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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일까 학대일까 긴가민가한 당신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8-06-04 조회수 10490

훈육일까 학대일까 긴가민가한 당신에게




“잘못했으니 맞읍시다”


우리는 살면서 숱하게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합니다. 오타가 그대로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이메일을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말 실수 때문에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찰 만큼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저지른 과실 때문에 우리는 시말서를 쓰거나 상사에게 질책을 듣기도 하고, 상대에게 사과를 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사나 상대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잘못했으니 맞읍시다. 종아리를 대세요.”


세이브더칠드런과 닷페이스가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영상을 제작하며 만난 분들은 “(그 일을) 그만 둘 거예요. 신고감이죠”, “관두죠. 제가 왜 맞으면서 일해야 하나요?”라고 답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장면을 찍어 올린다면 ‘직장 갑질’로 공분을 살 겁니다. 그런데 ‘잘못했으니 맞자’라는 말을 들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입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1948년까지 영국 해군도 과실이 있으면 체벌을 당했습니다. 이후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사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체벌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체벌과 학대, 경계선은 어디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밀거나 때린다면, 아이를 붙잡고 고함을 지른다면 어떨까요? 그 장면이 잡힌 CCTV가 공개된다면 그 영상 아래로는 읽기에도 무시무시한 댓글이 주렁주렁 달릴 것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그런 행동을 이웃에게서, 내 친구나 지인에게서 본 적이 없나요?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자신이 있나요? 2015년 경기도 주민 1500명 중 45%는  ‘훈육 목적이라면’ 맨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답했습니다.(정혜원, 경기도민의 폭력 허용태도 조사, 경기도가정여성연구원, 2015) 절반에 가까운 48.7%는 ‘훈육 목적이라면’ 때린다고 협박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면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별다른 제지 없이 일어납니다.


체벌 근절 캠페인을 하면서 체벌이라는 말을 곰곰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체벌과 그냥 때리는 것, 뭐가 다른 걸까요? 잘못했으니까 처벌한다는 것? ‘묻지마’ 폭행이 아니라면 때리는 사람은 100이면 99, 상대가 먼저 잘못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훈육 목적? 그 때리는 행위가 가르치려는 목적인지 아닌지는 누가 정하나요? 말을 잘 안 들어서 아이를 훈육하려고 몇 대 때렸다던 고 모 씨는 자신의 다섯 살 난 딸을 죽게 했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며 아이를 때렸던 박 모 씨는 여덟 살 딸을 죽게 했습니다.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촬영에 참여했던 채영 님은 말합니다. “(체벌과 아동학대의)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경계선이 있을까요? 있으면 누가 정할까요? 이것(칠판에 분류해놓은 것)은 제가 정한 거고 당하는 사람이 보면 구분이 없을 거잖아요. 그럼 (경계선은) 없는 거죠.”



선의와 도덕으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대다수의 부모(또는 양육자)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는 데 동의합니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못했을 때 흔히 ‘애 가정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라고 부모를 탓하는 이 땅에서 부모에게 아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요즘에는 지탄을 넘어 ‘맘충’이라고 손가락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온당하지는 않지만 부모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그 어떤 방식은 때리거나 때린다고 협박하거나“너는 왜 그 모양이냐?”와 같이 아이를 모욕하는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협에 아이들이 대항할 수 있는 사회적 방패막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아동복지법 5조 2항)


그러나 동시에 우리 법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민법 915조 징계권)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 고통을 주면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때렸지만 폭력은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아이에게 준 고통은 아동학대가 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크게 정상 참작을 받습니다. 법정에서는 최근까지도 '범죄 전력이 없고 상습적이지 않다'며 9년에 걸쳐 수 차례 딸의 머리나 옆구리를 때리고 밥그릇을 던진 아버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재연, 강경루, 국민일보, “때렸던 부모가 또 때린다”… 양육에 서툰 부모들, 20180509) 그러니 아이들은 징계권을 주장할 수 있는 부모가 체벌을 하지 않는 선의를 베풀기를 바라야 합니다.
 


우리는 절도 예방을 타인의 도덕심과 선의에만 내맡기지 않습니다. 선량한 운전자가 아무리 많아도 교통법규는 필요합니다. 금연 구역이 과태료 없이 얼마나 잘 지켜지던가요? 그런데 가정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체벌은 여전히 부모 개인의 선의에 맡기고 있습니다.



부모를 범죄자로 만드는 법?


“아이를 단 한 대도 때리면 안 된다는 건가요?”
“아이를 한 대 때렸다고 범죄자가 되는 건가요?”


