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정 지원사업] “저는 늘 겨울이 두려워요”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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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겨울이 두려워요”
국내 위기가정지원사업




이 아이들의 겨울옷은 손목을 다 가리지 못하거나 해져 있습니다. 가스가 끊겨 버너로 물을 데웁니다. 한국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코앞인데 우리 곁엔 다음달 전기가 끊길까 걱정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질병, 재난, 경제적 빈곤 등으로 벼랑 끝에 놓인 국내 위기 가정을 지원해 왔습니다. 교육비, 주거환경 개선비, 병원비 등 당장 다급한 필요에 답해왔습니다. 올 겨울, 아이들이 추위를 나도록 돕는 것도 포함됩니다. 아래는 저희가 지원한 아이들의 사연을 가공해 쓴 글입니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 이름과 세부 상황 등을 바꿨습니다. 때로 형편이 어렵다는 게 사회적 낙인이 되니까요.



정은이, 테이프로 붙인 소맷자락


정은이(15) 겨울 점퍼 해진 소맷자락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습니다.깨진 유리창도 테이프로 붙여 뒀습니다. 테이프로 막기에는 외풍이 셉니다. 보일러는 틀기 겁났습니다. 보일러 소리는 생활비를 파먹는 소리입니다.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정은이는 할머니와 둘이 겨울을 견뎠습니다.


할머니, 정은이의 유일한 가족, 그 할머니가 아팠습니다. 위암이랍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했지만 여전히 항암치료를 받습니다. 정은이네 수입은 정부 보조금 30여 만원이 전부입니다. 월세, 할머니 치료비를 빼고 나면 20여 만원이 겨우 남습니다. 정은이가 한 벌에 10여 만원씩 하는 겨울 점퍼를 살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추위가 날려버릴 수 없는 내면의 뿌리깊은 힘이 있어 보였습니다. 동네 동생들을 살뜰히 챙깁니다. 이제 중학생인데 집안일도 척척 해냅니다. 빨리 취업해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 게 꿈입니다. 당장 고등학교 입학금 낼 형편이 안 됐던 정은이, 세이브더칠드런 위기가정 지원사업이 도왔습니다. 두 달치 가스 요금, 솜이불과 베개, 겨울 점퍼와 신발, 그리고 식료품·생필품 140만원어치를 보탰습니다.



주성이, 망가진 보일러


주성이(10)는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모님이 마음으로 낳은 아이입니다. 부모가 이혼한 뒤에는 외할머니가 품어줬습니다. 그 할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입니다. 엄마는 바빴습니다.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설거지, 서빙…. 몸이 축축 처지는 게 느껴졌지만 병원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늪 같습니다. 발버둥칠수록 빚만 늘어갔습니다. 그러자 엄마에게 우울증까지 덮쳤습니다.



주성이 집은 슬레이트 지붕 집입니다. 외풍은 앓는 할머니의 신음처럼 끊이지 않습니다. 그마저 월세가 꽤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니 보일러가 고장 나 난방이 안 돼도 집주인에게 고쳐달라 말도 못합니다. 한겨울에 쫓겨날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월세뿐 아닙니다. 전기세, 도시가스 연체 고지서가 눈처럼 쌓여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엄마와 할머니의 의지를 자꾸 꺾었습니다. 이들에게 다 지라고 하기 너무 무거운 짐, 세이브더칠드런이 나눠 졌습니다. 체납 월세, 전기요
금, 도시가스비 등 3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임대주택 공고를 안내해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주성이 엄마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고 했습니다.



영신, 영주, 끊이지 않는 기침


영신(4)이와 영주(6)는 기침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폐렴으로 입원한 적도 있습니다. 방이 냉골이었습니다. 가스요금을 석 달째 못내 끊겨버린 탓입니다. 버너로 물을 끓여 씻었습니다. 전기요금도 밀린 상태였습니다.



영신이네도 따뜻한 집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사업이 망한 뒤 이혼까지 겹치면서 생활의 무게는 그대로 엄마 어깨로 떨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그렇게 들어오는 100만원 남짓 수입으로 버텨냈습니다.


그런 어머니한테 왼쪽 팔 마비증상이 시작됐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일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빌라 청소를 합니다. 월세를 깎을 수 있을까해서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영신이네에 밀린 어린이집 비용과 전기 가스요금 등 14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기적으로 이 아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느냐 회의하실 수도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얼어 있는 발에는 지금 바로 온기가 절실합니다.
올해도 정은이, 주성이, 영신, 영주같이 겨울이 두려운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겨울, 온기를 전해주세요.



■ 세이브더칠드런은 자연재해, 사고, 질병 등 위기를 겪는 빈곤가정 아동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위기가정지원사업을 펼쳐왔습니다. 2017년 242명(1월~10월 집계)을 지원했습니다. 또 국내 저소득가정 아동을 후원자와 연계해, 매월 정기후원으로 돕고 있습니다. 아동과 가정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후원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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