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9 (코트) 학교를 갈 수 있는 힘, 가족 -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스쿨미 3년 (7)

세이브더칠드런이 아프리카의 여아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스쿨미 캠페인’을 펼쳐온 지 3년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는 스쿨미 프로그램이 2012년 처음 시작된 지역입니다. 이후 3년 간 학교와 지역사회, 아이들과 교사들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2015년 12월, 스쿨미 캠페인 팀은 의미 있는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변화한 아이들과 학교, 지역사회를 만났습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2015년 3월에 개보수 완공된 크린쟈보 초등학교 입구. 평소엔 아이들이 수업 받는 소리로 시끌벅적 했을테지만, 학기말 시험기간이었던 터라 고요함만 감돌았다.



크린쟈보(Krindjabo) 마을의 입구에 자리한 크린쟈보 초등학교는, 우리가 방문한 날 마침 학기말 시험을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서, 조용히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시험에 열중한 아이들은 이방인인 우리의 모습에도 조금 힐끗 거릴 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자리를 비운 운동장엔 큰 나무 한 그루만 평소 그늘이 되어줄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자들과 SBS희망TV의 지원으로 2015년에 지어진 급식시설. 상당히 깨끗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학교를 떠나 마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가계소득창출(AGR: Activités Génératrices de Revenue) 프로그램*’지원을 받고 있는 한 가정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가정에서는 성폭력을 당한 친척 여자아이를 보호하고 있었으며, 친지들은 이 아이가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취약 가정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여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자세한 사례 보기 → (코트)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일어서다




너무 아픈 기억,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가족이 함께 일어서다



이 가정은 교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게 된 여자아이의 가족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멀리 일하러 나간 어머니와도 떨어져 친척 집에 살고 있었던 아이는, 15살의 어린 나이에 강제적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도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지내던 친척 아주머니가 아이의 얼굴과 신체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채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척들이 해당 교사를 고발했지만, 아기 양육비에 대한 걱정과 보수적인 어른들의 용인 등을 이유로 큰 처벌을 받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배가 불러 아기를 출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몸이 아파서 학교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아이는, 그래도 아기를 돌봐주고 자신을 지원해 줄 친척가족들이 있어, 곧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인해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보다 안전한 가정에서 보호받으면서 다시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일원인 친척 아주머니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가계소득창출(AGR) 프로그램의 사업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것으로 다양한 종류의 식료품과 채소, 곡물들을 구입하여 마을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약간의 생계비를 보태는 작은 규모이지만, 곧 수입이 늘어나고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게 되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 아이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친척 아주머니인 헨리에타(Henrietta, 53세) 씨. 우리에게 자신이 판매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보여주며 특징 및 가격을 설명해 주었다. 




▷ 헨리에타 씨가 판매하는 식료품들. 양파, 마늘, 향신료, 계란 등 다양하다. 코트디부아르의 통화는 세파프랑(CFA)으로, 100 세파프랑이 한국 돈 200원 정도에 해당된다. (마늘 한 통 100 세파프랑, 양파 한 개 50 세파프랑, 피망 한 개 50 세파프랑, 계란 3개에 250 세파프랑) 




▷ 말린 채소나 과일 등의 상품도 판매한다. 정갈하게 정리된 식품들은 상당히 위생적으로 보인다.



아동 성폭력은 반드시 처벌되고 근절되어야 하는 일이고, 피해 아동은 제대로 보호받고 다시 일상으로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에 대처하는 부모와 보호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피해 아동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개선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식 개선 활동의 목적은 수혜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인식을 개선한다는 것은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변화의 원동력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학습 의욕이 떨어지는 아동들에게는 공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성공한 선배들과의 대화를 주선하기도 합니다. 2차 성징기에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에 놀라는 여아들이나 그러한 여아들을 놀리는 남아들을 대상으로, 어머니들과의 대화, 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아동들이 겪는 많은 문제들이 아동의 변화로만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동 주위에 있는 부모, 교사들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의 인식 개선 활동 대상은 아동은 물론 아동의 교육과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어른들을 포함합니다.

어른들에게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변화시킵니다. 신체적/정서적 체벌이 만연한 아프리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인권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꿈은 판사
삶이 힘들어도 그 꿈을 지원하는 어머니



두 번째 만난 가족도 삶이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는 반신마비가 왔고, 이로 인해 어머니인 제뚜앙(Djetouan, 49세) 씨는 아픈 남편의 간호에 3명의 자녀까지 건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제뚜앙 씨는 유복한 가정에서 교육도 많이 받았던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친척집에 가족을 데리고 얹혀 살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 때문에 좌절도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가족을 만났을 땐 좋은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첫째 딸인 엔미쎄아(가명, 14세)가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읽기 축제(Reading Festival)’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 엔미쎄아의 가족들. 왼쪽이 몸이 아픈 아버지, 가운데가 엔미쎄아, 오른쪽이 막내 동생을 안고 있는 어머니다. 힘든 삶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가족은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현재 중학생이 된 엔미쎄아는, 하마터면 진학을 못할 뻔 했습니다. 어머니가 엔미쎄아의 중학교 진학비로 모아두었던 돈을, 막내 동생을 낳는 제왕절개 수술비로 갑작스럽게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서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하게 되자, 아이는 더더욱 진학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되었고, 마침 세이브더칠드런의 가계소득창출(AGR)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뚜앙 씨는 사업지원금으로 슬리퍼 류의 신발을 떼다가 시장에서 판매하여 얻은 소득으로 엔미쎄아와 남은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고 가정의 생계도 꾸려나간다고 했습니다. 




▷ 제뚜앙 씨가 가계소득창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판매하는 신발들. 한국에서는 오히려 저렴할 슬리퍼가 공산품이 비싼 코트디부아르에서는 40000 세파프랑 정도로, 물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신발을 파는 게 점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부딪치지 않으면 헤쳐나갈 수 없을 거예요.”



인터뷰 중에도 제뚜앙 씨는 가끔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한숨도 내쉬었지만, 본인이 교육을 잘 받았던 만큼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공부를 잘 끝마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살아가길 소망하고 있었습니다.


엔미쎄아에게 학교에 가는 이유와 장래 희망을 묻자,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했습니다.


"제 장래 희망은 판사예요. 
판사가 되어서 안 좋은 일을 당한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고 싶어요. 

또 아이들을 보호하고 나쁜 상황에 처해있으면 도와줄 거예요.


학교에 가는 이유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배우면, 미래가 보이잖아요."




▷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엔미쎄아는, 판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할 때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스쿨미의 지난 3년을 돌아볼 수 있었던 이번 방문에서 우리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여자아이들이 특히 적극적이며 학교 안팎의 여러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뤄지며, 그 규모와 횟수도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읽고 쓰기, 학업의 성취도나 실력이 향상된 것들도 중요한 결과지만,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점은 눈에 띄게 고무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스쿨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다른 나라들 (우간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쿨미의 지난 3년을 후원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현지의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을 대신하여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의 3년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스쿨미 캠페인과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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