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모든 아기 다섯 살 생일 맞도록”… 1만218명 달리다
2017.12.26
공유하기

“모든 아기 다섯 살 생일 맞도록”… 1만218명 달리다
세종시, 부산, 군산, 대구, 서울 국제어린이마라톤




지난 10월 15일 열린 서울국제어린이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한 아이들이 메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2011년부터 매년 국제어린이마라톤이 열리는 날, 화창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 부산, 군산, 세종시, 대구 다섯 곳으로 확대했는데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치료,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숨지는 다섯살 미만 아기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4km 미니코스를 어린이와 가족 1만 218명이 달렸습니다. 총 후원금 1억 33만 5,665원은 보건소와 약품을 정비하고 보건요원을 양성하는 등 라오스와 우간다 보건사업에 쓰일 예정입니다.


날씨만큼 만족도도 82%로 ‘화창합니다.’ 서울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여한 신재원(12) 양은 “저체온증 물 뿌려주는 게 재미있고 다른 나라 힘든 친구들 도와주니 힘들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무사고와 만족도가 나온 데는 그 뒤에 알 박힌 종아리와 땀 범벅 얼굴이 있습니다.




“이것은 극한 직업”


사고 없이 대규모 행사를 다섯 차례 끝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는 다른 기관에 없는 직함이 하나 있습니다. 아동안전보호정책 담당관과 각 지부 담당자입니다. 일의 골자는 세이브더칠드런이 하는 모든 활동에서 아동권리와 안전이 보장되도록 감독하는 것입니다. 이 업무를 맡은 이향래 아동안전보호정책 담당관, 올해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서 걷거나 뛴 거리를 합치면 100km가 훌쩍 넘습니다. 각 지부 담당자들 네 명도 그 행군을 함께 했습니다.


아동안전보호정책 담당관과 담당자들은 일단 국제마라톤이 열리기 전에 각 행사장 답사를 다섯 번 갑니다. 전 코스를 돌며 위험 요소를 점검합니다. 위험요인, 대상, 대처방안, 조치계획, 점검을 파일로 정리합니다. 이것 말고도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행사장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동친화적인가?’ 등 29가지나 됩니다.


은파호수공원에서 열린 군산 국제어린이마라톤, 문제는 호수였습니다. 권선경 호남지부 담당자, 뾰족한 거, 파인 거, 하여간 위험해 보이는 건 다 기록하고 조치를 취했습니다. 물빛다리에 움푹 파인 곳을 고치고 구조에 필요한 구명환 12개를 비치하고, 인명 구조함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수상보트 한 대와 앰뷸런스 두 대도 배치하고요. 주변 병원, 경찰서, 소방서 긴급연락망도 확보했습니다. 호수 주변에 촘촘히 안전요원을 세웠습니다. 인간 띠로 만든 펜스, 이거 뚫고 물에 빠지는 거 쉽지 않습니다.


시설 안전만 점검하는 게 아닙니다. 자원봉사자 등 참여자 모두에게서 아동안전보호정책을 실천하겠다는 확약서도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얼굴 찡그리지 말고 때리거나 만지지 말고 고함치지 말고 전화번호 공유하지 못하게 교육합니다. 행사 당일에도 끊임 없이 코스를 돈 이향래 담당관은 농으로 이렇게 말하네요. “이것은 극한 직업.”




모기의 수난과 기쁨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코너 중에 하나인 ‘말라리아 체험존’, 한 아이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나쁜 모기를 혼내주고 있습니다.


극한 자봉(자원봉사자)’도 있습니다. 국제어린이마라톤에는 말라리아, 저체온증, 영양, 식수 등 네 가지 체험 부스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5살 미만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원인들입니다.


이 가운데 자원봉사자 사이 3D로 통하는 코스가 하나 있으니 바로 말라리아입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특수 분장’을 하고 아이들 곁에서 윙윙거려야 하는데요. 가끔 ‘이 나쁜 모기야’라며 ‘응징’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너무 윙윙거리면 아이들이 울고, 또 너무 안 윙윙거리면 시큰둥해 하니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자원봉사입니다.


지난 10월 15일 서울 국제어린이마라톤 말라리아 부스 옆에서 영세이버 신주희 씨와 정치원 씨가 앉아 땀을 닦고 있습니다. 모기 마스크에 눌려 얼굴이 땀 범벅입니다. 신주희 씨는 “오늘 조금 (아이들한테) 많이 맞았다”고 웃습니다. 그의 모기 비법은 생생한 찌르는 척 하기, 정치원 씨의 비법은 진짜 모기를 방불케 하는 윙 소리입니다.




먼 곳 떠난 동생의 이름으로


교통사고로 숨진 동생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주려 서울국제어린이마라톤 자원봉사에 나선 하경수 병장


20분도 안 돼 골인하는 아이들도 있긴 합니다만, 4km 미니 코스가 만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힘빠진 아이들을 위해 ‘거대 손바닥’을 준비했습니다. 이 손바닥을 낀 자원봉사자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운을 북돋웁니다. 그 중 한 명인 하경수(22) 병장, 휴가 기간에 나온 자원봉사입니다. 하 병장은 지난 7월 교통사고로 숨진 동생 고하우정(20) 씨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러 이날 봉사에 나섰습니다.


“동생 버킷리스트를 보니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살리기 캠페인 모자뜨기가 있더라고요. 검색하다 국제어린이마라톤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오누이 사이가 각별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어머니 장애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는데 보금자리 방 한 칸에서 세 식구는 잠들기 전에 오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답니다. “저희도 복지단체 도움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동생은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우간다, 라오스에서 날아와 “고마워요”


군산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여한 브레케 반 리트 세이브더칠드런 우간다 사무소장(가운데)이 다른 참가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섯 군데에서 열린 국제어린이마라톤 참가비는 모두 우간다와 라오스에서 보건요원을 양성하고 시설과 약품을 정비하는 등 보건사업에 보탭니다. 그 나라 아이들을 위해 1만명이 뛴다니, 세이브더칠드런 우간다와 라오스 사무소장 등이 날아와 함께 뛰었습니다.


군산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여한 브레케 반 리트 세이브더칠드런 우간다 사무소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간다 아이들을 위해 뛰다니 정말 기쁘다.”며 “아동이 배울 수 있는 메시지와 부스가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우간다에서는 100명 중 6.4명이 다섯 살 생일을 보기도 전에 숨집니다. 부산 국제어린이마라톤을 함께 뛴 올리비에 프랑쉬 세이브더칠드런 라오스 사무소장은 “후원금으로 더 많은 아기들을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라오스에서는 100 명 중 8명이 다섯살 전에 숨지고 있습니다. 이 숫자를 낮추기 위해 내년에도 모기는 땀을 흘리고 아동안전보호정책 담당자들은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올해 서울, 부산, 대구 마라톤은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군산시, 세종특별자치시, 대구광역시도 각 시 마라톤을 함께 주최했습니다.






 김소민(커뮤니케이션 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