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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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분쟁 9년 나의 마음은 고향의 올리브나무에 있습니다
긴급구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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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는 6·25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처 피난을 떠나지 못해 인민군에 수복된 서울에서 겪었던 겨울을 소설로 남겼습니다.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참담한 한국 전쟁의 흐름에 이리 나부끼고 저리 휩쓸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고 있는 하늘이 대한민국의 하늘인지 인민공화국의 하늘인지’ 는 생존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총상을 입은 오빠와 갓난 조카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매일을 살아남은 그의 자전적 소설은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경험을 보여줍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내전의 아픔을 겪은 우리 사회의 경험치입니다. 


지금 시리아의 피난민이 이고 있는 하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요?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3월 8일 이들리브 남부에서 촬영한 드론 영상은 처참히 무너진 시리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주민이 모두 떠난 유령 도시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공격이 재개된 탓에 피난 행렬이 시작된 것입니다. 끔찍한 공격이 밤낮없이 계속됐고 학교와 병원도 파괴됐습니다. 아동 55만 명을 포함한 100만 명의 피난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이 중 81%가 여성 그리고 아동입니다.




▲ 위성사진으로 본 시리아. 2018년과 비교해 공중 폭격으로 대부분의 가옥이 파괴됐다.  



지구 바깥에서 본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성 사진 속 건물은 처참한 공습에 무너져 내렸고 이제는 잿빛 시멘트 덩어리만 남아 도시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이들리브에서 학교와 유치원 열 곳이 공격받아 아동 9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학교에 가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교육은 생명과 맞바꿔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도와 피난을 위한 짐을 꾸리고 있는 사라(왼쪽)와 아야(오른쪽).



알레포 서쪽에 살던 두 자매 사라(7세, 가명)와 아야(6세, 가명)의 가족도 피난을 결심했습니다. 밤새 이어진 공습 때문입니다. 사라의 아버지 무사(66세, 가명)는 천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퍼부은 폭격으로 행여 집까지 무너질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한 번으로도 힘들었던 피난을 두 번이나 떠나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라. 피난 짐을 가득 실은 차에 아이들이 탔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현지 파트너기관의 도움을 받아 인근 피난민 캠프로 갈 예정이다.



사라도 간밤을 기억합니다.


“무서워요. 어제 혼자 자고 있을 때 공습이 시작됐어요. 제가 무서워서 잠을 못 자고 있으니까 엄마가 제 옆으로 와 주셨어요.”


가족들은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짐은 모두 챙겼습니다. 짐으로 가득 한 차 안에 아이 둘이 간신히 들어갑니다. 하지만 사라는 가족 같은 고양이를 두고 갈 수가 없습니다. 불쌍한 고양이를 두고 갔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며 고양이를 꼭 끌어안습니다.




▲ 마지막으로 올리브 나무를 돌아보고 있는 아버지 무사.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언제 다시 고향 땅을 밟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여정. 아이들까지 동원돼 피난 짐을 싣고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봅니다. 아버지는 꼬박 9년을 채운 전쟁 통에도 살아남은 올리브 나무를 보며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이 고장에서 1990년부터 살았어요. 무척 가난한 때에 이곳으로 와서 방 한 칸짜리 집을 사고, 양을 치고 살면서 이만큼 늘려 놨습니다. 간밤엔 한 숨도 잘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은 피난을 가고 싶지 않아 했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 가야만 해요. 하지만 제 영혼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있는데 대체 어딜 가겠습니까. 정말 어쩌면 좋죠?”



쏟아져 내리는 폭탄을 피해 떠났지만 굶주림과 질병은 피난길 곳곳에 숨어들어 아이들의 목숨을 노립니다. 아이들은 급조된 텐트에서, 때론 부서진 건물이나 나무를 지붕 삼아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2019년 12월 이후로 그나마 운영되던 병원, 보건소, 이동식 진료소 72개 곳이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머물 곳을 발견하더라도 가져온 음식은 충분치 않습니다. 인도적 지원 없이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 왼쪽부터 2017년 9월, 2018년 9월, 2019년 12월에 촬영한 위성 사진. 난민 캠프의 면적이 177%로 늘었다.



시리아 피난민의 이동을 연구한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하버드 인도주의적 이니셔티브의 연구 보고서가 위성 사진을 발표했습니다. 2017년 9월 처음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몇몇 건물과 공터 그리고 우측의 농가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2019년 12월, 사진 속의 공터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피난민 텐트로 가득 찬 것입니다. 두 배를 훌쩍 넘긴 177%에 달하는 면적이 피난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 시리아 북서부 난민캠프 정경. 눈과 비가 내리는 습한 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사람은 늘어나지만 피난처의 삶은 부족한 것 투성입니다. 음식, 주거시설, 안전한 식수, 보건의료, 교육, 심리 지원 같은 아이들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번 겨울을 나면서 열악한 난민촌 환경에 사망한 아동이 최소 일곱 명에 달합니다. 저체온증으로 심정지가 오거나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우다 질식한 사례도 있습니다.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면 플라스틱까지 닥치는 대로 땔감으로 써야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이불, 위생 용품, 요리용 가스, 난방 기구와 연료입니다. 비를 막아줄 텐트와 방수포도 필요합니다. 모두 가장 기본적인 생존 물품입니다. 전쟁이 너무 오래 지속된 탓에 식품 가격의 인플레이션도 심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지 파트너 기관 여섯 곳과 함께 매일 시리아 피난민 가족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부터 약 6만 5천명(아동 4만 5천 명)의 시리아 피난민에 긴급구호를 지원했습니다. 모두 후원자님이 모아주신 긴급구호 후원금 덕분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 난민촌에 새로 도착한 가족에게 긴급 현금지원을 하고 가장 필요한 음식과 옷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영양식을 제공했습니다.

  • 출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소 두 곳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혼란 속에서도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임시학습센터를 설치하고 교과서와 책가방을 배부합니다.

  •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아동의 사례를 조사합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거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도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길러줍니다. 또한, 아동의 가족에게도 1:1 및 그룹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는 아동을 검진하고 위기 상황일수록 아기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유실을 마련해 모유 수유를 돕습니다.




▲ 2020년 2월, 학교 폭격이 발생한 시리아의 도로변에 책가방이 떨어져있다.



겹겹이 이어진 피난길에 시리아 가족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무려 열 번이나 피난처를 옮겨야 했던 가족도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족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한편 아동의 교육과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임시교육센터 설치가 어려운 곳에서는 이동식 학교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끔찍한 전쟁의 한 가운데서도 아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인 정서적 안정과 일상의 감각을 제공해줍니다. 더 많은 학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시리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살아남는 것 이상의 힘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학교에 가고 배움을 이어가야만 전쟁으로 산산이 조각난 시리아를 재건할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리아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나갈 것입니다.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연이은 피난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시리아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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