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8살에 놀 자유를"...한국 초3 행복감, 16개국 중 14위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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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에 놀 자유를"...한국 초3 행복감, 16개국 중 14위

―아동 삶의 질 국제 비교조사



만 8살, 초등학교 3학년, 아직은 입시 걱정 없이 행복하겠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16개국이 참여한 아동 삶의 질 국제 비교 조사(ISCWeB)에서 한국 초등학교 3학년 아동들의 행복감이 에티오피아(16위), 네팔(15위)에 이어 끝에서 세번째, 14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대화하거나 노는 시간(16위), 학교 성적에 대한 만족도(16위),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16위) 수준이 꼴찌로 나타났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 연구소가 지난 5월 2일 발표한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이렇습니다. 이번 조사는 알제리, 콜롬비아, 영국, 에스토니아, 독일, 에티오피아, 이스라엘, 폴란드 등 16개 나라에서 만 8살, 10살, 12살 5만6천명을 조사한 원자료에서 만 8살 1만7496명을 추출해 심층 분석한 것입니다.






▲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국가 비교 결과
*출처: Rees, G., Andresen, S., & Bradshaw, J. R. (2016). Children's Views on Their Lives and Well-being in 16 Countries: A report on the Children's Worlds survey of children aged eight years old 2013-15. York, UK: Children’s Worlds Project (ISCWeB). p. 13. (<5는 4점 이하 낮은 점수를 준 비율)


방과후 교육 시간은 3위, 가족과 대화 시간은 꼴찌 
특히, 가족 항목을 보면 ‘우리 가족 모두’에 대한 만족도는 4위로 높게 나타난 반면, 실제 빈도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집에서 안전하게 느낀다” 14위, “부모님께 존중 받는다” 14위, “공평한 대우” 15위, “함께 보내는 시간” 14위로 거의 바닥 수준이었습니다.
 시간 사용을 보면, 방과후 교육은 3위로 높게 나타난 반면,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16위), 가족과 함께 놀기(16위), 가족과 함께 공부하기(14위)로 다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안재진 교수는 “가족 또는 부모이기에 만족한다고 응답해야 할 ‘사회적 바람직성 편견’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과 함께 활동하는 빈도가 최하위권인 것은 아동들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지 못하고,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며 아동 삶의 만족도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시간에 하는 일 만족도도 14위에 그쳤습니다. 
 학교 또한 아동 행복 수준이 가장 낮게 나타난 영역이었습니다. 학교 성적 만족도나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꼴찌였을 뿐 아니라 “선생님에게 존중 받는다” 14위,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 14위, “학교 가는 것이 좋다” 15위로 나타났습니다. 안 교수는 “이미 초3부터 성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고 이것이 학교에서의 경험, 교사와의 관계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가족과 학교에서 “존중 받는” 느낌 최하위권
가족과 학교 문항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아이들이 “존중 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는 점이었습니다(14위). 아동 권리를 보장 받아본 경험이 16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어른들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준다”에 대한 만족도는 13위,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15위로 나타났습니다. “아동이 무슨 권리를 갖는지 안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도 각각 12위, 14위에 그쳤습니다. 



▲ ‘어른들이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정도에 대한 만족도. 4점 만점에서 3점 미만을 응답자 %


외모, 돈… 객관적 수준 최상위임에도 비교 탓에 만족도 뚝
 몸, 외모에 대한 만족도도 꼴찌였다(15위, 이 항목은 15개국만 조사). 특이한 것은 옷, 컴퓨터, 인터넷, 자동차 등이 있는지 묻는 조사에서는 최상위(1위)로 나타났는데도 가지고 있는 돈 또는 물건에 대해 “얼마나 행복한가”를 묻는 만족도에서는 14위에 그쳤습니다. 안 교수는 “외모나 물질적 만족도가 최하위로 나타나 아동들이 타인과의 비교로 자신을 평가하는 습관을 체득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초3 vs 중 1,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연구진은 한국 아동의 행복감과 아동 개인(자유, 외모, 여가시간에 대한 만족도), 가족 관계(주거환경, 부모와의 관계, 물질적 결핍), 학교(친구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성적에 대한 만족도), 지역사회(안전감, 놀이공간)의 상관관계를 살펴 봤습니다. 모든 항목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만 8살에게는 ‘자유’와 ‘외모’ 만족도가, 12살에게는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줬습니다. 김선숙 교수(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는 “아동 자신과 관련된 요인이 8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8살 아동의 행복을 위해서는 저학년 아동의 여가와 놀이환경 변화에 보다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8살에 이미 성적에 대해 만족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끼며 그런 영향은 12살에 더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중1 행복감은 꼴찌 
친구관계, 학교생활, 동네, 자기 자신 등 5개 영역 만족도(축약형 다차원적 학생 삶의 만족도 척도)만 측정하면 만 8살 13위이던 것이 중1에는 아예 꼴찌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만 8살은 가족>자기>친구>동네>학교, 만 12살은 가족>자기>학교>친구>동네 순으로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 항목별 변동 폭을 보면, 가족 생활 만족도는 초3에서 중1로 올라가며 유지되는 반면, 동네와 학교 생활만족도가 감소하고, 외모 등 자기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봉주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는 “중학교에 올라가 학업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학교가 더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됐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외적인 특성에 대한 만족감을 가장 낮게 보는 이유는 사회분위기가 이 잣대로 차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각 항목에 대한 만족 정도. 붉은 색은 중1, 푸른색은 초3


▲ 지난 2일 열린 연구발표회에서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8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를 총괄한 이봉주 교수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에서 벗어나 아동을 둘러싼 사회환경의 변화를 추구해야 아동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동연구원인 안재진 교수는 "학업 부담을 줄이고 아동의 자유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면서도 지켜주지 못하는 게 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현실, 바꾸기 힘들더라도 세이브더칠드런은 '놀이터를 지켜라' 등 아동의 놀 권리를 지키는 활동을 계속 펼쳐 나갑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2012년 아동 삶의질 지수를 개발했습니다. 그해부터 전국 16개 시도의 '아동 삶의 질' 수준을 격년으로 발표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 삶의 질 국제조사'에 참여해 한국 아동 삶의 질이 다른 나라 아동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 알리고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관심을 촉구해 왔습니다.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고우현(권리옹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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