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코트) 독서공간(Reading Space)에서 만난 아이들 -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스쿨미 3년 (4)

세이브더칠드런이 아프리카의 여아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스쿨미 캠페인’을 펼쳐온 지 3년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는 스쿨미 프로그램이 2012년 처음 시작된 지역입니다. 이후 3년 간 학교와 지역사회, 아이들과 교사들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2015년 12월, 스쿨미 캠페인 팀은 의미 있는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변화한 아이들과 학교, 지역사회를 만났습니다.



배움은 학교에서도, 학교 밖 마을에서도 이어집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만난 마을 배움터는 그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코트디부아르 학교들은 수요일에 수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마을에서 선출한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운영하는 독서공간(Reading Space)으로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독서클럽활동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글씨를 배우고, 함께 토론을 합니다. 이 곳의 이름은 독서공간이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자, 성별과 나이를 떠나 마을의 친구가 되는 사귐 터, 난민에서부터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누구나 모여 배울 수 있는 열린 마당인 셈입니다.

 



학교가 쉬는 날에도 독서공간에서 이어지는 아이들의 열정



우리가 방문한 아보보(Abobo) 지역 마을의 독서공간은 간소한 지붕과 나무 기둥으로만 둘러져 있는 방 두 칸 크기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책상에,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공한 책과 칠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 2시간씩, 자원봉사로 독서클럽을 지도하고 있는 제르배(Gervais, 40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 자원봉사로 마을의 독서클럽을 지도하는 제르배 선생님은 때론 단호하게, 때론 부드럽게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저는 기 제르배(Guehi Gervais)라고 합니다. 

아보보 마을에서 독서클럽을 지도하며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학교에 못 가는 타국에서 온 아이들도 있습니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죠. 누구도 차별하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이 없는 수요일과 토요일에도 아이들이 읽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오전 2시간 정도씩 함께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제르배 선생님은 아이들이 많아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의자나 책상과 같은 시설이 확충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수업이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세이브더칠드런과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 햇빛과 비를 막아줄 지붕과 읽을 책, 칠판과 분필, 책상과 의자라는 기본적인 요건이 아이들에겐 소중한 교육의 기회가 된다.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아이들이 차츰 모여들자, 독서공간은 점점 활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게 온 아이들은 친구 옆자리를 파고들어 촘촘히 앉아야 할 만큼 인기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르배 선생님이 박스에 담아온 책을 한 권씩 나눠주며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경쟁하듯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이 ‘저요, 저요’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 공간의 역할이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발표와 의견 토론까지 진행되는, 교육의 변화를 보여주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리고 발표한 소망과 바람들



한 차례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작은 도화지 한 장과 색연필 한 자루씩을 나눠주고 자신의 꿈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바람 등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적어보는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잠시 망설이는가 싶던 아이들은,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끝낸 아이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글과 그림을 직접 발표해 볼 수 있겠는지 묻자, 처음엔 수줍게 웃으며 서로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이내 손을 번쩍 들며 줄지어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 학교를 지어야 한다며 자로 반듯하게 그린 그림을 들고 발표한 포일리(가명). 수줍은 표정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나중에 부모님들을 도우려면 학교를 지어야 해요. 

학부모님께 일거리도 만들어 드려야 하니까요.“




▷ 수업하는 선생님과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림을 그린 시드(가명)에게도 학교는 무척 중요한 존재였다.



“저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모금을 해서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하구요.

학교를 많이 지어서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히 게일(가명, 10세)이란 여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글과 그림을 종이에 가득 채우고, 발표도 다부지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학교를 그리고 정부에 학용품을 요구한 게일. 독서클럽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제 꿈은 대통령이에요.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학교에 가고 싶은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할 거예요. 

미래에는 어린이들이 독서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제 바람은 정부에서 학교에 필요한 학용품을 보내주었으면 좋겠어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우리를 사랑해야 해요. 우리가 자라서 어른이 될 거잖아요.

그리고 병원을 지어서 아픈 어린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조엘의 당찬 모습에 감명을 받아, 이 독서공간의 활동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지 부탁을 해봤습니다. 아이는 자신 있게 다시 앞으로 나와서 친구들을 보며, 훌륭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게일이고요, 10살이에요. 

이 독서 클럽의 회원입니다.

저는 여기서 많은 소설을 읽어요. 소설을 좋아하거든요. 

주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데, 여기 보시는 

(친구들을 가리키며) ‘사바도고’, ‘사피아’, ‘투케’와도 읽었어요. 

여기는 학교에 가지 않는 친구들도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들을 때리거나 쫓으면 안 돼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돕고 존중해줘야 해요. 

아이들이 크면 부모를 돕고 함께 할 거예요. 

그러니 아기를 낳아서 망태에 싸서 버리지 말았으면 해요. 그만 버리세요. 

그들도 크면 모두를 도울 거니까요.”


조엘이 이야기한 아이들이 버려지는 상황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그들이 크면 모두를 도울 거다’라는 말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젭의 말을 연상시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우리가 돕는 이가 내일 우리를 도울 것이다.

We can be sure that those whom we help today will help us tomorrow.

                                     - Eglantyne Jebb 



독서클럽활동은 정규 학교 프로그램이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학교를 갈 수 없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별도 배척도 하지 않는 열린 공간이란 점에서, 정규 학교와는 또 다른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아동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 2의 교사 역할을 담당하는 어머니회



학교수업이 없는 수요일이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아예 문을 닫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중 쿨레이차바드(Clouetchabad) 학교에서 진행되는 어머니회(Mothers Club) 활동을 돌아봤습니다. 


이 학교의 어머니회는 미 취학 아동 식별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여아 취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실제 여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표적으로 진행하는 빨아서 쓸 수 있는 면 생리대 제작 활동과 생활 기술 교육 활동은, 여학생들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교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어머니회 회장직을 맡은 쿠아냔(Kouagnan, 31세) 씨를 만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생활 기술교육 활동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 어머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쿠아냔 씨가 어머니회의 다양한 활동들을 설명하며 활동의 일환으로 직접 만든 목걸이도 보여주었다.



“우리 어머니회는 많은 활동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을 돕고 있는데, 

그 중에는 구슬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 만들기 활동도 있답니다. 

일종의 기술 훈련인데, 아이들과 구슬을 하나하나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고, 

그걸 어머니회가 동네 시장에서 판매합니다. 

그리고 이 수익금을 모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쿠아냔 씨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다양한 악세서리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중 몇 개는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멋진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쿠아냔 씨는 현지에서의 최신 유행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장식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 어머니회가 직접 판매하던 상품들. 제작이 쉽도록 구슬을 알알이 끼워서 만든 악세서리가 주를 이뤘다. 각 상품들은 한화로 2천원에서 6천원 정도이다.



어머니회에서는 생리를 시작하게 된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빠지지 않고 수업에 나올 수 있도록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대를 만드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바느질에 익숙해 보이진 않았지만, 생리기간에도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 노력을 서투른 바늘 땀들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2013년부터 스쿨미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학교를 기반으로 여교사와 수혜아동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생리대 만들기 등의 여아 성생식과 생활기술 교육이 병합된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어머니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는 좋은 위생 습관, 조기 성징, HIV/AIDS, 성병 감염 및 질환, 조기 임신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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