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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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아동 참여는 _______이다'
국내사업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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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드릴게요. OX 문제입니다. [청소년에게도 권리가 있다] 정답은? O입니다. 너무 쉽지요.  다음 문제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하는 대표적인 아동권리는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투표권이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드릴게요. 정답은? 두구두구두구두구…. X입니다! 어떤 부분이 틀렸을까요? 투표권 대신에 참여권이 들어가야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에게 필요한 권리를 4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입니다. 


전주 덕일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권에 관해 의견을 쓴 투표용지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모른다면 그 권리를 누리기도 쉽지 않죠.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2월 19일, 전주덕일중학교에서 ‘우리가 말하는 우리들의 참여’ 공청회를 열고 학생들과 함께 참여권과 학교에서 아동 참여를 보장하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전주덕일중학교 학생들은 아동 참여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공청회를 시작하기 전, 한 명씩 투표소에서 참여권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아동 참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적었습니다. 설문 결과 참여권이 무엇인지 안다고 답한 학생들은 58명 중 18명(31%)이었습니다.


투표소에서 참여권에 관한 의견을 쓰는 덕일중학교 학생들


공청회에서 학생들은 영상을 보고 OX 퀴즈를 풀며 참여권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과 관련된 일에 생각을 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학생회장 선거나 반장 선거에 참여하고 투표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과 교육청의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학교 규정을 만들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관해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할 수도 있고요.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나 학교신문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아동 참여권 관련 OX 퀴즈를 푸는 덕일중학교 학생들


이어진 시작 대담에서 반 대표로 나온 박정음(15) 학생은 학교에서 의견을 내서 결정해 본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급식실과 학교 운동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전체 학생들과 함께 정했어요.” 정음이는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았기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공청회가 마련되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전교생이 모여서 만민공동회를 해요.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덕바시(덕일중을 바꾸는 시간)도 만민공동회에서 이루어져요. 그런데 덕바시에서 말하려면 대본도 써야 하고 전교생 앞에서 말해야 해서 부담스러웠거든요. 오늘은 친구들끼리만 있어서 편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우리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많아지다 보면 아동 참여권이 더 잘 지켜질 것 같아요.


시작대담에서 아동 참여권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자와 반 대표로 나온 김예원, 박정음, 안태정 학생(왼쪽부터)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둠 토의에서는 먼저 ‘학교에서 우리들의 참여권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토의하며 학교에서 어떤 부분들을 개선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견도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기존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덕바시(덕일중을 바꾸는 시간)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서명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봤습니다. 소리함을 더 여러 곳에 배치하고 익명으로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진 토의에서는 ‘아동 참여권을 모르는 다른 친구와 어른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참여권에 관한 교육을 하거나 온라인에서 카드뉴스 또는 웹툰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원탁에서 아동 참여권에 관해 토의하는 덕일중학교 학생들


전주덕일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강미지 선생님은 토의와 발표를 보며 “원탁토의 방식이 신선해요.아이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제안할 수 있는 의견이라 저도 내년에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까 생각해봤어요. 만민공동회가 열리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못했거든요. 만민공동회라는 취지에 어울리는 활동은 오늘처럼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토의한 내용을 발표하는 덕일중학교 학생


김형곤 교장선생님도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제안한 내용은 같이 더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사용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걷는 건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이지 여러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아이들의 발표 내용에 하나하나 세심한 대답을 해주시며 자기가 생각하는 걸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교장선생님 말씀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 뿌듯한 얼굴이었습니다.


덕일중학교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 김형곤 교장선생님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만 18세 아동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동 참여권은 꼭 정치적 참여권으로만 귀결되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아주 어린아이 때부터 가능합니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들어줄 때 아동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한 사회의 일원으로 권리를 존중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참여권이 존중 받을 수 있도록 2020년 ‘아동 참여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성인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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