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나마스테, 반가워요, 네팔!” 현장에서 만난 9년의 변화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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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반가워요, 네팔!”

현장에서 만난 9년의 변화"

 -해외결연사업의 전 과정, 시작에서 진행, 자립까지


지난 가을, 네팔의 삽타리 지역을 세이브더칠드런 글자가 박힌 차 두 대가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 줄지어 선 허름한 오두막집과 거리, 벽돌공장, 더위를 피해 그늘에 앉은 사람들, 학교로 오가는 교복차림의 아이들, 길가에서 어슬렁대는 순한 눈빛의 가축들….
해외결연사업장 네 지역(마호타리, 삽타리, 카필바스투, 퓨탄 지역)을 다 둘러보는 이번 출장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평지와 깊은 계곡을 누비며 열흘 넘게 이어졌고, 습기와 더위, 모기떼와도 맞서야 했지만 사랑스러운 네팔 아이들을 만난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체감한 9년, “이 변화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그야말로 ‘해외결연사업의 시작-진행-자립’까지 전 과정을 다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신규사업장이 되는 마호타리, 현재진행형인 삽타리(2014년 시작), 9년의 시간이 흘러 자립마을로 우뚝 선 카필바스투와 퓨탄(2009년) 지역의 대비는 확연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네팔 주니마(해외결연 담당직원) 씨의 말처럼, “카필바스투와 퓨탄이 다른 지역(마호타리, 삽타리)보다 더 나아보이는 건 2009년부터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입니다.
2009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네팔에서 가장 가난한 두 지역, 카필바스투와 퓨탄에서 해외결연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만 해도 카필바스투의 조혼율은 47%에 달했습니다.(2017년 22%로 하락) 함께한 지 어느덧 9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이곳은 이제 자립마을
이 되었습니다.

해외결연사업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발전’, 즉, 지역사회의 ‘자립’입니다. 지역사회의 체질 자체가 변화되도록 영유아발달, 기초교육, 학교보건과 영양, 청소년기발달 사업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쳐나가는 ‘통합프로그램Core Program’이란 것이 핵심입니다.
초기에 카필바스투와 퓨탄은 학교 출석률도 매우 낮았고, 이는 조혼, 아동노동,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초기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영유아발달과 기초교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학교등록 캠페인을 벌였고, 학교운영위원회를 강화하고 교자재와 학교시설, 교사연수도 지원했습니다.
“예전엔 영유아발달센터가 없었는데, 이제 전역에 200개가 생겼죠. 또 조혼방지에 집중했고, 중퇴나 아동노동을 없애기 위해 힘썼어요.” 세이브더칠드런 카필바스투 총괄책임자 나르마야 씨의 말입니다. ‘이 지역 최대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영유아발달센터 등록율은 97%입니다.
비 새고 어두컴컴하고 가축이 드나들던 교실도 수리했고, 책걸상과 학습기자재도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 학교 이탈율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퓨탄 2011년 20%→2017년 1%, 카필바스투 2011년 11%→2017년 3%) 또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퓨탄 2010년 2,269명→2017년 17,204명, 카필바스투 2011년 13,896명→2017년 42,234명) 2016년에는 전체 사업장에서 아동 출석률이 83%로 크게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세이브더칠드런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교사, 주민들이 고마워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지원하는 학교. 책걸상, 교자재가 생기고 학교시설이 좋아졌습니다.



