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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GO가 보는 세계] 캥거루 케어가 구한 아프리카의 어린 생명들
보도자료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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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유엔이 공개한 ‘2015년까지 카운트다운 최종보고서(Countdown to 2015 final report)’에는 저개발국가의 영유아 사망실태가 드러나 있다.


전세계 5세 미만 영유아 및 산모 사망자의 95%를 차지하는 75개 국가를 15년간 모니터 해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는 지난 15년 동안 연간 1,000만명에서 590만명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또 4주 미만 신생아 사망도 연간 390만명에서 270만명으로 30% 정도 줄었다.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의 45%는 신생아들인데, 비극적이게도 신생아 사망자 270만명 중 100만명이 태어난 그날 사망한다.


신생아들의 주요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이나 호흡곤란 등 조산 합병증, 비전문적이고 비위생적인 분만 환경 등에 따른 합병증, 감염 등 의료체계가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것들이다.


의료계에서는 신생아 사망의 70% 이상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돌봐 줄 조산사와 보건요원 양성, 탯줄을 자를 소독된 칼 사용, 엄마 가슴으로 아기를 감싸 안아 아기 체온을 높이는 캥거루 케어(Kangaroo mother care) 등과 같은 손쉬운 조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캥거루 케어는 신생아를 엄마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고 털모자를 씌워 아기 체온을 섭씨 2도 정도 높이는 신생아 보호방법. 인큐베이터 등 비싼 의료장비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개발국가에서 저체중ㆍ저체온으로 위기를 겪는 신생아를 살려내는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영유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조산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캥거루 케어가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저체중 신생아에게 캥거루 케어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필자가 아프리카에서 보건사업을 관리할 당시만해도 광역지방자치단체(한국의 道(도) 단위 급) 종합병원조차 인큐베이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환경에서 많은 산모들이 캥거루 케어 덕분에 아기들의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케냐 서부 붕고마 지역 병원에서 일하는 에스더(38)도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셋째 딸을 잃을 뻔한 아찔한 기억이 있다. “임신 29주째에 셋째 딸 그레이스를 출산한 것은 2014년 10월이었어요. 조산이라 출산 당시 몸무게가 1.4㎏에 불과했고 이틀이 지나자 오히려 1.25㎏으로 줄었어요.”에스더는 그 때를 되돌아보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린다. 아이가 너무 말랐기 때문에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하지만 그 때 세이브더칠드런과 보건부에서 진행하는 캥거루 케어 프로그램을 소개 받았죠.”


처음에는 캥거루처럼 아기를 품고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또 쉽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기 몸무게가 신기하게도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꼭 아기를 살려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병원에 14일 동안 머물면서 캥거루처럼 24시간 아기를 제 가슴에 껴안고 있었어요. 캥거루 케어 병동에서 아기 체중이 1.5㎏이 됐을 때 퇴원했고, 집에 와서도 하루에 1g이라도 더 살찌기를 바라면서 캥거루 케어를 계속했어요.”


미숙아로 태어났던 에스더의 딸 그레이스는 무럭무럭 자라 생후 18개월 되었을 때 체중 11㎏인 우량아가 됐다. 지금은 걷기도 하며 말도 곧잘 한다. “그레이스는 제게 기적과 같은 아기입니다. 캥거루 케어가 그레이스의 생명을 살렸고, 그래서 저는 늘 다른 산모들에게 캥커루 케어를 소개하고 있어요.”


그레이스는 캥거루 케어 덕분에 붕고마 지역에서 많은 미숙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는 병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일이 끝나면 캥거루 케어 병동을 찾아 미숙아 산모들에게 캥거루 케어 요령을 설명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기적들이 더 많은 이웃들에게 일어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과 현지 구호단체들은 신생아 모자 지급, 산모 및 의료진 교육 등을 통해 캥거루 케어 확산에 힘쓰고 있다. 아기들의 이른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재광 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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