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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8화. 놀이터 생태학: 눈 뜨고 꿈꾸는 아이들 작성일 : 2015-08-04 조회수 : 14623



놀이터 생태학: 눈 뜨고 꿈꾸는 아이들



놀이터는 아이들의 생태계입니다. 단짝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기도 하고, 처음 본 아이들이 즉석에서 친해지는가 하면, 혼자 놀다 가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이죠. 누가 그네를 먼저 탈 거냐를 두고 심각하게 다투다 스스로 규칙을 정하기도 하고, 다양한 관계와 경험이 쌓이는 곳입니다. 공간은 작을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어마어마하게 큰 생태계가 놀이터입니다. 이 생태계가 어른의 개입 없이도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 중랑구에 놀이터를 지으며 특별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놀도록 돕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 분석한 것이죠. 이를 위해 벤처기부펀드인 C프로그램의 후원으로 사용자 경험 디자인 컨설팅 그룹인 pxd의 전문가들이 투입됐습니다. pxd는 4곳의 놀이터에서 100시간 넘게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했으며, 놀이터 설계팀이 진행해온 참여형 워크숍의 전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이 결과는 매뉴얼로 만들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pxd의 관찰 결과 중 놀이터에서 들여다 본 아이들의 세상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모여 노는 유형: 패밀리형과 파티형



패밀리형이미 단짝인 아이들이 모인 그룹입니다. 놀이터에서뿐 아니라 학교나 학원을 같이 다니며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들입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함께하는 규칙에도 익숙합니다. 끈끈한 사이이기 때문에 술래가 되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든지, 하고 싶은 놀이를 정할 때 자기 고집을 부리는 얌체 같은 친구의 행동도 감싸주며 함께 놉니다. 패밀리끼리 주로 놀지만 패밀리가 아닌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파티형전혀 모르거나 얼굴 정도 아는 아이들이 놀기 위해 뭉친 그룹입니다. 놀이터에 오자마자 노는 패밀리와 달리, 데면데면한 아이들이 함께 노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아는 놀이 규칙이 달라 다툼이 일어나거나 누군가 얄미운 행동을 하면 그룹이 깨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모여 노는 유형: 패밀리형과 파티형



방문객형학교와 학원 사이, 학원과 학원 사이에 틈을 내어 놀이터에 들르는 아이들입니다. 짧게는 5분, 길어도 1시간 이상 머물지 못합니다. 다른 방문객형 아이나 지킴이형 아이와 함께 파티형 그룹을 만들어 놀기도 하지만, 함께 어울릴 친구를 찾지 못해 서성이거나 그늘에 앉아있다 갈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해야 할 일이 가득한 일상 속에 숨통을 틔워주는 곳입니다. 

 

지킴이형집에 가방만 내려놓고 바로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입니다. 해가 저물 무렵까지 놀이터에 상주하기 때문에 놀이터는 곧 이 아이들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모두 노는 시간은 아닙니다. 방문객형 아이들이 놀이터를 찾을 때까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때도 많습니다. 친구를 찾아 하루에도 놀이터 두세 곳을 옮겨 다니기도 합니다. 관찰한 놀이터 4곳에 지킴이형 아이들이 한두 명씩 있었습니다.




모여 노는 유형: 패밀리형과 파티형


pxd의 관찰 결과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울려 놀게 되기까지 일정한 단계를 거칩니다.



놀이터에 도착한 아이는 같이 놀만한 친구가 올 때까지 놀이 기구를 맴돌거나 그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립니다. 같은 놀이터에 다른 아이가 있어도 바로 말을 걸 수 있을 만큼 친하지 않거나 나이, 노는 성향이 다르면 다가가기보다 다른 친구를 기다리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킴이형 아이는 이런 식으로 2시간 넘게 친구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편한 친구가 오거나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 놀이 그룹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룹이 형성되면 아이들은 말과 행동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놀기 시작합니다. 패밀리형 아이들은 놀이터에 오자마자 이렇게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놀기만 해도 ‘누군가와 무언가를 했다’며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놀이가 고조되다 보면 아이들이 놀이에 몰입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때입니다. 이 순간 놀이터라는 물리적 공간은 지옥과 천국, 전쟁터, 바다와 해적선으로 바뀝니다. pxd는 이 순간을 ‘눈 뜨고 꿈꾸는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아이들이 잘 노는 놀이터의 비밀


