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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서는 잘 놀 수 있을까요?--학교 안 놀이활성화 정책토론회의 주인공, 다시 만나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12-14 조회수 4137

중학교에서는 잘 놀 수 있을까요?
- 학교 안 놀이활성화 정책토론회의 주인공, 다시 만나다




지난 11월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머니투데이가 함께 주최한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놀이 꽤나 한다는 어른들 130여 명이 모여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열띤 논의를 했습니다.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11월 14일.


이번 토론회는 ‘학교에서는 공부만 해야 하고, 맘껏 놀 수 있기보다 놀다가 혼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만,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초등교육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은 글을 읽고 숫자를 다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균형잡힌 결정을 내릴 능력, 비폭력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능력, 건강한 생활방식, 바람직한 사회관계와 책임감, 비판적 사고, 창조적 재능을 개발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밝히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죠.

 이러한 학교 놀이의 긍정적 효과와 활성화 사례를 나누고 필요한 정책을 논한 이날 자리에서는 학부모, 교사를 중심으로 교육부 담당자와 교육 관련 국회의원, 교육전문가, 아동전문가가 참여해 의견을 말했습니다.
특히 토론회를 가장 빛낸 주인공은 서울시 면동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김은하수 학생(사진)이었습니다.  은하수 학생은 토론자로 참석해 여러 차례 사이다 발언을 해 어른들은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토론회를 하드캐리 한 은하수 학생, 다시 만나 보았습니다. 




토론회에서 하드캐리 한 김은하수 학생.


반갑습니다. 토론회 때 어땠어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막상 제가 생각한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학교에서 못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오기를 기대했어요?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놀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왔으면 했어요. 그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 같은 걸 해줬으면 했죠. 뭔가 하겠다고 결과를 딱 말해주실 줄 알았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요. 


토론회 끝나고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학교 선생님이 신문에서 저를 보셨다고 해서 놀랐어요. 친구들은 기사를 직접 본 것은 아닌데 토론회 다녀왔다고 했더니 ‘오오 부럽다’고 했어요. 




신문기사에도 났습니다.


많은 참석자들이 토론문을 읽고 감동받았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쓰게 된 거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썼어요. 언젠가는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잘 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썼다 지웠다 해서 정확히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막판에는 아주 급하게 썼어요(웃음).


요즘 학교는 어때요? 놀 만해요?
여전히 못 놀아요. 얼마 전 친구들이랑 공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교실 뒤에 붙어 있던 친구작품이 하나 찢어졌어요. 공 때문에 찢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공놀이를 금지시켰어요. 여전히 선생님이 놀지 못하게 하거나 놀잇감을 선생님 책상에 두고 못하게 해요. 속상해요.


토론회 때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회사에 다니는 이모의 점심시간보다 짧아 힘들다고 해서 많은 공감을 받았는데, 요즘 하루 일과는 어때요?
이동수업이 있는 날이면 쉬는시간에 이동하다가 종이 울려요. 점심시간도 40분밖에 안 돼서 밥 먹고 청소하고 알림장 쓰면 밖에 나가 놀기는 어렵죠. 놀 시간이 없어요. 지난 주에는 선생님이 학교 일찍 마치고 워크숍 가야 한다고 쉬는시간을 모두 5분으로 줄였어요. 그럼 수업을 차라리 하나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교실과 복도는 노는 곳이 아니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래요?
교실에서 뛰면 옆반에 공부하는 아이들, 책 읽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요. 복도는 화장실과 이동수업을 위한 통로이기 때문에 안 되고요. 뛰면 층간소음으로 밑에 울리니까 뛰지 말라고 해요. 결국 운동장 말고는 뛰어놀 곳이 학교에서는 없어요.
하지만 운동장은 선생님들이 못 나가게 해요. 선생님이 우리를 지켜보지 못하니까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그런 거 같아요. 체육시간도 생각해보면 똑같은데. 


