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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 현장 ③ "남편 말에 NO 못해...배우면 자유롭게 살 수 있겠죠"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8-01-24 조회수 492


"남편 말에 NO 못해...배우면 자유롭게 살 수 있겠죠"

― '스쿨미' 현장 ③ 시에라리온 10대 엄마와 스쿨미의 도전



대서양을 맞댄 ‘시에라 리온’, 포르투갈어로 ‘사자의 산’입니다. 유럽 침략자들은 그 해변에서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사자의 포효를 듣고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1961년 영국에서 독립한 서아프리카 ‘시에라 리온’엔 사자의 포효 대신 사람의 비명이 너무 오래 울렸습니다.


1991년~2002년 내전 당시 ‘긴 소매’, ‘짧은 소매’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손목, 팔목을 잘린 사람들을 가리키는 군인들 사이 은어였습니다.(미리엄 데노브 작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이 내전 한 가운데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이권이 있었습니다. 이 ‘피의 다이아몬드’들은 종국엔 부자 나라 사람들 손 위에서 반짝였습니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추천합니다.) 이 내전이 끝난 뒤 2013년~2015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덮칩니다. 세계보건기구 추산 3600여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시에라 리온’ 땅을 밟는 순간 처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처참함보다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격일 겁니다. 해안선을 따라 산등성이가 구불구불 물결쳐 오릅니다. 그리고 그 땅만큼 아름다운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자아이들 학교 보내기 스쿨미 캠페인은 2012년부터 시에라리온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리타운, 자유의 도시, 시에라 리온의 수도, 밤낮으로 행상들의 물결로 뒤덮입니다. 그 땀 흘리는 군중 틈바구니로 광고판이 보입니다. “에볼라 생존 아이들을 내치지 맙시다.” 수도에서 3시간여 차를 타고 가면 ‘6마일’이라는 농촌 마을이 나타납니다. 쌀 경작을 한다는데 한국 같은 바둑판 논은 없습니다. 추수가 끝난 귀퉁이 땅들은 횡뎅그레합니다. 주민들은 감자 잎 따위를 따 장에 내다 팝니다.


 
 루시(17)는 이 곳에 사는 두 아이 엄마입니다. 웃을 때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는 그는 한 살 짜리 딸 아이를 업고 있습니다. 큰 아들은 벌써 다섯 살입니다. 남편, 시부모 그리고 시동생 넷 과 함께 사는 그는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흙벽으로 쌓아 올리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을 청소하고 물을 길어오고 빨래 합니다. 장에 팔 감자잎 따위도 따오고 빌린 밭에 일도 나갑니다. 요리도 루시의 몫입니다. 어떤 요리를 할지 결정하는 건 25살 남편입니다. “오늘 카사바 잎을 요리하고 하면 그걸 해야 해요. 저는 한번도 남편의 결정에 ‘노’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쫓겨나면 갈 곳이 없어요.” 
 

루시의 고향은 내륙지방 시골입니다. 엄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엄마가 채소를 캐 파는 걸로 생활했는데 밥을 못 먹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았습니다. 엄마는 루시가 프리타운 근처 고모네로 가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고모네로 와보니 아이가 벌써 다섯입니다. 고모도 감자잎 같은 채소를 캐는데 한달 수입이 7~8 US달러(8000~9000원)가 고작이었습니다. 선생님이라던 고모부는 벌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이웃이었던 남편을 만났습니다. 야자술 도매상인 남편은 돈도 주고 옷도 사주며 기댈 곳 없는 루시에게 위로가 됐습니다. 그리고 12살 때 루시는 임신합니다. 고모는 당장 집을 나가라 윽박 질렀고 루시는 그날로 시댁에서 살게 됐습니다. 
 


학교, 가고 싶죠. 그런데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남편한테 정말 용기를 내 딱 한번 말해본 적 있어요. 6학년까지만 마치고 싶다고. 남편은 안된다고, 아이들이 우선이라고 했어요. 아이들만이라도 꼭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더 좋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쓰고 계산을 하고 그런 걸 배우면 정말 자랑스러울 거 같아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잖아요.” 
 

루시 같이 시에라리온에서 18살 되기 전에 결혼하는 여자아이들의 비율은 2013년 정부 통계로 39%였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가 에볼라 창궐 이후 더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덮친 뒤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이 9개 지역 7~18세 아동 11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자 가운데 91%가 또래 소녀들 가운데 임신한 소녀가 에볼라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가족을 잃고 생활전선에 내몰린 상황이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조혼, 10대 임신율, 중학교 졸업률 등을 척도로 삼은 여아기회지수 144개국 중 139위입니다.


