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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아이들과 '인생뜨기' ①] 70대 김정순 씨 '황홀한 황혼'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7-02-03 조회수 335


당신 인생의 ‘모자’ 이야기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20대 취업준비생부터 70대 모자 수선의 달인까지,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10주년을 맞아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기부테이너’(기부+엔터테이너)들이 1월 14~21일 잠비아에 모자 전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잊을 새라 삶은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내밀곤 합니다. 연령대가 다른 기부테이너들에게도 저마다 한가지씩 물음표는 있었습니다. 이 모자 여행이 그들 인생에선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네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모자 뜨기 달인 김정순 씨입니다.



"아이에게 빨간 모자를 씌워주던 순간, 벅찼어요"
- 잠비아 아이들과 '인생뜨기’ 01-70대 김정순 씨 '황홀한 황혼'



2017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한 살 더 먹었습니다. 주름살도 하나 더 늘었습니다. 청춘과 멀어지는 것 같아 나이 드는 게 서글프신가요? 여기, 나이 드는 게 마냥 어둡고 우울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자 할머니 김정순(70) 씨 이야기입니다. 70년을 살았는데도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들이 있습니다. 황혼의 여정에 무엇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아직도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지난 1월 기부테이너로 아프리카 잠비아에 다녀온 그녀의 황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황혼의 여유로운 인생 지침



김정순 씨는 모자뜨기 캠페인에 봉사자로 참여했던 사람이면 다 아는 유명입니다. 정순 씨는 어쩌면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년의 삶에서 열정적인 젊음을 되찾고자 모자 수선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자 수선만 벌써 10년. 묵묵히 아기 모자를 수선하며 세이브더칠드런에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던 그녀에게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프리카 잠비아 엄마들에게 뜨개질 강의를 하게된 것입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그녀는 잠비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고민이요? 저는 원래 고민이 없는 사람이에요.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죠.”
느긋한 나이라 가능했던 대답인가 싶어 언제부터 그렇게 고민 없이 살았는지, 그녀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타고난 성격인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예요. 집에 차에 재산이란 재산은 다 팔아 겨우 월세를 구해 이사를 했어요. 애들은 너무 어렸고 그 전과 완전히 다른 삶에 적응할 틈도 없었죠. 그런데도 저는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였어요. 오히려 가게에서 털실을 받아 팔면서 얻은 적은 수입과 곧바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그녀의 대답은 마치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는 황혼의 여유 같았습니다.





묵묵히 견뎌낸 세월이 선물해준 소중한 인연


김정순 씨는 나이 70에 아프리카 잠비아에 가리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번 잠비아 방문은 주어진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묵묵히 걸어온 그녀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 같았습니다. 2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내고 손주들 마저 훌쩍 커버린 노년의 삶에 잠비아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은 제2의 가족 같은 소중한 인연이 됐습니다.


떠나기 전 ‘뚜뚜’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프지 마! 뚜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제가 모자 뜨는 법을 알려주면 늘 하는 얘기가 ‘뚜뚜’ 얘기고. 그래서 진짜 ‘뚜뚜’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곳, 잠비아에서 진짜 ‘뚜뚜’를 만났어요.”


학교에 방문한 날, 운동장에서 뛰놀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눈에 아이에게 반해버렸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덴야(가명).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덴야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함께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으며 둘만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옷이 허름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워낙 재능이많고 끼가 많아 보여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덴야에게 계속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덴야에게 제가 준비해간 빨간 스웨터를 선물해줬어요.”

그녀의 휴대폰에는 덴야의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사람을 잘 따르고 카메라에 관심 보이던 덴야를 잊을 수가 없어요. 덴야는 워낙 재능이 많아서 큰 인물로 성장할 거예요.”




인생 선배의 소중한 한마디


고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생 선배의 한마디는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1월 16일, 김정순 씨는 잠비아 임산부와 아기 엄마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인생 선배가 됐습니다. 뜨개질 강사 자격으로 기부테이너가 된 그녀는 뜨개질을 배우고자 모인 30여 명의 잠비아 임산부와 엄마들을 대상으로 뜨개질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사로서 그녀의 열정은 나머지 청춘 기부테이너들의 열정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녀는 참석자들에게 모자뜨기 캠페인 가족키트에 들어있는 니팅룸과 털실, 뜨개바늘을 나눠줬습니다. 그들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설명을 이해한 엄마들은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이며 김정순 씨를 따라 뜨개질을 했습니다. 설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엄마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실이 꿰어진 니팅룸을 손으로 만지작거렸습니다.



엄마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계속 물어보면서 굉장히 열심히 배웠어요. 힘 조절에 실패해 결국 실을 다 풀어야 했던 엄마도 있었지만요. 니팅룸을 이용해 뜨개질 강의를 했더니 엄마들이 쉽게 이해하고 금방 따라오더라고요. 시간이 허락했다면 손 뜨개질도 직접 가르쳐주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군요.”





기나긴 인생 여정에서 잊지 못할 그 순간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김정순 씨에게는 견뎌온 세월만큼이나 잊지 못할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잠비아 방문 역시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가 됐습니다.
엄마들에게 모자를 나눠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앞에 있는 아기 머리에 빨간색 모자를 씌워줬는데 그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만든 아기 모자를 직접 씌워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벅차고 기뻤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엄마들이 모두 빨간색 모자를 원했다는 것이죠. 저도 빨간색이 환해 보여 예쁘다는 생각에 집어 들었는데 잠비아 엄마들도 저랑 생각이 비슷했나 봐요. 순간, 다음번에는 빨간색 모자를 많이 떠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사할 줄 아는 진짜 어른


모자뜨기 시즌이 아니더라도 저는 모자 수선을 하면서 1년 내내 모자 뜨기를 하고 있어요. 생명이 위태한 아이들이 제가 쓴 모자를 쓰고 새 생명을 얻는다는 사실은 저에게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해줘요. 누가 알겠어요. 이 아이들이 성장해 훌륭한 인재가 될지. 이런 희망을 느낄 때 제가 좋아서 시작한 봉사지만, 얻어가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감사해요.”




정순 씨의 못다 전한 말


우리의 인생 선배 모자 할머니 김정순 씨의 얼굴에는 아직 못다 전한 말이 많아 보였습니다. 잠비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청했습니다.
“티셔츠에 모자를 그릴 때 제 옆에 어떤 아이가 와서 앉더라고요. 처음에 소극적이더니 ‘참, 잘했다’, ‘너무 잘했다’라고 말해주니깐 금방 용기를 내 그림을 그리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할 수 있다. 너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잘하고 있다’라고.”




잠비아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녀의 노년 인생에 큰 의미가 됐습니다. 잠비아에 가기 전까지는 줄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받아온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삶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오늘도 이른 시간 잠자리에 들고 내일 아침 일찍 아기 모자를 수선하러 세이브더칠드런으로 향할 것입니다. 하지만, 잠비아에 다녀온 후 그녀의 오늘은 어제와 분명 다를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따뜻한 모자 할머니 김정순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정림(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박세미(기부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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