교육이 없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없다
카필바스투 현장직원 아르준 씨는 “자립마을이 된 이후에도 지역공동체, 지역정부와 협력하고 자생력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더 실행할 것은 생계교육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경제적, 재정적 문제를 더 해결하고 싶어요.”라고 계획을 말했습니다.이 지역 학교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활기찼습니다. “농업기술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현대식 농업기술을 공부해서 더 많은 수확을 하게요.”(안누, 15살) 한국인이 후원자라는 비벡(13살)은 “경찰관이 돼서 우리 지역을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싶어요.”라며 웃었습니다.
학교보건과 영양 프로그램도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화장실과 식수시설이 제대로 없었는데, 이제 남녀분리 화장실, 손씻기 시설, 안전한 식수도 있습니다. 손씻기, 구충제 복용 등 보건위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도시락 싸오기 운동을 실시해 도시락통을 배급한 후로는 점심 먹으러 집에 갔다가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도 줄었습니다.
연간건강검진도 실시하고, 특히 생리대 지급 등으로 여자아이들이 한 달에 며칠씩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일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조혼 많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성생식 교육, 생계지원 교육, 청소년 산모지원 등 청소년기발달 프로그램을 실행했습니다.
네팔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사업을 펼친 지 9년, 이제 많은 변화가 눈에 보입니다. 빈곤퇴치, 아동노동, 조혼, 초등학교 중퇴율, 학교 이탈율, 성 불평등, 미약한 아동인권 인식 등 거의 모든 지표가 향상됐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고마워요! 퓨탄의 한 학교 학생들이 인사합니다.


카필바스투와 퓨탄, “우리 네팔의 아이들이 변했습니다”
숲속에 자리한 마을, 이제껏 한국 후원자가 보내준 편지가 스무 통이라고 수줍게 자랑하는 아주나(16살, 카필바스투)를 만났습니다. “편지 받으면 아주 행복해요. 후원자님과 친구가 된 게 자랑스러워요.” 아주나는 크면 이 지역을 바꾸고 아이들을 돕고 싶어 합니다. “국어선생님 될 거예요. 결연 프로그램 덕에 아동권리, 조혼의 문제점을 배웠어요. 후원자님 만나게 되면 ‘저를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말할래요.”
15살 하리칼라(카필바스투),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꿈이라는 이 아이는 한국에 한마디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퀴즈대회, 웅변대회, 자신감대회를 해서 정말 좋아요. 자립마을이 된 후에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후원자님이 만나러 와준다면 우리 동네도 보여주고, 우리나라는 어떤지 묻고 싶어요. 늘 고맙다고 꼭 한국 후원자님에게 전해주세요.”
6년간 후원아동이었고 올해 대학생이 된 쉬마(19살, 경영학도, 퓨탄)는 “‘너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너는 교육받아야 한다’고 깨닫게 해준 게 가장 좋았어요. 지금 제 주변엔 결혼한 친구들이 여전히 많아요. 그런 면에서 여자인 제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걸 감사해요. 모든 네팔 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하길 바라요.”라며 카트만두에서 공부를 계속해 은행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변화를 꼭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전해주세요!”
삽타리 지역 중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람 씨(자녀 2명)도 “(2013년에) 세이브더칠드런이 들어와서 좋아요. 이곳은 아주 가난한 지역이라 교육도, 수입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야채농사 부모모임도 생기고, 그 수입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며 이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젠 친구들이 다 학교 와요. 또 프로그램 지원을 많이 받아 행복해요. 아동권리도 배우고, 아동클럽 활동도 신나요.” 네팔 아이들은 인상적인 변화를 이렇게 꼽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네팔 해외결연 담당자들, 학부모, 교사들은 항상 한국 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지역에 가져오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그래서 얼마나 바뀌었는지 여러분은 보셨습니다. 이 변화를 꼭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전해주세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카필바스트와 퓨탄, 삽타리에서 만난 현장직원들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9년 변화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수년간 네팔의 소외지역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사나 공무원들과 수없이 토론하고 수백 번이나 거친 흙길을 지나 마을로 다녔습니다. 이번에도 찾아가기도 힘든 길을 오토바이로 내달리며 항상 앞장서서 아이들의 집으로, 마을로, 학교로 우리를 안내해줬습니다.
이제 카필바스투와 퓨탄은 마을주민과 지방정부가 스스로 세이브더칠드런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한국 후원자님들과 함께 우리는 네팔 아이들의 일상을, 미래를 바꿨습니다.


