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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와 신생아를 위협하는 ‘무너진 모자보건’ ②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3-12 조회수 9298

지난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3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내전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는 동안 지금까지 적어도 120만 명의 아동이 시리아를 떠나 난민이 되었고, 시리아 내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동은 4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내전에 신음하고 있는 시리아와 시리아 아이들의 참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의료체계의 붕괴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0일, 치명적인 대가: 시리아 내전 3년이 아이들의 생명에 미친 영향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의료 인프라에서부터 예방접종까지, 무너지고 있는 시리아의 의료체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두 3회에 걸쳐,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을 여러분에게 전달합니다. 고통 받고 있는 시리아에서 가장 어린 세대가 보내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어떤 여성이 병원 문 앞에서 아기를 낳고 있는 것을 목격했어요. 병원 건물이 폭격을 당했을 때, 내 동료들은 아기를 받으려 애쓰고 있었죠. 한 번 폭격이 오면 곧 두 번째 폭격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 여성을 데리고 나가 병원 중앙현관 바로 밖에서 아기를 받았어요. 병원은 완전히 박살 나 버렸죠. 그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병원 문 앞에서의 출산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어요." (파리스, 가명, 의사)

어느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인 2010년만 해도 시리아에서는 96%의 산모들이 출산 시 의료지원을 받았고 보건당국의 면허가 있는 조산사들을 마을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한 의료체계의 붕괴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덮쳐왔습니다.


 
                            사진/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살고 있는 할라(가명, 35세) 씨가 6개월 된                              
                                      아이 사메르(가명)를 안고 있습니다. 그녀는 포격으로 집이 부서지면서                          
시리아를 떠나야 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시리아 여성들은 임신부터 분만할 때, 그리고 출산 이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최근 시리아 내 121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임신 중 정기 검진을 받는 산모는 전체의 4분의1도 되지 않습니다.
홈즈와 같이 포위된 지역에서는 검진을 받는 산모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진통이 시작돼도 병원으로 급히 갈 구급차는 부족하고 가는 길은 여러 차례의 검문과 도로 폐쇄로 자꾸만 막힙니다. 겨우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제대로 된 의료장비와 전문 의료인력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거의 없습니다. 흔했던 조산사를 찾아가는 데만 20분에서 30분이 걸리고 그마저도 진통에 시달리는 산모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모 혼자 아이를 낳았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고 분만을 담당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의료직원이 출산을 도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진/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살고 있는 디나(가명, 38세, 좌측) 씨가 18개월 된 셋째 아들 오마르(가명)을 
           안고 있습니다. 난민촌에서 오마르를 임신하고 있는 동안 디나 씨는 큰 비에 텐트가 무너지면서 
            내출혈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아이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둘째를 낳을 당시, 병원으로 가는 길에 너무
 많은 검문소가 있어 길에서 아이를 낳게 될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구급차도 부를 수 없고 언제 목숨이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은 산모들을 제왕절개로 내몰고 있습니다.

2011년 19%이던 시리아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2년 뒤인 2013년, 두 배가 넘는 45%로 급증했습니다. 포위된 도시 안에 있는 병원에서는 무려 75%가 제왕절개를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왕절개는 복부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열악한 시리아 의료환경에서는 감염이나 합병증, 심각한 내출혈 등의 우려가 있지만 엄마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미숙아이거나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보다 호흡문제 등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숙아는 출생 즉시 전문적인 의료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내전 중에 죽고 저는 네 명의 아이와 함께 마을을 떠나야 했어요. 그때가 임신 5개월이었는데 이 난민촌까지 오는데 2달이 걸렸죠. 여기로 오는 내내 아이들과 나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어요.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임신 7개월 만에 갑자기 진통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병원도 의료진도 없어 다른 여자들이 출산을 도와주었죠.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살려줄 사람은 없었어요. 그 아기는 그렇게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사미라, 가명, 28세)


 
          사진/ 의사들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를 수술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산모와 신생아들이 제대로 된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병원을
찾는 일은 너무나 힘들어졌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삶은 더욱 가혹합니다. 잦은 정전은 인큐베이터 안 미숙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정전으로 하루 동안 신생아 5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신생아들은 최소한 4시간에서 6시간 동안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하지만 전력부족으로 얼어 죽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끊겨 버리는 전기와 부족한 인큐베이터 때문에 아기들을 담요에 싸 놓는 병원도 있지만 어느 요양시설에서 담요를 덮어놓은 두 명의 아기가 너무 추워 목숨을 잃을 정도로 담요는 답이 되지 못합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아기들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모유를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유에는 아기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에 이로운 성분이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모유를 먹었더라면 신생아 사망의 22%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시리아에서는 모유 수유가 널리 확산되어 있지 않아서 6개월의 미만의 아기 중 모유만 먹고 자라는 아이가 43%에 불과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분유 생산을 관리하고 약국을 통해 분유를 배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전으로 생산 시설과 약국이 파괴되면서 분유 공급망도 파괴돼 버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모유를 먹이는 여성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아기들에게 설탕물을 먹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도망갈 때는 모유도 나오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새 생명의 탄생. 어머니와 갓 태어난 아기가 가장 축복받고 보호받아야 할 순간이 가장 위험하고 두려운 순간이 되고 있는 것이 의료체계가 무너져버린 시리아의 비극적인 현실입니다.


글/ 신은정(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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