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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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우리 모두가 말할 때 폭력을 멈출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이 양육이나 교육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가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허용하는지’와 관련한 문제라는 인식에서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강연을 열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교육’, ‘사랑’, ‘훈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아동 체벌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볼 수 있었던 이번 강의는 아동 대상 폭력의 구조를 심리, 여성, 역사, 문학, 종교 다섯 카테고리로 심도깊게 풀어내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인문학 강연은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의 ‘동화 속 맞고 때리는 아이들’로 문을 열었습니다. 김지은 평론가는 아이들에게 동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아동문학은 은폐된 폭력을 찾아내고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문학을 통해 폭력을 경험하게 된 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이런 일을 겪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되죠. 그러면 ‘체벌은 왜 일어나는지’ 같은 물음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난폭한 행위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어린이들과 이야기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공감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상태에 공감해야만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진지한 이야기나 서사가 제공되지 않고 공격적인 문화가 퍼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위력을 알려주고 이야기의 비판적 힘을 돌려줘야 합니다."


김한종 교원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회 구성원이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아동을 어떤 존재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순수해야만 하고 세상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 바탕에는 어린이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어른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아이들의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이렇게 구분하는 데 그 구분에 앞서 어떤 사람이든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 같은 ‘시민’이자 ‘사람’인 거죠. 어린이에게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는 기회와 경험을 주어야 합니다."


‘여성’ 섹션에서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으로부터 여성과 아동이 어떻게 폭력의 대상으로 닮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가 때리고, 문이 부서졌는데 경찰이 와서는 ‘네가 무슨 잘못을 한 게 아니냐’라고 말해요. 성추행 사건의 경우 ‘너 그때 무슨 옷 입고 있었니?’ 같은 질문을 하죠. 어떤 범죄의 피해자가 이렇게 취조당하듯이 질문을 받고 의심 받냐는 거예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 피해자인 범죄예요. 사람들은 여성이라면, 아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어떤 모델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요. …(폭력은) 권력과 통제의 문제예요. 때릴 수 있으니까 때리는 것뿐이에요. 때릴 수 없으면 못 때려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된다는 거죠."


표창원 국회의원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학대를 하는 이유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만 하는 방향을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아동폭력을 근절하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아동학대 피해자는 폭력이 나쁘다고 생각하더라도 평화적이며 오래 지속되는 수단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아이에게 폭력과 체벌이 아닌 애정과 관심과 대화를 시도한다면 아이는 상당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체벌과 학대의 사회적 원인은 역사적 연결고리, 사회적 상황, 사회 속 폭력을 용인하는 문화 등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이 있고, 이런 폭력을 막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할만한 장소와 사람들과 기관이 존재해야 합니다."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종교문화 속 체벌을 소개했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체벌 근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체벌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체벌금지법을 만들자고 하면 종교의 이름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럼 우리는 그 집단을 욕할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체벌 완전히 금지하는 건 심하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인 규제를 만드는 건 굉장히 시급한 일입니다. 그러나 법적인 규제가 최종 목적일 수가 없어요. 법은 체벌을 억제하지만 동시에 체벌과 그 체벌의 대상을 규정해, 사람들은 어떻게든 교묘하게 ‘이건 체벌이 아니지’ 이러면서 폭력을 행해요. ‘나는 널 때려도 되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직관은 안 없어졌거든요. 실제 현실에서 고통스러운 장면이 연출이 되고 있다면 거기에 대해 누구든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부터 체벌금지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진행한 체벌근절 강연 시리즈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의 자세한 내용은 세이브더칠드런 블로그(www.savethechildrenkr.blog.m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8년,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출판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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