운동장에서도 못 놀아요?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 수 있는 반이 있고, 안 되는 반이 있어요. 저도 4학년 때까지는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 수 있었는데 5학년부터는 못 놀았어요. 담임선생님에 따라 달라요. 6학년은 전체적으로 못 나가요.
학교 끝나고도 운동장에서 못 놀게 해요. 학교 끝나고 나쁜 사람들이 운동장에 들어와서 우리를 해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하니 별 도리가 없어요. 그렇게 놀지도 못하게 할 거면 운동장에 인조 잔디는 왜 깐 건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운동장에서 못 놀면 어디 가서 놀아요?
학교 근처에 놀이터가 있긴 해요. 근데 학교에서는 거기도 못 가게 해요.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안 된다고 교장선생님이 가지 말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어요.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면 중학교 일진 언니오빠나, 안 좋은 사람들,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아저씨들인데, 학교에서 어디 어디 놀이터는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찍어서 이야기해줬어요. 우리는 놀 데가 없어요. 


토론회 때도 우리가 신나게 놀면 선생님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우리가 적당히 놀거나 안 놀아서 선생님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잖아요. 억울하지는 않아요?
많이 속상하고 억울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 가서 다치면 부모님이 왜 그런 거냐 엄청 뭐라고 하고, 선생님께 전화를 한다고 해요. 우리 애가 먼저 그런 거냐, 그때 선생님은 뭐 하셨냐고 하니 선생님도 힘들 수밖에 없죠. 


여러분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요. 토론회 중에 학교에서 노는 공간으로 화장실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한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땠어요?
저는 그러지 않지만 공감돼요. 왜냐하면 저희 학교도 작년까지만 해도 열린교실이라고 해서 복도를 넓게 짓고, 복도에 사방치기를 그려놓고 했어요. 근데 못 놀게 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화장실 가서 수다 떨고 놀기도 해요. 남자애들은 화장실에서 물장난도 했는데 금지했죠.

 

사방치기는 왜 그려놓고 못 놀게 하는 거예요?
마스킹테이프로 놀 수 있게 숫자까지 다 붙여 놓았어요. 근데 막상 우리가 놀려고 하면 복도에서 뛰면 위험하니까 교실에서 놀라고, 들어가라고 했어요. 재밌는 건 올해 1학년 교실을 새로 꾸몄는데 칠판도 새로 만들어주고 복도도 재미있게 만들어줬어요. 1학년 교실 앞복도에 우리 복도랑 똑같이 사방치기도 만들어줬는데 게네는 놀게 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도 않아요. 우리는 안 되고 1학년들은 되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스마트폰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스마트폰 가지고 노는 시간이 많아요?
사실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저희 반은 선생님이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주시는데 한 명이 핫스폿을 켜면 다같이 스마트폰을 해요. 친구들은 학원 때문에 스마트폰 할 시간이 별로 없긴 한데, 학원 왔다갔다 하면서나 쉬는시간에 짬짬이 해요. 


친구들과 같이 뛰어 놀지는 않아요?
놀고 싶어도 친구들이랑 시간이 안 맞아요. 각자 다니는 학원시간이 달라서 함께 모이는 게 불가능하죠. 근데 막상 함께 뛰어놀자고 친구들한테 이야기해도 6학년이면 이제 놀 때가 아니라 공부해야 하는 나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기도 해요. 


은하수 학생 생각은 어때요?
놀아야 하는 나이에요.


그럼 왜 친구들은 공부해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놀아보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친구들이 좀 안타깝고 불쌍해요. 놀면서도 불안해해요. 저는 별로 불안하지 않은데 아마 많이 놀다 보니 불안을 이겨낼 힘이 생긴 게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 교육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좀 놀게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말할 기회가 없어서 못 했어요. 지나가다가 만났다고 선생님한테 갑자기 놀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교장선생님은 아침에 잠깐 나와 계시고 계속 교장실에 들어가계셔서 볼 수도 없어요. 저는 그냥 우리들을 놀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곧 중학교에 올라가는 은하수 학생은 중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은하수 학생의 어머니는 함께 놀던 친구들이 모두 학원으로 갔다며 집에서 혼자 놀게 될까 걱정이라며 씁쓸해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뛰어노는 게 가장 재미있다는 은하수 학생은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열심히 배울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맘껏 놀았던 행복한 기억을 가진 어른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제충만(국내사업부 권리옹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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