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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6-28 조회수 579

가난한 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디로?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세한 아파트가 몰린 지역이 그렇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의 놀 곳을 주차장이 차지합니다. 시설이 안전하지 않다고 폐쇄된 놀이터 중 173개는 아직도 이용금지 테이프가 붙은 채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가 지난 6월14일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어린이 놀이터의 현실과 해결방안을 살펴봤습니다.


1. 가난해서 슬픈 아이들의 놀이터


2003년부터 우리 정부는 낡고 영세한 아파트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놀이터를 줄이고 주차장을 넓히는 것을 허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오래된 공동주택은 한 집당 확보한 주차 공간이 적고,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역 주민 간 갈등 소지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차 세울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다른 해법은 고민하지 않은 채 아이들의 놀 공간을 빼앗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 아닐까요?


특히 2013년 50세대 마다 지어야 했던 놀이터 의무규정이 150세대로 바뀜에 따라 150세대가 안되는 작은 아파트들은 아예 놀이터를 없애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언론에 나온 놀이터가 없어지거나 면적이 줄어든 숫자만 부산 169개, 광주 95개, 대구 76개, 대전 70개나 됩니다. 4개 지역에서만 410개 놀이터가 사라졌으니 전국으로 치면 얼마나 많은 숫자의 놀이터가 사라졌을 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존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싸구려 기구 하나 달랑 놓고 버려둔 놀이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놀이기구가 있는 곳을 놀이터로 보는 현행 법에서는 가장 저렴한 놀이기구 하나만 설치해 놓아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놀이터를 조성하는 비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악용하여 아이들의 놀이터를 내팽개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능에 해당하는 놀이에 있어서 만큼은 태어난 지역과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동일한 수준의 ‘놀이기회’를 누려야 합니다. 놀이터의 관리주체가 민간이라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결코 덜한 것은 아닙니다. 201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빈곤 아동의 경우 놀이시설에 대한 접근이나, 놀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특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의 놀이터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지키는 일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 2년전 안전점검을 통과하지 못해 폐쇄된 놀이터 중 173 곳은 여전히 버려진 채입니다.


2. 여전히 진행 중인 놀이터 이용금지


2015년 법에 따라 안전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전국 놀이터가 일시에 폐쇄됐습니다. 그후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출입금지 테이프로 칭칭 감긴 채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놀이터 폐쇄 장기화는 올해로 끝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5년 12월 <어린이놀이시설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놀이터 운영 책임자는 안전 검사에 불합격하면 2개월 안에 어떻게 놀이터를 고쳐서 아이들에게 돌려줄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또한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놀이터를 고치기가 어려운 영세한 아파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례를 통해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 개정으로 놀이터가 다 아이들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용금지 상태인 놀이터가 전국에 173개(2017년 4월 11일 기준, 홍철호 의원실 제공)나 있다고 합니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고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곳도 있겠지만 지원이 부족하여 고치지 못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지원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한 곳이 몇 곳 없습니다. ‘공동주택지원조례’가 있긴 하지만 놀이터 말고도 여러 사업에 지원을 해야해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용금지가 된 놀이터의 상황을 파악해서 고치기 위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때 입니다.


3. 진짜 안전한 놀이터?


세이브더칠드런이 서울시, 중랑구와 함께 어린이공원 2곳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학부모들은 놀이터의 위험요소로 안전하지 않은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차량이 질주하는 놀이터 앞 도로, 범죄자, 퇴폐 ∙ 유흥 업소, 유해한 인근 공장, 큰 도로에서 나오는 매연, 미세먼지, 자외선 등 다양한 요소를 꼽았습니다. 이에 반해 현 안전관리법은 놀이기구의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놀이기구가 안전인증을 받고 설치검사를 통과하였다고 해도 놀이터와 놀이터 주변까지 안전하지 않을 때는 결코 이용자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없습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5년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교통사고 중 59%가 어린이공원 반경 500m 이내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놀이기구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개편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School Zone’을 놀이터에 도입 하고,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개념 또한 놀이터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놀이터에서는 절대 음주를 금지하는 법도 필요합니다.


4. 놀이기구는 재미가 있어야 제 맛!


대한민국의 놀이터 안전관리 기준이 만들어진 지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안전 기준을 충족한 놀이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놀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나 새로운 시도가 설 자리는 아쉽게도 부족했습니다.
특히 기존 <어린이놀이시설법>에서 놀이터를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로 한정하다 보니 놀이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현지 지형과 자연물을 활용하거나 놀이 도구를 활용하여 빈 공간에서 노는 형태는 놀이터로 인정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유형의 놀이기구를 만들고, 이를 안전하다고 평가할 기준이 만들어져 인증을 받기까지 무척 까다롭고, 지지부진한 과정이 걸립니다. 놀이기구 제작사가 이런 과정을 기다리기에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놀이터를 설치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유지보수와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관리가 쉽고, 위험해 보이지 않는 기구를 설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모든 놀이터가 비슷해 보이는 놀이터로 귀결되었습니다.


 

5.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정책방향은?


놀이기구의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의 안전관리 체계를 아동의 놀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 <어린이 놀이 활성화 및 안전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개정안에는 놀이터를 아동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고, 정기적으로 관리•평가하는 과정이 담겨야 할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안산 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 ‘차일드클럽’을 꾸려 놀이터 환경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제안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3년 째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한 아이는 “우리 얘기대로 진짜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우리 생각을 들어주는 정도일 거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정말 바뀌는 것을 보고 신기하고 뿌듯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놀이터를 사용하는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놀이터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전국의 모든 놀이터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놀이터 이용과 활성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정안에 담겨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아동놀이정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아동이라면 누구나 공평한 ‘놀이기회’를 제공받기 위해서 정부가 중심이 되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미 2015년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아동놀이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영국에서는 국가를 중심으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적인 국가 아동놀이정책을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 안전하고 흥미로운 놀이터를 만들고, 활동가를 양성하고, 여러 기관과 아동 •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아동놀이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을 속히 진행하여야 합니다.


▲ 서울 중랑구 놀이터가 새 단장하고 100일 뒤 주민들과 아이들이 100일 잔치를 열었습니다.


글  제충만(권리옹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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