가정을 포함해 모든 곳에서 체벌을 명확하게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으레 받는 질문입니다. 단 한 대도 때리면 안 되지만 한 대 때렸다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10원짜리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지만, 250원짜리 볼펜을 말 없이 가져가 쓰고 돌려주지 않았다고 무작정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체벌금지법은 다른 누구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이유로라도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이를 어긴 사람을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는 아닙니다.


체벌을 했더라도 부모(또는 양육자)는 아이의 보호자입니다. 비록 체벌이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부모가 처벌 받으면서 아이가 겪는 불이익이 체벌로 인한 위해보다 훨씬 크다면 안 되겠죠. “아이에게 가장 유익한 길을 택하라.”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말하는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입니다. 여기에 근거해서 처벌에 앞서 아이의 위해 정도, 부모의 태도, 부모와 아이의 관계, 폭력이 반복될 위험 등을 먼저 따져야 합니다. 가벼운 사안이라면 부모가 아동학대 예방 교육 이수나 상담을 받는 것이 형사 처벌보다 훨씬 좋은 해결책이 될 겁니다.


‘하면 나쁜 일’라는 도덕 규율을 넘어 공식적인 제도 안에서 원칙을 세우는 일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어 온 다양한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로 나쁜 줄은 알지만 누가 먼저 없애기 어려웠던 관행을 멈추고 있고, 부족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 이래 성희롱은 ‘분위기 띄우는 농담’이 아니라 부끄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 95년 이후 하루 생활쓰레기가 9만 톤에서 5만 톤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 장은선 닷페이스 PD는 촬영을 마치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이후 (체벌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생각이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나서 제도가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꼭 그렇지 않네요. 제도가 먼저일 수 있겠어요.”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또 있습니다. 촬영에 참여했던 지용 님은 예전에 옆집에서 악다구니 소리와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선뜻 신고에 나설 수 없었던 경험을 들려주며 말했습니다.


“다른 가족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개인이 간섭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사회 단위라면 쉬워지지 않을까요?”


많은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을 반겼습니다. 불편한 선물이나 식사 자리를 거절할 명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체벌이 불법이 된다면 ‘남의 집안일’이라 치부되었던 체벌을 중단시키거나 신고하는 것이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


지금 당신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나라에 와 있습니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말을 가르쳐줄 선생님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당신이 서툰 몸짓으로 말하려는 바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눈치를 채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먼저 알려주고 당신이 해보도록 격려합니다. 당신이 엉뚱한 말을 하게 되도 “당신이 말하려던 건 이거죠? 그건 이렇게 말해요.”라며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만들어 줍니다. 다른 선생님은 당신이 어떻게 입을 떼어야 할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대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보다 그대가 옳게 말하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당신이 틀리게 말하면 ‘두 번 다시 실수를 못하게 해주겠다’며 무섭게 화를 냅니다. 또 틀리면 매를 들겠다고도 합니다.


두 선생님 중 어느 선생님에게 외국어를 배우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규칙이 외국어만큼이나 낯설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말 그대로 난생처음이니까요. 게다가 세상살이는 외국어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아이들은 규칙을 배우면서 자신이 아는 선에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도전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뻔한 잘못이지만 아이가 아는 선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행동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보지 않고 틀렸다고 화부터 내고 매를 든다면 어떨까요? 아이가 세상을 제대로 익힐 수 있을까요? 자신이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영상 인터뷰에 참여한 지호 님은 ‘말이 안 통하니까’ 때린다는 부모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화의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거 해, 저거 해’ 보다는 ‘네가 이렇게 하면 이러이러해서 네게 좋지 않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 거다’ 이런 식으로 바꾸어 말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부모님께서 저를 그렇게 훈육하셨더라면 제가 부모님께 반감을 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반감은 명령을 받는 데서, 부모 마음대로 나를 하려고 하는 데에서 오는 것 같아요.”
 

 아이가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야 합니다. 2편 영상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 훈육 슈퍼바이저가 부모에게 건네는 조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서서 아이가 세상의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양육의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도 아이의 입장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고 지금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말입니다. 이걸 알게 되면 왜 아이가 양치하고 입을 헹군 물을 마시는지, 왜 예쁜 누나에게는 인사를 하고 아저씨에게는 인사를 안 하는지, 왜 엄마 아빠를 때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니 아이에게 어떤 가르침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양육 프로그램 ‘긍정적 훈육’은 바로 이 과정을 연습하는 시간입니다. 긍정적 훈육 강사와 함께 아이를 이해해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세이브더칠드런과 닷페이스가 만든 캠페인 영상 2편 <2030 엄빠들이 육아하다 현타 올 때>를 확인해보세요.





 고우현(국내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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