루시가 사는 ‘6마일’ 초등학교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볼까요?  ‘스쿨미’는 2016년부터 30개 커뮤니티에 아동클럽을 조직해 아이들 스스로 학교 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보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데인저 맵핑’입니다. 스쿨미는 아이들이 지목한 이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6마일'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 그림엔 숲 속엔 '비밀 사회 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숲으로 끌려가 이곳에서 여성할례를 당할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테레이시아 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 담당자는 “지역 사회 안 비밀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에 나오는 뱀을 그렸네요. 다른 지역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학교를 못 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이른 임신’ '소아마비' '도박' '체벌'을 꼽고 있습니다. 



        ▲ '학교 중단 이유로 아이들은 '이른 임신' '체벌' '소아마비' '도박'을 꼽았습니다. 


 2012년부터 시에라리온에 학교 9곳, 학교밖 아이들 지원센터 3곳 등을 세운 ‘스쿨미’의 고민은 깊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는 까닭은 복합적입니다. 1기를 끝낸 뒤 ‘하드웨어’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장 스태프들도 이런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무리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워도 학교 밖에만 나오면 딴 세상인 거예요. 아이들이 헷갈려 했어요.” 


 여자아이들이 단단한 자존감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려면 선생님, 부모님, 스쿨미 스태프까지 모두 다 바뀌어야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깊이 뿌리 내린 ‘성차별 의식’을 짚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120개 커뮤니티에 아동, 아버지, 어머니 클럽을 조직해 성평등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각 그룹 핵심 멤버들을 ‘젠더 챔피언’으로 뽑고 이웃에 그 메시지를 전하도록 했습니다. 각 학교 선생님, 스쿨미 스태프들도 성평등 교육을 받았습니다. 


 카투 초등학교 아동클럽이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변화는 감지됩니다. ‘6마일’ 마을에서 차로 30분 가량 떨어진 ‘카투 초등학교’ 아동클럽이 모이는 날입니다. 수업이 끝난 뒤 오후 3시, 땀에 젖은 셔츠가 몸에 휘감기는 날씨인데 14살 윌링가는 ‘메소드’ 연기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왜 말이 많아!” 미간을 잔뜩 치푸리고 있습니다. 지금 윌링가가 맡은 역할인 아버지는 어린 딸을 시집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쌀은 떨어져 가는데 친구가 찾아와 딸을 내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막아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신 마음대로 결혼시키면 나도 집 나가! 나도 나간다고!” 엄마 역을 맡은 크리스티나 ‘울분의 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연극은 학교 가는 걸 방해하는 요인을 아이들이 토론해 모으고 극으로 만든 겁니다.



이어 토론이 이어집니다. 윌링가는 이렇게 말하네요. “저는 누나가 세 명, 형제 두 명 있는데 여자들이 요리며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거 같아. 제가 아버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라는 것도 많고.” 엄마 역할을 하는 12살 크리스티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0살짜리 남동생은 안하고 왜 나만 설거지 해야하지 불공평 해. 여자아이들은 결혼할 거니까 지금부터 살림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야. 이런 걸 잘 못하면 남편이 화를 낼 거라고.” 이어 포르파나(13)가 손을 듭니다. “5학년이 끝날까봐 무서워. 5학년이 끝나면 결혼하라고 할까. 내가 큰 딸이거든.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어.”


 카투 초등학교 어머니 클럽의 핵심 멤버인 마가렛 크포소와(56), 그가 마을에서 하는 주요 역할은 ‘긍정적 참견하기’입니다. “여자아이들의 존재의 이유가 살림이라고 생각하는 마을 남자들이 많아요. 친척들 만날 때마다 아들, 딸 똑같이 기회를 주라고 이야기 해요.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기부 받아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요.”


아버지 클럽에서 활동하는 모모도(42) 씨는 예전에 마가렛이 말한 바로 전형적인 ‘마을 남자’였습니다. 흰색 모자를 비뚜름이 눌러 쓴 도매상인 그는 바나나랑 야채를 떼다가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야 결정은 남자가 하는 거라 생각했죠. 여자는 뒤에 있어야 하고요. 예전에는 장보는 것까지 제가 다 결정했어요. 4 살, 8살 딸들이 있는데 사실 우리 부족에서는 딸이 12~13살 되면 30대, 40대 남자들에게 결혼시키는 풍습이 있거든요. 저도 그렇게 할까 했어요. 성평등 교육도 받고 대화도 많이 하다 보니까 눈이 열렸어요. 아이들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공부도 시킬 거예요. 그리고 장보는 것도 이제 부인이 결정해요. 부인, 절대 안 때려요. 이제.” 


 ‘스쿨미’는 이 변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내기 위해 지난 해 ‘임파워먼트 평가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학습능력, 사회적 능력, 자아상, 성평등 의식을 수치로 측정합니다. 이 도구로 60개 학교 4학년 아이들 1413명, 보호자 1413명을 설문했습니다. 남자아이 69%, 여자아이 29%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똑똑하다”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남자아이들 40%. 여자아이들 25%는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학교에 갈 필요가 덜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스쿨미’는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밝힌 ‘액션 플랜’에 따라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한편, 지속적인 교육으로 이 수치들을 바꿔 갈 겁니다.



  김소민(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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