네팔의 최빈곤 지역 마호타리, 새로운 사업장이 되다
그러나 아직 네팔의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들판과 거리에서 일합니다. 먼지만 쌓인 보건소, 위생시설도 못 갖춘 무너진 창고 같은 학교건물도 아직 많습니다.
내년에 결연사업이 시작되는 신규 마호타리 지역을 찾았습니다.
“가장 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교사와 학부모들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제대로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어요.” 한 중등학교에서 만난 여학생 미나(13살)와 아쉬미타(12살)는 “부서진 학교시설이 많아서 가장 먼저 바뀌면 좋겠어요. 식수도 없고 비
가 오면 교실에 물이 새요.” 호소했습니다.
상하수도 정비가 안 되어 있고, 화장실, 위생시설이 제대로 없는 학교… 최근엔 홍수피해로 더 피폐해졌습니다. 부모들은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 농사, 염소 키우기 등 목축일을 하고, 소작농이 많습니다. 어렵사리 개간한 소출 적은 땅은 예전엔 정글이었습니다.
교실 천장에 비가 새서 바닥에 깔았던 양탄자를 걷어냈다며, 수줍게 “이곳에 오신 것을 정말 환영합니다.” 말을 건네던 흰 와이셔츠 차림의 교사들, 무너진 학교 담을 넘는 염소들, 햇빛에 바짝 마른 벽돌을 나르던 노동에 지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곳은 네팔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입니다. 네팔의 이런 모습,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슬프지요.” 마호타리 지역을 둘러보는 중에 나직이 내뱉은 세이브더칠드런 네팔 주니마 씨의 말입니다.


 담장이 없어 맘대로 가축들이 드나드는 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마호타리의 한 학교. 책걸상이 없고, 교자재도 부족한 상황합니다.  


“네팔의 다른 지역 아이들에게도 해외결연 프로그램의 힘을!”
‘높은 빈곤지수, 높은 아동 영양실조율과 여아 중퇴율, 교육인프라부족, 빈번한 성차별, 산전교육 부족, 높은 가정출산율, 낮은 여성권리인식 지역 중 하나’. 바로 마호타리 지역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새로운 해외결연사업장으로 선택된 이유입니다.
30년 된 낡은 마을 보건소는 화장실, 진료실, 진료기구, 가구 등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건소장 비렌드라 씨는 “적합한 약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합니다.”라며 안타까워했고, 간호사 만타 씨에 의하면 이 지역 평균수명은 60살입니다.
중등학교(전교생 602명) 교장 루드라 씨는 “식수시설이 없고, 남자화장실은 아예 없습니다. 학습기자재와 교사가 부족하고 낡은 교실은 예산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싶고, 학교시설 보수가 필요합니다.” 말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마호타리 사무소의 수바카마나 씨는 “가장 후원이 필요한 이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해외결연사업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가진 NGO로 신뢰받고 있어 기대가 높습니다. 지역과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며, 후원에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라며, 첫해 계획은 기초교육, 학교보건과 영양 프로그램부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수일간 우리가 만난 수많은 카필바스투와 퓨탄의 결연아동들은 다른 힘든 지역과 아이들을 응원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혜택과 기회가 다른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랐습니다. “그동안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립마을이 되면 이제 더 이상 후원자님과 만날 수 없다니 우울하지만, 다른 네팔 지역에도 도움이 필요하니 우리도 응원할게요!”

맑은 눈동자로 다른 지역, 다른 아이들의 건승을 빌어준 카필바스투와 퓨탄, 삽타리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환한 얼굴로 반겨준 네팔의 모든 아이들, 학부모님들, 교사들, 지역주민들… 자신들의 고마움을 꼭 한국에 있는 후원자들에게 전해달라는 따스하고 깊은 눈빛, 그 웃음, 오래오래 잊지 못합니다.
앞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마호타리 등 신규사업장에서 더 많은 멋진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지원이 필요한, 아직 지원받지 않은 다른 아동들을 위한 후원자님의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선희(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한금선



[네팔 해외결연사업]

후원자님의 후원이 작년 한 해 네팔 해외결연사업장 총 551,603명의 아동과 지역주민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아동의 학교 출석률이 전년 78%에서 83%로 상승했습니다. 청소년클럽 활동을 통해 약 10,000명의 청소년들이 성교육을 받았고, 안전한 식수 설비를 갖춘 학교가 95%로 늘었습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나눔을 실천해주신 후원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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