아이들이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의 표정은 시무룩합니다. 반면 ‘눈 뜨고 꿈꾸는 시간’에는 연극 배우처럼 활기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놀이터 구조에 따라 ‘눈 뜨고 꿈꾸기’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빈도가 약간씩 달랐습니다. pxd는 그 차이의 이유를 아래의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했습니다. 



슬그머니 공간∙ 기구가 있는가

붙임성이 좋거나 친한 친구들과 같이 놀이터를 찾은 게 아니라면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곧바로 어울리지 못하고 낯을 가립니다. 그런데 특정 공간에서는 모르는 아이들도 자연스레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중랑구 세화어린이공원에 설치한 그물 그네가 한 예입니다. 여기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주변 아이들이 다가와 밀어주기도 하고 ‘너도 탈래?’라며 말을 걸어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이들 여러 명이 걸터앉을 수 있는 낮은 구릉, 나란히 탈 수 있는 밧줄 놀이 기구 등은 아이들이 서로 곁에 다가갈 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는 이런 공간을 pxd는 ‘슬그머니 공간∙ 기구’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런 장치들은 낯선 아이들이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사이로 엮여 놀기 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양한 놀 거리가 있는가

상호자극 단계에서 아이들은 이리 저리 옮겨 다니고 이것 저것 해보면서 놀이를 심화시켜 나갔습니다. 이때 놀 거리가 반드시 대단한 놀이기구만을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닥의 그림, 주변 나무에 핀 꽃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소와 미끄럼틀 등 익숙한 놀이 시설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관심을 옮겨 갈 소재를 찾지 못하고 ‘할 게 없다’며 흩어지기도 합니다.



놀이의 무대가 되기 좋은 터가 있는가

아이들이 몰입 상태에 도달했을 때 선호하는 놀이는 지옥탈출이나 경찰과 도둑, 공성전, 해적선 놀이 등입니다. 이 놀이에 빠져들면 조합놀이대 등은 더 이상 시설이 아니라 지옥, 감옥, 해적선처럼 놀이의 무대 장치가 됩니다. 그런데 놀이라는 극에서 무대 장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빈 공간입니다. pxd가 놀이터 4곳을 관찰했을 때 아이들이 이러한 놀이를 더 많이 자주 했던 곳은 무대 장치에서 탈출했을 때 뛰어다닐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은 놀이터였습니다. 3화에서 소개했듯 세이브더칠드런이 중랑구의 상봉, 세화 어린이공원 두 곳의 중앙을 널찍한 빈 공간으로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패밀리가 된다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줄고 오더라도 짬짬이 놀다 보니 아이들이 놀이터에 와도 놀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납니다. 같이 논 적이 별로 없는 친구들은 함께 어울려도 놀이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갈라서기도 합니다. 놀다가도 학원 시간이 되어 누군가가 빠져나가면 흥이 금세 깨집니다. 여전히 놀이터는 아이들이 어울리는 구실과 무대로 작용하고 있지만, 관계망이 허약해진 아이들은 놀이터라는 공간만으로는 놀 수 있는 만큼 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중랑구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놀이터 설계 과정에 참여했던 주민들을 중심으로 놀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평소라면 같이 놀지 않았던 아이들과 어울려보기도 하고, 언니 오빠 누나 형들이 학원에 가느라 가르쳐 주지 못했던 놀이도 배웁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나서는 간식을 나눠먹으며 오후 한 나절을 보냅니다. 이렇게 동네 아이들이 친해진다면 놀이터에서 만났을 때 ‘같이 놀자고 해도 될까?’ 하는 고민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당분간 아이들은 짬짬이 놀 테지만, 아이들 모두가 패밀리가 되어 놀이터에 오는 순간부터 놀이에 뛰어들 수 있길 바라봅니다.



글  제충만(권리옹호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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