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이제 들리니?”… 이 소리에 진주가 돌아봅니다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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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들리니?”… 이 소리에 진주가 돌아봅니다


청각장애 진주에 병원 인공와우기, 언어치료물품 구입비, 청능훈련비 지원



8살 진주는 집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통 아이들과 다른 심장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어나서 제대로 소리를 들어본 적도, 제대로 말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손끝으로만 말할 수 있는 진주에게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진주가 듣고 말할 수 있도록 인공와우기와 언어치료 등을 지원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진주

진주는 청각장애 1급입니다. 2016년 11월 겨울, 오른쪽 귀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하려고 병원을 찾은 진주와 진주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제일 먼저 인공와우기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인공와우기 검사장으로 이동하는 길, 진주는 쉬지 않고 돌아다녔습니다. 진주는 자꾸만 검사장과 다른 길로 가고 있었습니다. “진주야, 이리와! 이쪽이야.” 큰소리로 진주를 불렀습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진주는 앞으로 계속 걸어갑니다. 얼른 달려가 진주가 잘 볼 수 있도록 손가락으로가야 하는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제야 진주는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진주가 청각언어치료실 앞에서 인공와우수술 가능 여부 검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원하는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진주의 자그마한 손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보통 아이들과 다른 심장
진주 아버지(51)는 건축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월급 150여만 원으로 진주와 진주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가족 3명이 생활하는데 그마저도 일이 없을 때가 있어 농사일을 도와 부족한 수입을 채우기도 합니다.


▲ 가족 3명이 생활하는 진주네 집에서 진주가 세숫물을 뜨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혼을 좀 늦게 했어요. 그래서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땐 뛸듯이 기뻤어요. 근데, 애가 태어났는데 선천성 복합심장기형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몰랐어요. 좌심실과 우심실 위치가 바뀌어 있는 거라고 했어요. 거기다 심장이 보통 사람보다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고 했어요. 폐동맥도 없어서 젖도 못 뗀 애를 수술시켰어요. 인공동맥을 폐에 연결하는 수술도 하고… 2010년에 두 번, 2014년에 한 번, 2016년에 한 번, 심장수술만 4번 했어요.

진주 아버지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여기 진주 입술 보이죠? 이게 구순구개열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 수술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이렇게 된거예요. 애라 피부가 약한데 거기에 수술 기구가 오래 닿아 있어서 화상을 입은 겁니다. 이것 때문에도 또 입술 봉합 수술을 받았어요…. 부모가 잘못해서 애가 고생하는 거 같아 너무 미안해요.”


▲ 가족생계를 책임지는 진주 아버지의 신발은 하루도 깨끗할 날이 없습니다.



"진주야! 잘 들리니?"
지난 1월 20일 진주는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2017년 2월 1일 국내에 출시된 신규 모델 인공와우기를 받았습니다. 인공와우기는 보청기로도 재활이 되지 않을만큼 난청이 심할 때 사용하는 보조기구로 일반 보청기에 비해 훨씬 크기가 큽니다. 인공와우기를 귀 뒤에 걸 수 있게 귀 옆 두피 내부에 수신자극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인공와우수술입니다. 퇴원 4주 후 진주를 다시 만났습니다.



▲ 진주 어머니가 새로 보급받은 인공와우기 충전방법과 사용법을 듣고 있습니다.



▲ 인공와우수술이 끝나고 병원에 입원한 진주와 진주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진주가 좀 듣는 거 같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떨 때 보면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진주야! 안녕?”

그러자 진주가 뒤돌아봤습니다.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진주에게 “진주야! 잘 들리니?” 했더니 다시 돌아봅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진주는 소리에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주와 함께 맵핑 테스트(진주가 소리를 편하게 들을 수 있게 소리 자극의 크기를 정하는 과정)를 기다리며 진주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우리 진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해주고 싶어요.”


▲ 인공와우수술 후 새로 보급받은 인공와우기를 진주 귀에 달아주고 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앞으로
5월 31일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진주는 언어치료사 윤하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선생님이 커다란 파란 상자를 흔들었습니다. “이게 뭘까?” 진주가 그냥 빼앗으려 하자, 선생님이 “이거 갖고 싶어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진주가 “응.”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진주에게 상자를 건넨 선생님이 다시 묻습니다. “진주야, 이거 한번 열어 볼까?” 몇 차례 물음에도 반응이 없던 진주가 5번째 물음에 겨우 상자를 열었습니다. “이스티커를 부엉이에 붙여볼까?” 처음엔 갸우뚱하던 진주가 두 번째 물음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진주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적장애 1급이기도 한 진주에게 언어치료 수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주는 언어치료만으로 언어능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주처럼 특수한 상황에 놓인 아동이 언어치료로 효과를 얻으려면 듣는 연습(청능훈련)을 해야 합니다. 진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언어치료를 시작한 첫날, 언어치료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 진주


세이브더칠드런은 11월까지 진주에게 매달 3회 언어치료와 매달 1회 청능훈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후에도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계속 살필 것입니다. 후원자님께서 모아주신 정성으로 진주와 진주 부모님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진주와 함께 천천히 한 걸음씩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진주 사례 지원상세내역


위기가정 지원사업이란, 방임, 유기, 학대, 자연재해, 소득 중단, 열악한 거주지 등 여러 위기 상황에 처한 빈곤 아동과 가정에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주거환경개선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진주처럼 도움이 필요한 국내위기가정 아동에게 의료비, 생계비, 교육비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글  이정림(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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