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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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곰팡이 집’에 살지 않아도 돼요
국내사업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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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명)와 예진(가명)이 집을 방문한 건 지난 7월 뜨거운 무더위로 전국이 펄펄 끓어오를 때였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 탓에 숨이 차 올랐는데 두 남매 집에 들어서자 숨이 막혔습니다. 집안은 온통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던 10월, 두 남매의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거실과 방 모두 도배, 장판을 다시 하고 부엌 싱크대를 바꿨습니다. 욕실은 바닥 타일부터 변기까지 모든걸 다시 고쳤습니다. 새집으로 바뀌면서 가족의 삶도 달라졌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거실에서 함께 창 밖을 바라보는 가족


숨막히는 ‘곰팡이 집’에 사는 아이들
처음 두 남매 집을 방문했을 때 욕실과 부엌, 거실은 물론 아이들 방과 부모님 방까지 집안은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농촌지역에 사는 지우와 예진이는 마땅히 놀 곳도 없어 집에서 주로 생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놀지도 못했습니다. 친구들의 놀림이 싫어서 입니다. 정신장애 2급인 아빠와 언어장애 3급인 엄마에게 마음대로 투정도 부리지 못합니다. 그 나이답지 않게 아이들은 속으로 삭히는 방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도 집 안에 핀 곰팡이처럼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선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주거환경이라도 하루빨리 개선해줘야 했습니다.


도배 장판을 새로 하기 전 곰팡이가 잔뜩 핀 방에 누워 숙제 하는 예진이


새 욕실, 새 부엌, 새 집... 새 가족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가정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도배, 장판을 새로해 밝아진 거실은 사람들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인터뷰 내내 함께했던 마을 부녀회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애들 아빠 얼굴 좀 봐요. 집이 바뀌니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전에는 말도 거의 안하고 화난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는데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여기 할머니도 말수가 늘었어요. 사람들하고 말도 섞고. 환경이 이렇게 중요하다니까. 전에는 사람들하고 얘기도 안하고 지냈는데 도배, 장판 새로 하고는 이 집 식구들이 완전 달라졌어. 사람들이 밝아져서 보는 사람이 다 기분이 좋다니까. 이거 봐, 애들도 많이 밝아졌어. 고마워요. 정말 감사해. 이렇게 도움 필요한 거 알고 애써주시고 진짜 고마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화장실 바닥과 벽면 타일, 변기, 샤워기 등의 교체비용으로 214만5000원을 지원했습니다. 383만3500원을 집 전체 도배, 장판 공사비로 지원했으며 100만 원을 지원해 부엌 싱크대/선반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새로 도배를 한 지우가 쓰는 방 벽에는 더 이상 곰팡이가 보이지 않습니다(왼쪽 전, 오른쪽 후)


가정으로 돌아온 아빠
정신장애 2급인 아빠는 예전과 다르게 눈에 보일 정도로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요즘은 일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에 달려옵니다.
전에는 집이 온통 곰팡이고 냄새가 나 집에 오기도 싫었어요. 어떤 때는 짜증나서 일 끝나고 밖에서 돌아다니다 며칠 집에 안 들어올 때도 있었고… (숙였던 고개를 들며) 근데, 도배, 장판 새로 하고 나선 일 끝나면 바로 집에 와 씻고 애들하고 같이 놀아요. 전엔 목욕탕에 곰팡이가 많아 들어가기도 싫었는데 목욕탕이 깨끗하니까 냄새도 안 나고 좋아요. 안정적이고 포근하니 집으로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욕실은 바닥부터 벽면까지 전체적으로 다시 시공해 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왼쪽 전, 오른쪽 후)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엄마는 언어장애 3급입니다. 들을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합니다. 지우와 예진이는 수화를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뿐입니다. 이런 엄마에게 ‘환하게 변한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떠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신 없이 손을 움직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손짓, 몸짓을 멈춥니다. 온화하던 얼굴이 어느새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입니다.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지우가 작은 손으로 엄마 얼굴을 어루만집니다. 결국 엄마는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렇게 지우네 엄마는 타인의 입이 아닌 자신의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싱크대와 선반까지 교체해 한결 깨끗해진 부엌(왼쪽 전, 오른쪽 후)


이제, 집에서 뛰놀 수 있어요
“좋아요, 다 좋아요!”

라고 외치는 예진이에게 집에서 어디가 제일 좋은지 물었더니 쑥스러운지 입을 다물며 아빠 품으로 파고듭니다. 화제를 돌려 지우에게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짧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왜냐고 물으니 더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지우에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름보다 훨씬 밝아진 지우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날이 머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빠가 입을 땝니다.
요즘은 애들이 학교 다녀오면 방에 들어가 책가방 두라고 말해요. 집이 깨끗해서 애들한테 정리하는 습관도 길러줄 수 있더라고요. 지우는 원래 잠도 자기 방에서 안 자려고 했는데 공사하고는 자기 방에 가서 자요. 여기는 애들 놀 곳이 없어서 집이나 마당에서 놀아야 하는데 전엔 집안에서 못 놀았거든요. 요즘은 애들이 거실에서 뛰며 놀아요. 부모 입장에선 좋죠


사이 좋게 빵을 나눠먹는 지우와 예진이, 예진이가 지우 입에 빵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저흰 이거면 충분해요”
부끄럽지만, 가끔 이 정도만 지원 받아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우와 예진이네 집을 찾을 때 마음이 그랬습니다. 결국 인터뷰 도중 마음을 내보이고 말았습니다.
“아버님, 아까 보니 부엌 천장과 화장실 천장은 수리 못한 것 같던데 마저 수리했으면 하는 마음은 안 드세요? 수리가 아니더라도 혹시 이런 부분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건 없나요?”
돌아온 대답에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없어요. 저보다 더 어려운 분들 많아요. 그분들도 (도움을)받아야죠. 저희만 받을 순 없잖아요. 저흰 이거면 충분해요”


마을 부녀회장은 떠나는 우리를 끝까지 마중하며 연거푸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밝은 집에서 생활하라며 밝은 색 도배, 장판을 고르라 조언해주고 한여름 공사로 갈 곳 없는 가족을 기꺼이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해줬습니다. 마을 이웃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가족을 위해 마음을 모아 에어컨을 선물했습니다. 아침, 저녁 매서운 찬 바람에 두터운 외투깃을 여미는 날씨에 이런 따뜻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더불어 가족이 다시 살아갈 힘을 선물해준 후원자님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후원자님께서 모아주신 마음은 곰팡이로 가득했던 지우와 예진이네 집을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줬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우와 예진이 사례로 모금한 후원금은 이 가족처럼 위기에 처한 아동과 그 가정을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
세이브더칠드런은 자연재해, 사고, 질병 등 위기를 겪는 빈곤가정 아동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위기가정지원사업을 펼쳐왔습니다. 국내 저소득가정 아동을 후원자와 연계해 매월 정기후원으로 돕고 아동과 가정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후원자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정림(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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