 미술 활동을 통해 지환이가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김지환 군이 점토와 물감으로 만들고 그린 곤충. 지환이는 운동뿐 아니라 미술 활동도 좋아해서             
매일 저녁 아빠와 함께 그리기와 만들기 활동을 합니다.                                               

_작성: 고우현(홍보팀)

보건의료사업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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