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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30 세상]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
보도자료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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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거다. 선거가 있을 때 자주 나오는 주장이지만 이번에도 만 18세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투표권을 만 19세까지로 제한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는 것이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선거는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인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논의 또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만 18세 정도가 되면 뭘 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운다. 지난해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연령을 낮추자며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따르면 ‘18세에 도달한 청소년도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은 8명인데 이들 중 6명이 만 18세가 된 청소년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럼 만 17세는 그런 능력과 소양이 부족한 것일까? “나는 한국 사람이다. 너희들은 우리를 재판할 그 어떤 권리도 명분도 없다”며 일제의 재판정에서 불굴의 용기를 보여준 유관순 열사는 당시 만 17세였다. 2014년 우산혁명으로 이름 붙여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조슈아 웡도 당시 만 17세였다. 


특정 연령이 되어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이 생긴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불편하다. 청소년은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이며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주권을 갖춘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배제의 논리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남성이어야 하고, 백인이어야 하고, 재산이 있어야 하며,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동일한 배제의 논리를 극복해 나간 역사의 교훈을 가지고 있다. 보통선거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선거권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연령에 있어서도 청소년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합의 과정이 청소년의 성숙 여부를 두고 18세는 된다, 안 된다를 줄다리기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2007년 만 16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춘 법을 통과시킨 오스트리아는 “다른 나라보다 자국의 청소년들이 유독 정치적 판단 능력이 뛰어나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선거연령을 낮출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세대 간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유엔 세계인구전망 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2007년 노인인구(65세 이상)가 유소년인구(0∼14세)보다 많아지는 인구 역전을 경험했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선거연령을 낮춤으로써 수적으로 줄어든 청소년의 목소리가 균형감 있게 현실정치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새로이 유권자로 편입한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않고 동일한 정치적 무게감을 갖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보았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2012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 바그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선거연령이 낮아진 이후 오스트리아의 만 18세 이하 청소년의 투표 행태를 들여다본 결과, 특별히 다른 연령 집단보다 능력이나 동기 측면에서 부족하거나 선택의 질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대한민국도 노인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초과하는 인구 역전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해이다. 우리에게도 이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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