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통로가 된 ‘특별한 집’
2016.12.28
공유하기



빛의 통로가 된 ‘특별한 집’

안산신나는그룹홈 조현희 원장 인터뷰



경기도 안산, 이 도시의 풍경 어딘가 아동학대로부터 잠시 몸을 피한 아이들이 모인 ‘집’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위탁운영하는 ‘안산신나는그룹홈’입니다. 2010년 세이브더칠드런이 후원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세운 곳입니다. 2016년 월평균 6~11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왜 집을 떠나 이 아이들은 여기서 낯선 이들과 살아야 할까요?
2015년 우리나라 전체 아동학대 신고 19,208건.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아동보호전문기관 5곳)에 들어온 아동학대 신고 2,473건, 그중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건수만 1,518건입니다. 매년 증가추세입니다. 그룹홈은 중단기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돕는 공동생활가정이자, 가정으로 돌아갈지, 다른 보호시설로 옮길지 준비하는 ‘중간 집’입니다. 지금 우리의 세상에는 이런 집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Q 그룹홈은 특이한 형태의 ‘공동가정’이네요, 최근에는 어떤 아이들이 오는지, 어떻게 지내는지요?
A 그룹홈은 원장, 심리치료사, 보육교사가 보통 48시간 교대근무로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며 일해요. 올해만 보면 ‘아이들이 밀려온다’고 할 정도로 오고 있어요. 즉,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외상을 입은 학대피해 아이들, 유기된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룹홈은 집이면서 동시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응급조치’를 제공하고, 또 일상을 회복할 ‘생활공간’ 역할도 겸해야 해요. 심리치료, 놀이치료, 문화행사 참여, 의료와 학습지원도 하고요. 정서적으로 잘 지내도록 생일잔치, 동네공원 산책, 미술활동, 공동활동을 많이 해요.




Q 지금은 어떤 상황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나요?
A 지금은 6~16살까지 8명이 지내요. 3개월 지나면 아이들이 안정
되기 시작해요. 잠도 자고, 잘 먹고요. 그러면서도 심리적인 상처에 시달리거든요.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죄책감을 가져요. 대개 6개월 후면 원가정이나, 장기시설 등 다시 자신이 갈 자리를 찾아요.





Q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많을 것 같아요.
A 3개월쯤 지나 아이들의 몸이 좀 편해지면, 오히려 그때를 기점으로 분노, 우울, 반항, 품행장애 등 다양한 마음의 문제가 드러나요. 이걸 ‘증상이 올라온다’고 우리는 말해요. 이 일은 학대받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매일 봐야 하는 일이기도 해
요. 이건 아이들 인생으로 보면,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명 중 한 아이는 아동학대와 폭력, 유기라는 엄청난 사고를 겪고 있어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고인 거예요.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내가 할 수 있구나’, ‘괜찮구나’하는 경험을 하게 해요. 이런 보호와 치료의 장면들이 여기서 이뤄지니 대단한 거죠.




Q 그룹홈은 다른 아동보호시설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그룹홈은 단기생활공간이라, 아이들 생활습관 만들기부터 아동상담까지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해요. 예측불가능한 일도 많죠. 또 일시보호시설이다 보니 언제 누가 오고, 나갈지 몰라요. 아주 역동적이죠. 아이들도 그때마다 사용하는 방도, 서로의 관계도 새롭게 탐색해야 해요. 또한 최근 중복학대가 많아지면서 이런 아이들일수록 그룹홈에서 우선적으로 돌볼 부분이 많아요.




Q 최근에 기뻤거나 보람 있던 일은?
A 현장에서 일하면서 심리적 피로도가 큰 만큼, 어려움을 겪어내며 크는 아이들을 보는 보람도 쏠쏠합니다. 힘들지만 이 일을 하게 하는 힘이죠. 우리 그룹홈에서 11개월 가까이 지낸 아이 중에 심한 영양결핍에 신체학대까지 당하다 온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퇴소할 때 키가 크고, 체중도 늘어 또래만큼 정상적인 신체발육이 됐죠. 자존감도 생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 아이가 가지게 됐어요.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달라져야 내가 집에 갈 수 있다’고 당당히 제 생각을 밝혔고요. 지금은 장기그룹홈에서 잘 지내요. 이 아이의 변화가능성을 우리가 지켜본 것이 참 기뻤습니다.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 바로 날이 다르게 좋아지는 아이들, 고통을 견뎌내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 우리가, 그룹홈이, 조금은 아이들 인생에 힘이 됐구나, 느껴요. 누군가 옆에 있어줘야 할 아이들 옆에, 어디 오라는 사람 없는 이 아이들 옆에 필요한 어른들이 몇몇은 존재한다는 것, 이게 최고 보람입니다.




Q 앞으로 더 보완될 점이 있다면요?
A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에 대해 사회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없어질수 있다는 걱정을 해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죠. 이걸 어린 아이들이 겪어요. 무엇보다 아동학대신고 이후의 대책이 정비되어야겠죠. 사회라는 공동체가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늘 자문해요. 아이들은 자신을 때리고, 버린 어른들인데도 제 잘못이라고, 자기가 나빠서라고 슬퍼하고 아파하는 존재예요. 여기 와서도 교사들한테 ‘당신도 날 버릴 거잖아, 때릴 거잖아’ 격렬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목격해요. 그래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똑같이 대해야 하죠. 즉, 우리 아이들의 삶에는 무엇보다 ‘일상성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Q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우리 아이들은 대단한 아이들입니다. 사실 치명적인 외상을 애들이 입었어요. 이런 상처는 거의 평생 간다고 봐야 합니다. 정서불안, 우울, 경계성 지능, 장애판정, 발달지연…. 평생 살아가면서 인생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그룹홈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잠시 뭘 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어요. 아이가 이 상황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살아가려는 귀한 생명력을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죠. 아이들도 자신의 집보다 여기가 안전하다는 걸 알아요. 작은 힘이지만 아이들 인생, 그리고 생명과 연관된 곳이 바로 이곳 그룹홈입니다. 관리도 어려운 이런 보호시설을 세이브더칠드런이 여러 어려움에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은 후원자님들의 도움 덕택이고요.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자님들은, 이아이들에게 빛의 통로가 되는 집을, 공동의 새로운 집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비록 아이들도, 우리도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는 삶을 나눈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나눈 것입니다.




그룹홈에 온 아이들 이야기



사례 하나 미연(가명)
입소경위 신체 및 정서학대, 심각한 영양결핍. 분리보호 후 원가정 복귀.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그룹홈에서 지내며 정상적 신체발달이 가능해졌음. 보육교사들의 돌봄으로 애착에 대해 안정감을 갖게 되고, 어른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 회복. 가족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혼란스러워 했으나, 현재 앞날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장기그룹홈에서 잘 지내고 있음.




사례 둘 영주(가명)
입소경위 방임, 성학대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놀이치료, 미술치료, 생활지도를 하면서 3개월 이후부터 건강과 인지정서발달 촉진. 6개월 지나자 정상발달에 가까워지고 글자해독, 언어소통, 창의적 활동, 집중력 좋아짐. 가정위탁 예정.




사례 셋 수희·수현 자매(가명)
입소경위 정서학대
보호과정과 치료내용
분리보호조치로 그룹홈 이주. 정서적으로 불안정했으나, 미술치료와 놀이치료 집중진행. 이후 또래관계 확장, 학습활동 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뒤 안정됨.




글┃이선희(후원관리부)    사진┃안산신나는그룹홈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