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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뿔 지역' 극심한 가뭄 ② “이건 재앙입니다!”
긴급구호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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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재앙입니다! 제 마음도 타들어가요"


     ―'아프리카 뿔 지역' 극심한 가뭄 ②

하산 모하메드 세이브더칠드런 케냐 와지르 프로그램 디렉터


 케냐 동북부 소말리아와 국경을 맞댄 와지르주, 지난 해부터 바짝 말랐습니다. 유목민인 주민들은 가족이자 생계의 끈인 소, 염소 낙타를 잃었습니다. 그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하산 모하메드 세이브더칠드런 케냐 와지르 프로그램 디렉터, 그 자신이 유목민 출신인 그는 시름이 깊습니다. 26여만명이 케냐, 에티오피아, 남수단,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숨진 2011년 가뭄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UN은 케냐 동북부 지역 약 270만명이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그 가운데 135만명을 5살 이하 아동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가뭄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 하산 모하메드 세이브더칠드런 케냐 와지르 프로그램 디렉터


하산 모하메드(38) 세이브더칠드런 케냐 와지르주 프로그램 디렉터의 첫 마디는 “힘들다”였습니다. “주민들이 저희만 쳐다보고 있는 데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 자신이 이 지역 유목민 출신입니다. “염소, 소, 낙타들과 함께 자랐어요. 각각 이름이 있어요. 염소마다 젖 맛도 다 달라요. 가족이나 다름없죠. 그 가축을 다 잃었으니 그 마음이 어떨지… ”



▲ 흙탕물에 한 주민이 얼굴을 씯고 있습니다.


 Q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제가 국제 구호개발 분야에서 12년째 일하고 있어요. 이번이 세번째 가뭄입니다. 2011년 가뭄은 정말 끔찍했고 지역사회는 그 여파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올해 가뭄은 더 해요. 2011년에는 7월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는데 올해는 5월에 이미 비슷한 상황이니 다음 우기인 11월까지 어떻게 될지…. 3월~6월 우기가 오면서 어떤 지역은 조금 비가 왔는데 비가 와도 문제입니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계속돼 동물들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라 비를 맞고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어요. 한 마을에선 1200마리 염소가 한꺼번에 죽어버렸습니다.
이건 재앙이에요!. 지금 소, 염소가 죽어 나가고 있는데 곧 당나귀가 그 다음은 사람 차례가 될 거예요. 가뭄 때문에 물값이 5배 뛰었어요. 국제재난구호 매뉴얼인 ‘스피어 프로젝트’를 보면 한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하루 최소 2.3~3 ℓ가 필요해요. 물값이 너무 뛰어 보통 주민들이 그만큼 깨끗한 물을 살 수가 없어요.
어떻게 이 가뭄을 이겨낸다 해도 그 여파는 앞으로 최소 2년은 갈 거예요. 평생 가축과 함께 한 유목민들이 생계 수단을 모두 잃었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에 못 다니고 노동 현장으로 몰려요. 염소 몇 마리에 딸을 조혼시켜 버리기도 해요. 범죄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제가 이전 가뭄에서 목격한 현상이에요.


▲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건 시설이 먼 외딴 마을들에 찾아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양양실조 상태이면 8주 영양프로그램에 등록하거나 중앙병원으로 이송합니다.


Q 이 지역 가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가장 심각한 지역 15개 학교에 이 주에 한번씩 급수차를 보냅니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학교들이에요.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최소한 점심을 먹고 물을 마시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겁니다. 이밖에 68개 학교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또 지역 보건 시설을 지원할 뿐 아니라 보건 시설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요. 가뭄 때문에 영양실조가 가파르게 뛰고 있어요. 보건 시설이 먼 외딴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다니며 아이들이나 지역 주민들 상태를 확인해요. 영양실조 아이들 가운데 제대로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중앙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8주간 영양프로그램에 등록하게 해 정기적으로 고영양 ‘플럼피넛’ 등을 먹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체크해요. 지난 3~4월 두 달 동안 그렇게 여러 동네를 스크리닝했는데 와지르주에서만 5살 미만 아이 6만63명이 영양실조 상태였어요. 영양실조 상태인 임산부가 5만80명이었고요.
깨끗한 물을 사 마실 돈이 없는 주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흙탕물도 마십니다. 그 물을 마시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정수 알약 6만3천개를 나눴어요. 


Q 무엇이 필요한가요?
 영양실조 아이들에게만 양식을 나눠주는 걸로는 부족해요. 다들 굶주리니까 그걸 가족들이 나눠 먹게 되거든요. 2011년 가뭄 때는 그래서 5살 이하 아동과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 상태와 관계없이 일정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블랭킷 프로젝트’를 했어요. 지금은 기금이 부족해 못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학교에 급수트럭을 보내야 해요. 여기서 더 나아가 저희는 물공급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수원을 찾고 저장시설을 확충해 나가면 가뭄이 오더라도 지역 공동체가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유목민들이 가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 현금 지원을 하거나 건강한 가축시장을 만드는 것도 지역 사회가 가뭄을 이겨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가뭄이 오면 절망에 빠진 유목민들을 이용해 상업자본이 헐값에 가축을 사들여 버려요.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이 직업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말 많은 게 필요한데 한계가 있으니 제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가뭄을 더 잘 견디는 지역사회 만들 수 있어요!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명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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